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지상파 방송 등의 전통미디어, 즉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의 권위가 빠른 속도로 쇠락하고 있다. 반면 이른바 ‘라방’, 즉 유튜브, 페이스북 라이브, 인스타 라이브 등으로 일컬어지는 개인 미디어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각종 통계자료에서도 확인되고 있는데, 최근 시사주간지 ‘시사인’에서 조사한 2019년 대한민국 미디어 신뢰도 조사결과를 보면, ‘유튜브’가 기성 매체를 앞서며 2위에 올랐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는 JTBC로 19.9%를 기록, 1위로 나타났고, 유튜브가 16.4%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공영방송 KBS는 14.7%를 기록해 3위로 밀려났다.

신문의 위기도 계속되고 있다. 가장 신뢰하는 신문매체를 묻는 질문에 '모른다, 없다'고 답하거나 무응답한 비율이 44.4%로 절반 가까이 됐다. 이 가운데 보수신문, 특히 조선일보는 '가장 불신하는 매체' 조사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20.5%를 얻었던 조선일보는 올해는 3.5%p 더 오른 24%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닐슨의 '2019 뉴스 미디어 리포트'에 따르면 유튜브 뉴스 이용자의 약 65%는 뉴스 관련 채널을 ‘구독’하고 있고, 유튜브 총이용시간 중 뉴스 점유율은 12.2%로 나타났다. 닐슨 보고서는 "유튜브 뉴스 현재 이용자는 유튜브 이용자의 39% 수준이나, 향후 유튜브 이용자의 82%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레거시 미디어의 신뢰도 하락과 소비자 외면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여타 미디어와 차별성이 없는 기사의 수준, 즉 가짜뉴스를 걸러내지 못하고, 정치적 편향, 진영 논리에 따라 스스로 가짜뉴스와 왜곡된 뉴스를 직접 생산해내는, 한마디로 ‘질 낮은’ 뉴스의 공급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앙일보는 탐사기사 형태로 정치 여론조사의 문제를 며칠간 시리즈로 집중 보도하였고 상당한 댓글을 유발하며 여론조사를 불신하도록 만들었다. 당장 여론조사 업계들이 발끈하고 나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가령 최근 여론조사에서, 현직 대통령 투표층이 절반이나 표집되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논지로, 리얼미터, 한국리서치, 칸타코리아, 한국갤럽 등 국내외 굴지의 여론조사 기관들의 결과를 비판적으로 보도했는데, 기사의 제목을 ‘수상한 여론조사’라고까지 칭하며 문 대통령 투표층이 많이 반영되어, 문 대통령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으므로, 조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기사는 불과 며칠만에 중앙일보에 자충수가 되었다. ‘수상한 여론조사’ 시리즈 보도 이후 단 며칠 만에 보도된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조사기관들, 즉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등의 조사결과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높고, 심지어 다른 기관들과 달리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높게 나타나자, 보수야당 관계자들과 지지층에서 ‘중앙일보가 오히려 더 수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중앙일보 자체 여론조사팀의 조사결과 기사의 네이버 댓글들을 보면, rock**** “이젠 이런 조작에 넘어갈 국민 없다”, lhs1**** “조작질.. 아직도 저런 지지율 믿는 국민들 있나” youn**** “문 지지가 저렇게나 많이 ???” 중앙일보 보도를 보고 학습한 유권자들의 댓글이 중앙일보 여론조사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미디어 리터러시, 즉 다양한 매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에 접근하여 메시지를 분석하고 평가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반면, 기성매체는 진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데, 성공학의 거장 클로드 브리스톨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우연처럼 보여도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손수 엮은 패턴들이 움직인 결과다.” 이제라도 레거시 미디어 종사자들이 패턴을 바꿔야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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