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외길 인생 41년째…수소차보다는 전기차가 경쟁력 우위
“경험과 노하우 살려 국내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싶어”

김진수 우진산전 부사장.
김진수 우진산전 부사장.

​김진수 우진산전 부사장은 천연가스(CNG)버스, 저상버스, 하이브리드버스, 전기버스 등을 개발하며 그동안 국내 버스 시장을 이끌어왔다.

김 부사장은 1979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해 버스 추진시스템 설계분야에서 21년간 근무한 이후 일본 이스즈자동차 대형설계부, 독일 ZF 한국지사를 거쳐 2015년부터 현재까지 우진산전 부사장직을 맡고 있다.

대학교에서 화학 전공, 기계 부전공을 한 김 부사장은 군대에서도 전기전자 정비를 맡다보니 자연스레 자동차를 평생 업으로 삼기에 적절했다고 소개했다. 버스 외길 인생 41년째인 그를 만나 우리나라 전기버스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버스 최고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의 성과와 우진산전에서 역할은 무엇인가.

“대우버스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있을 때 디젤버스에서 나오는 매연에 대한 지적이 막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예 연료를 CNG로 바꿨다. 그때가 아마 1995년쯤이었던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유럽과 달리 고상버스 위주였던 우리나라에 교통 약자들을 위한 저상버스를 개발했다. 몇 년 전 수학여행가던 관광버스가 비탈길을 내려오다 브레이크 과열로 대형사고가 있었는데 제3의 브레이크인 리타더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이를 7년 전에 법제화시켜 모든 버스 차종에 적용하게 했다. 이곳(우진산전)에 온 지는 5년 정도 됐다. 김영창 회장이 바이모달 트램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동안 철도만 해왔던 회사라 버스에 대한 도움이 좀 필요하다고 했다. 와서 보니 시리즈(직렬식) 하이브리드였고 디젤 엔진 때문에 배기가스 배출 지적이 나와 다소 판매가 부진했다. 그러나 도시환경 개선을 위해선 시내버스는 반드시 친환경 차량으로 개발이 필요하다는 회장님의 개발 승낙으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설계를 시작해 2년 반 만인 지난해 11m짜리 전기버스 ‘아폴로1100’을 시장에 내놨다.”

▶전기버스 라인업을 소개해달라. 우진산전만의 강점은 무엇이고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내 모든 노하우를 담으려고 했다. 일단은 제일 간단한 구조로 필드(버스 운행 현장)에서 사용하기 편하고 고장이 최대한 적은 차가 목표였다. 토크는 높고 RPM이 낮은 원모터 시스템을 채택했다. 타사에 비해 확실히 잘한 선택이라고 본다. 배터리의 경우 지금은 리튬 NMC(니켈·망간·코발트) 배터리를 쓰고 있으나 내년에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로 바꾼 전기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또한 버스의 2~3배 되는 시장이 트럭이다. 일단 버스 기반부터 다진 후에 단계적으로 진출할 생각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전기버스 라인업은 모두 저상형으로 아폴로1100을 비롯해 9m ‘아폴로900’, 7.5m ‘아폴로750’, 18.8m 바이모달트램이 있다. 고상형 버스를 필요로 하는 곳도 있어 구상 중이다. 보디 제질은 알루미늄이고 조립식으로 만든다. 녹과 부식에 강하고 만약 파손되더라도 교환하기 쉬운게 특징이다. 또한 차량관리 및 고객관리를 위해 ‘EV-리모트 모니터링 시스템(RMS)’ 적용으로 실시간 상황을 확인하고 재빨리 대응할 수도 있다. 실제 시범운행을 해본 고객들은 주행안정성이 좋고 타사보다 정비성이 우수하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 현재 실적은 29대가 출고됐고 앞으로 28대가 예정됐다. 내년에는 200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전산전이 지난해 11월 ‘대구 국제 미래자동차 엑스포 2018’에 참가해 부스를 마련하고 전기버스 ‘아폴로’를 전시했다.
우전산전이 지난해 11월 ‘대구 국제 미래자동차 엑스포 2018’에 참가해 부스를 마련하고 전기버스 ‘아폴로’를 전시했다.

