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주 플랫컴 대표이사
권오주 플랫컴 대표이사

외국어를 우리 말로 번역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커뮤니케이션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우리말은 뭐라고 번역해야 할까. PR(Public Relations)은 또 어떤가.

요즘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많이 입에 오르는 단어가 PA다. PA는 Public Affairs로 흔히 공공문제(관리), 공공홍보라고 번역하지만 입에 딱 맞지 않는다.

PA는 정치, 정책 등 사회적 영향이 큰 공공 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루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으로 우리에겐 비교적 낯선 용어다.

미국 정치의 중심지, 아니 세계 정치의 중심지인 워싱턴 D.C.에는 회사명에 PA를 달고 있는 회사들이 많다. 일반 PR 회사보다 정치와 행정, 법제도, 정책 관련 업무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좀더 익숙한 용어로 바꾸다면 하나는 대(對)정부, 대관업무(Government Relations)이고 또 다른 하나는 로비 활동(lobbying)이다.

대관업무의 경우 국내 기업들은 대외협력이라는 부서명을 많이 사용하는데 주로 정부 인허가나 정책, 입법 관련한 업무를 담당한다. 로빙은 미국에선 우스개소리로 “워싱턴D.C.에 넥타이 매고 다니는 사람 네 명 중 한 명은 로비스트”라고 할 정도로 일상화 돼 있지만 국내에선 흔하지 않다.

로비활동은 실제 기업들이 드러내놓고 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법무법인(law firm)이 기업을 대신해 하는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최고의 로펌이 대표적인 로비 창구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처럼 돼 있다.

로비는 국내에선 아직 법적으로 양성화 돼 있지 않는 상태에서 주로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탓에 국내에서는 부정적 뉘앙스를 많이 담고 있다.

또 로빙이 관련 분야의 전문성보다는 지나치게 ‘관계’에 의존하는 전관예우의 관행과 동일시 되기도 한다.

PA가 위의 두 개 영역을 아우르는 활동이긴 하지만 두 개 영역의 합 이상의 좀더 포괄적인 용어다. 싱크탱크, 연구네트워크 등 전문가그룹이 정책이나 입법의 기본틀을 마련하는 활동도 PA의 중요한 영역이다. 다만 여기에 그치면 PA의 중요한 요소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빠져 PA라고 정의하기 어렵다.

어느 분야나 빛과 그림자가 있다. PA 분야에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설득하는 일이 빛이라면 이익과 이해관계에 의존해 서로 밀어주고 땡겨주는 행위는 그림자다.

특히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전관예우는 퇴행적 관행이다. 투명성을 낮추고 건설적인 논의의 장이 열리는 기회를 없애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빚는다.

필자는 오히려 PA분야에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와 함께 노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PA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실버 비즈니스’ 영역이다.

다만 관계에만 의존하는 전관예우 관행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선진국에서는 경륜과 네트워크(관계) 뿐만 아니라 실무능력을 갖춘 많은 ‘실버헤어’ 전문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실제로 직접 글도 쓰고 자료도 작성할 줄 안다. 우리 나라 ‘시니어’들은 대부분 실무에서 손을 떼고 비서나 직원들을 시켜 하다보니 본인이 직접 해야하는 상황에서 막막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한가지 더한다면 협업능력이다. PA는 전통 세대와 베이버부머 세대가 X세대, 심지어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일하는 세대간 합작프로젝트 영역이다.

신세대는 경륜과 통찰력의 부족을 시니어들의 도움을 받아 보완하고 구세대는 소셜미디어 등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 트렌드를 읽어내는 감각을 신세대의 도움을 받아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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