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닭갈비에 대해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닭갈비는 우리가 흔히 아는 춘천식의 ‘철판 닭갈비’, 마찬가지로 춘천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숯불 닭갈비’, 그리고 태백식의 ‘물 닭갈비’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닭갈비라고 하면 대부분 철판에 여러 채소와 함께 볶아 내 온 철판 닭갈비를 떠올린다. 그렇기 때문에 숯불 닭갈비와 물 닭갈비는 오리지날 닭갈비 요리가 아니라는 게 내 주장의 골자였다.

그러나 지인들의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요리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지 큰 줄기에서 닭요리이고, 철판 닭갈비가 유명할 뿐 다른 것들도 닭갈비라는 이름 아래 오랜 시간 팔려 온 음식이기 때문에 뭐가 오리지날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 일반 짜장면과 간짜장, 쟁반짜장, 짜장라면이 조리법과 형태만 다르고 모두 짜장면에 속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누가 들으면 조금은 우스울 이런 황당한 논쟁이 전기산업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전기산업계 진흥을 목적으로 대표발의한 ‘전기산업발전기본법’을 두고 전기분야와 타 업계간 의견 충돌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가장 대표적인 논쟁은 법안 내 전기사업에 대한 정의에 ‘지능형전력망 사업’이 포함된 것을 두고 벌어지고 있다. 지능형전력망은 전통적인 전력망 사업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시켜, 효율적인 전기소비와 수요관리를 수행하기 위해 실시하는 사업이다.

이를 두고 정보통신공사업계는 전기공사업과 정보통신공사업이 구분돼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업역을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여러 언론에서도 전기산업발전기본법이 타 산업계 법안과 중복된다며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전기산업발전기본법은 전기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법안이다. 전기의 생산, 공급, 이용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자는 법안이지 전기공사의 업역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법안을 두고 업역 문제를 논하는 건 굉장히 편협한 시각이다.

지능형전력망 사업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전기공사나 정보통신공사라는 측면에서만 살필 게 아니라, 인프라 구축을 위해 설치되는 지능형전력량계(AMI),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제조산업과 수요반응(DR), 전기차 충전 등 다양한 관련 사업이 얽혀있는 큰 개념으로 봐야 한다.

이 같은 대규모의 전기 관련 산업을 단지 정보통신공사가 일부 엮여 있기 때문에 전기산업에 포함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물 닭갈비를 닭갈비로 부르지 말자는 것과 다름없는 소리다.

전기차를 만드는 데 전기·화학 분야인 배터리 제조업체가 엮여있다고 해서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를 자동차 산업에 포함하지 말아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지는 않는다.

각자의 업역은 개별 공사업법을 통해 이미 잘 정의돼 있다. 업역 분쟁은 각자의 공사업법에서 다뤄야 할 문제지, 전기산업계 전체의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전기산업발전기본법에서 논할 문제가 아니다.

전기산업발전기본법은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전기산업 발전 기반을 다지기 위한 중요한 법안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두와 함께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한 전기산업계의 역할을 다지고, 크게는 국가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기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법안이 일부 업계의 좁은 시야로 인한 발목잡기에 붙들려서는 안된다. 융합의 시대를 외치는 요즘, 산업계 간 협력은커녕 사소한 말꼬리 잡기 싸움을 해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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