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관객 약 1393만3600명, 누적 매출액 약 1221억7517만원. 마블영화 시리즈 가운데 가장 큰 흥행작으로 꼽히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성적이다. 엔드게임이 이 같은 성과를 올린 데는 마블의 수장 케빈파이기를 주축으로 여러 작품에서 서로 연관된 복잡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마블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성공적으로 구축했기 때문이다.

마블의 경쟁사 DC는 이를 벤치마킹하며 마블처럼 세계관을 공유하는 ‘저스티스리그’를 2018년 발표했지만 참패하고 만다. 아이언맨, 토르, 헐크 등 여러 캐릭터의 매력을 계획적으로 보여준 마블과 달리, DC는 슈퍼맨과 원더우먼을 제외하고 사이보그맨, 플래시, 아쿠아맨 등을 처음 영화에 출연시키는 가운데, 기원까지 풀어내려 했고 캐릭터에 애착형성이 안 된 관객들은 루즈하게 이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묻지마식 따라 하기가 어떤 비극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봄이면 우리나라 곳곳에서 열리는 벚꽃축제, 청계천 되살리기 이후 지자체에서 붐처럼 일어난 하천복원운동 등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기자로서 최근 비슷한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매일 아침, 다른 언론사에서 어떤 기사가 나왔는지 모니터링하면, 심심치 않게 ‘스마트시티’를 선언한 지자체에 관한 기사를 볼 수 있다.

세종시와 부산시는 물론이고, 서울시, 강원도, 부천시, 고양시, 천안시, 광명시, 성남시, 김포시 등 당장 지난 2일간 포털창에서 스마트시티로 검색된 도시다.

제3차스마트시티 종합계획에 따르면 스마트시티를 추진중인 지자체는 서울·인천·경기 21곳, 강원 3곳, 충북 5곳, 대전·세종·충남 8곳, 대구·경북 7곳, 부산·울산·경남 12곳, 제주, 광주·전남7곳, 전북 3곳 등 67곳으로 전국 226개 지자체 중 약 29.7%에 달한다.

자율주행차, 드론관제, 스마트쓰레기처리, 헬스케어, 스마트물관리, 스마트미세먼지 관리 등 비슷한 것들을 스마트시티에 담겠다고 선언한다.

지자체마다 문화가 다르고, 사람들의 생활터전이 되는 환경이 다르다. 그래서 지역축제들도 비슷한 축제보다 지역의 색을 잘 살린 행사들이 선전하고 성공을 이어가는 것이다.

반면 똑같은 스마트시티를 선언하는 것을 보면 자치단제장들이 임기 기간동안 업적으로 남기기 위해 무작정 내놓는 게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임기기간 동안 결과를 남기고 싶겠지만 그 결과는 주민들이 감당해야 한다.

스마트시티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해외도시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스마트시티 설계 단계부터 다년간 전문가, 행정가, 주민 등 다양한 계층이 논의하며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마블시네마라는 왕국을 쌓아올린 케빈파이기의 노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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