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8일 “내년 경기도 불투명한 상황이라 현장의 불확실성과 중소기업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면서 “이번 행정조치로는 한계가 있고, 앞으로 정기국회에서 탄력근로제 개선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고 말했다.

이 장관의 이날 발언은 주 52시간제 보완대책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50~299인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도입이 임박하자 행정부가 중소기업들을 위해 추진할 수 있는 방안들을 내놓으면서 국회의 탄력근로제 개정안 입법을 촉구한 것이다.

정부가 마련한 대책을 보면 일단 주52시간제를 시행하되 계도기간을 충분히 주기로 했다. 위반여부를 단속하지 않으면 그만큼 도입을 연기하는 효과가 있다.

또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완화키로 했다. 특별연장근로는 자연재해, 재난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장관 인가를 거쳐 주당 연장근로를 12시간 넘게 허용하는 제도로, 정부는 특별한 사정의 범위에 업무량이 갑자기 늘어나는 등 경영상 사유도 포함키로 했다.

이 외에도 제조업 사업장별 외국인 고용허용한도도 한시적으로 20% 상향 조정키로 했다.

이 같은 방침에 대해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양대노총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 성명을 내고 “정부가 강력한 정책 추진 의지보다 '보완'이라는 이름으로 애매모호한 시그널을 보냈는데 어떤 기업이 (제도정착에) 최선을 다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사용자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정부 대책이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는 없다”며 정부 대책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과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연장 등 보완입법을 조속히 완료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국회의 탄력근로제 입법이 무산된 상황을 전제로 한 것으로,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 법안에 따라 주 52시간제 시행계획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때문에 정부 대책은 국회가 주 52시간제 개정안 논의에 속도를 내라고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아무튼 50~299인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제 도입이 앞으로 4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기업도, 근로자도 모두 만족하는 주52시간제 도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노동생산성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노동비용만 증가하게 되면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지면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삶도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국회에서 최선의 해법을 찾기를 기대한다. 흔한 말이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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