전력연구원, 3년간 전국 석탄화력 미세먼지 배출 조사
발전소 주변지역의 2차 미세먼지 생성량은 인근 공단지역의 1/8 수준

전력연구원이 구축한 미세먼지측정인프라. 이동측정차량 2대, 기상장비 및 측정분석기 25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력연구원이 구축한 미세먼지측정인프라. 이동측정차량 2대, 기상장비 및 측정분석기 25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는 겨울철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최대 27기의 석탄발전 가동을 중단하고 출력을 최대 80%로 낮추는 상한제약을 추진하는 등 석탄발전을 최대한 억제해 미세먼지를 줄이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12월부터 2월까지 미세먼지로 인해 겨울은 삼한사온이 아닌 ‘삼한사미’(3일간 춥고 4일간 미세먼지라는 신조어)의 계절로 불릴 정도로 미세먼지가 심하다. 국민들도 미세먼지 스트레스 때문에 외출을 삼갈 정도다. 또 최근 ‘에어노마드족’, ‘피미족’(미세먼지를 피해 깨끗한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 ‘맘부격차’(빈부격차에 맘(엄마)이 붙어, 미세먼지를 피해 해외로 피한다는 뜻), ‘플랜테리어’(식물 인테리어. 공기 정화 효과를 가진 식물로 집 안을 꾸미는 것)와 같은 신조어가 등장하는 등 미세먼지 이슈가 전 국민의 관심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세계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주얼(Air Visual)’이 73개국 3000개 도시를 대상으로 연평균 초미세먼지(PM 2.5) 농도를 분석한 ‘2018 세계 공기질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이 초미세먼지 농도가 27번째로 높은 곳으로 조사됐다.

석탄화력 미세먼지 배출 허용 기준치 대비 절반 이하

탈질, 탈황 전기집진 등 오염제어 설비 미세먼지 감소효과 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석탄발전을 언급하면서 석탄발전이 미세먼지의 주범처럼 인식돼 있지만 , 엄밀히 말하면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는 될 수 있지만 주범처럼 몰고 가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 20일 공개된 한·중·일 대기오염 공동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32%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60% 이상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왔다는 추측에 비해 중국발 미세먼지가 매우 낮은 것인데 그렇다면 원인을 국내요인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한전 전력연구원이 최근 3년간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상으로 미세먼지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석탄화력도 미세먼지의 주요인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어냈다. 전력연구원이 전국에 있는 석탄중유발전소를 대상으로 미세먼지 배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배출허용기준에 비해 절반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력연구원은 굴뚝에서 배출되는 총 먼지 농도는 4mg/m3 이하로 이들 발전설비에 적용하고 있는 총 먼지 배출허용기준인 10~15mg/m3과 비교해 절반 이하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가스발전소를 제외하고 석탄 및 중유 발전소의 굴뚝 배출 미세먼지 농도 특성이 비슷해 탈질설비, 전기집진기 및 탈황설비와 같은 오염제어설비를 통해 미세먼지의 배출농도를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력연구원에 따르면 민간 포함 석탄발전소의 초미세먼지 배출계수는 0.096톤/GWh으로, 2015년도의 0.177톤/GWh과 비교하면 45% 정도 줄었다. 자체분석 결과 석탄화력 발전소 오염물질 제어설비의 성능 개선을 위한 투자 효과로 평가했다.

전력연구원은 1년 동안 발전소 주변지역의 미세먼지를 측정하며 주변 지역에서 미세먼지와 미세먼지를 만드는 전구물질 농도를 측정하고 DB를 구축했다. 발전소 주변 지역의 미세먼지와 전구물질 농도는 주변 공단 등과 비교해 낮은 농도 값을 보였으며 미세먼지와 전구물질의 성분분석 자료로부터 배출원을 식별하고 기여도를 평가했다.

연구원은 각종 오염원에 대한 정확한 측정과 발생 과정의 분석 없이는 효과적 처방이나 개선책 제시가 어렵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대기환경영향평가의 기초이자 핵심인 정확한 배출량 산정을 실시했다.

