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빈 한국광기술원 조명융합연구본부 본부장(수석연구원)
송상빈 한국광기술원 조명융합연구본부 본부장(수석연구원)

최근 한전공대 설립을 두고 흑백논리로 격하게 갈등하면서 소모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기전공을 한 필자로써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익집단이나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번 결정한 계획이나 행동들을 시도 때도 없이 조변석개(朝變夕改)하려는 어리석음으로 보인다. 그 동안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이제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한전공대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설립하고 운영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한전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정책과 발전 방안을 제시하였으나, 이제는 제기되는 우려와 반대 의견에 대한 반박보다는 이를 심도 있게 받아들이는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전공대의 설립에 대한 기본적인 논쟁에서 벗어나서 현실성을 반영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전략과 방향 설정, 그에 따른 세부 실행 계획이 수립되기를 기대하면서 주요 이슈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먼저 한전의 적자 상황에서 한전공대의 설립이 민간 수용가의 전기료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이다. 그 동안 한전공대의 건설 및 운영에 대한 소요 비용에 대해서 정부 및 지자체 지원, 한전 R&D 예산 등을 활용하여 충분히 가능하다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이것도 좋은 방안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한전공대의 설립으로 얻어지는 구체적인 글로벌 선도 전략과 4차 산업혁명 연계 신산업 아이템 제시 등 한전의 뚜렷한 미래 발전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한전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수용가에게 질 좋고 저가격의 에너지 공급과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 제시도 필요하다. 한편, 현재 에너지 분야는 선진국에 비해 4.5년 정도 뒤떨어져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해법과 기술 및 산업적인 점프업을 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 수립도 절실하다.

다음으로 지역적 한계로 인한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지적이다. 최근 광주・전남에 에너지산업융합복합단지를 건설한다는 발표가 있었으며, 그 동안 한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밸리에는 약 430개 기업이 입주 예정이다. 2000년초에 추진된 지역전략산업 가운데 하나인 광주 광산업클러스터 사업이 산업생태계가 비교적 잘 조성되었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기존 대학에 광공학과를 신설 및 개편하여 클러스터 인력 수급을 추진한 결과, 현재 광관련 정부 지원 축소와 자동차 등 타분야에 대한 집중, 수도권으로의 인력 유출 등으로 기존 대학의 학과 개편 및 폐지가 이루어져 리더급의 핵심 R&D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례를 비춰볼 때 미래를 대비하는 지속적인 산업 특성화 인력 양성 및 리더급 인력 수급은 클러스터 성공의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최근 한전의 성공 모델로 제시되고 있는 스웨덴의 말뫼 대학은 특성화 대학을 중심으로 지역의 혁신을 견인한 좋은 예일 것이다. 따라서 지역 활성화 에너지밸리 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서는 에너지 특성화 대학의 설립으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인력 수급 및 혁신 아이템 창출이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에너지 융합 신시장을 창출하는 창구 역할과 산업생태계 조성의 시발점이 되는 실제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셋째로 학령 인구의 감소와 함께 기존 대학의 존립 위기 등이 언급되고 있다. 기존 대학과 한전공대의 차별성도 중요하지만, 그 연장선에서 기존 대학과의 연계성을 찾아 볼 필요가 있다. 취업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기존 대학의 학제는 에너지 분야 글로벌 리더 및 R&D 인재 제공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그 한계점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한전 공대의 프로젝트 연구 중심 대학의 방향성을 갖고 추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그 프로젝트가 한전공대만이 아닌 기존 대학의 관련 학과와의 연계와 상호보완적 운영을 통해 글로벌 영역에서 에너지 분야 인력양성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전의 에너지 특성화 대학 설립만이 해답일까?는 의문이다. 물론 한전은 국내 최대 에너지 공기업으로서 대학 설립을 주도하는 것이 실질적인 혁신성장과 산업생태계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한전공대는 곧 한전이라는 고정관념의 틀 속에서 나오는 전략 수립은 시작부터 한계성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한전과 기존 대학, 정부 및 지자체, 기업, 연구소 등의 참여와 포용 확대를 통해 지역 및 국가 공동체의 공익적이고 시민 참여적인 지역 특성화 대학으로의 점진적인 변화 추진도 고려해 볼만하다.

앞으로 전력 및 에너지 산업은 우리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그 동안 정부의 주도로 전력 및 에너지 산업이 육성되었다면, 이제는 민간 주도로 4차 산업혁명과 연계된 새로운 신산업 창출 및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따라서 한전공대 설립의 그 의미와 추진은 매우 중요하고 절실하다. 아무쪼록 한전을 중심으로 지자체, 정부, 그리고 산학연 클러스터가 연계하여 세밀한 전략과 방향을 설정하고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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