미세먼지 측정을 위한 측정 설비와 이동측정차량 등 미세먼지 측정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이용해 발전소 주변지역에 영향을 주는 주변 배출원이나 외부 영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미세먼지 공간 분포 특성평가와 오염물질 거동평가를 수행했다. 미국 전력중앙연구소(EPRI)와 공동으로 중국 등 동북아 지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과 발전소가 국내에 미치는 기여도를 모델링 등을 통해 분석했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분석결과 발전소보다는 주변 공단 등의 오염원과 중국 등 외부 유입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일 동안 산화도가 높은 유기성 성분의 함량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 기간 중에는 상대적으로 장시간 체류한 미세먼지가 많고 중국 등으로부터 유입된 미세먼지의 영향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화학공단에서 평가한 2차 미세먼지 생성량은 발전소 주변 지역에서 평가한 양에 비해 8배 이상 높게 나타나 대기 중에서 만들어지는 2차 미세먼지의 기원과 이를 정량화한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발전사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효과적인 미세먼지 관리 방안 수립에 중요한 정보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조사에선 또 국내 미세먼지 발생원인 중 외부요인이 많다는 결과를 얻었다.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 국가들의 2016년도 미세먼지 농도 및 기상 자료를 기반으로 영향을 평가한 결과 연평균 기여율은 우리나라가 39.8%, 중국이 40%, 그리고 북한과 일본 등 나머지 국가들이 20.2%의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미세먼지 기여율을 산정하기 위한 모델링 기술을 이용해 국내외 영향과 국내 배출원 및 지역별 영향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2016년 1년 동안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난 10일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국내 영향이 평균 29%, 중국의 영향이 평균 62%, 최대 80%로 중국의 영향이 크게 증가했다. 국외 유입을 제외한 국내 배출원만을 대상으로 한 미세먼지 기여율 평가에선 산업분야의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발전 분야는 약 9%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배출량 기준으로 산정한 발전소 기여율 13~15% 수준보다는 적게 나타났다.

미세먼지 측정 정확도 높이는 것이 중요

자동측정기술 개발 신보령, 삼척화력에 확대적용

현재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먼지 등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 농도는 자동 연속 측정이 아닌 수동으로 간헐적으로 측정하고 있다. 전력연구원은 미세먼지에 대한 관리강화에 대비해 광산란법을 기반으로 미세먼지 자동연속 측정기술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한국중부발전(주) 신보령발전본부 2호기와 한국남부발전(주) 삼척그린파워발전소 2호기에서 실증 운영 중이며 표준화 절차를 거쳐 전국 발전소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측정된 자료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정확히 공개할 방침이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모든 석탄 및 중유 발전소의 배출량을 평가하고 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발전소의 기여율을 평가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적이며 전략적 대응방안 수립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전력연구원에서 확보한 자료를 전문가를 포함한 국민 누구에게나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년부터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효과적인 저감기술 개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발전소 굴뚝 배출미세먼지 외에 저탄장 등 기타 배출점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뿐 아니라 전기집진기로는 걸러내기 어려운 미세먼지의 효과적 포집을 위해 입자응집조대화 기술을 개발하고 배출 당시 미세먼지가 아니지만 나중에 미세먼지를 만드는 전구물질의 제어는 물론 대기 중에서 미세먼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유기성 미세먼지 거동 연구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30년에는 2018년 대비 약 70%의 미세먼지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74기 발전소를 대상으로 전력연구원에서 실측한 총먼지 농도는 4 mg/m3 이하로 배출허용기준 10~15 mg/m3 대비 1/2 이하 수준으로 확인됨.
국내 74기 발전소를 대상으로 전력연구원에서 실측한 총먼지 농도는 4 mg/m3 이하로 배출허용기준 10~15 mg/m3 대비 1/2 이하 수준으로 확인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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