▶전기버스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국내외 시장은 어떤 상황인지도 알려달라.

“노선버스, 셔틀버스, 출퇴근 통근버스, 마을버스는 앞으로 무조건 전기버스로 바뀔 것으로 본다. 국내 버스 연간 생산량이 1만8000대 정도다. 9000대가량이 9m 이하급이고 나머지가 9m 이상 버스다. 이 중 11m 대형 시내버스가 4000대인데 이게 지금 전기버스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한국 버스가 동남아시아에서는 상당히 인기 있는 편이다. 일본은 보수적성향이어서 시장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면서 물밀 듯이 들어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전기버스의 장점을 꼽는다면 ▲첫째 전기공급이 쉽다 ▲둘째 정비가 쉽고 차량 유지관리 비용이 적다 ▲셋째 (정부 보조금 덕분에)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CNG 버스 가격이 1억2000만원 수준이고 전기버스는 4억원이다. 하지만 이 차이를 정부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운영·유지·관리비까지 계산하면 더 싸다. 사실 모든 전기차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배터리다. 계속 개선돼야 한다. 부피와 무게는 줄여야 하고 성능은 높여야 한다. 물론 가격도 더 내려가야 한다. 그래서 전기버스의 전체 가격을 낮춰 경쟁력 있는 차량을 만들어야 한다.”

▶수소차가 상용차에 적합하다던데 개인적인 의견을 말해달라.

“기본적으로 수소차도 전기차다. 그러나 2차전지를 사용하지 않고 3차전지(연속적전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소는 한계가 있다. 둘 다 친환경이지만 결국 수소는 여러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수소가 아무리 빨리 상용화된다고 하더라도 지금부터 10년 이상은 족히 걸린다. 수소를 백금 촉매를 통해 양자와 전자를 분리해야 하고 또한 백금 촉매는 비싸다. 그리고 수명도 짧다. 지금 기준으로 5000시간인데 하루에 버스 10시간을 운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2년도 채 못쓴다는 얘기다. 예전에 디젤에서 CNG 버스로 바꿀 때는 도시가스 연료를 압축해 쉽게 사용이 가능했지만 수소 연료 전지 차량은 수소를 쉽게 얻을 수 없어 제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원유 정유를 통한 고분자 물질의 부산물 생산 시 나오는 ‘부생가스’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 방식’ ▲메탄(CH4)을 분해하는 ‘개질화’ 등 방법은 크게 3가지다. 부생가스는 양이 너무 적어 모든 차에 충당하기 어렵고, 수전해 방식은 비효율적이라 경제성이 없으며, 개질화는 CNG량에 대비해 수소를 25% 밖에생산하지 못하는 데다 이산화탄소(CO2)가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환경오염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수소차량이 적을 때는 어차피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가스를 쓰는 것도 좋고 남는 전기를 이용해 수전해 방식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수소경제라는 타이틀로 개질화했을 때 나오는 CO2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정부나 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예전부터 내 경험과 노하우를 회사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위해 쓰고 경쟁력이 있는 차량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협력회사와 정보 공유도 많이 하고 기술 협약도 많이 맺었다. 전기차 시장에서 현재 우리나라가 중국에 대해 고전하고 있지만 시간을 가지고 노력하면 반드시 우위를 점유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이를 위해 업계가 모여 우리 산업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업계가 서로 발전해야지, 경쟁만 하다가는 모두 다 죽는다. 정부도 경쟁만을 부추기지 말고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을 펴주길 바란다. 우리는 빠른 시간 내 국내에서 자리를 잡고 해외로도 나가고 해야 하는데 가격 경쟁력에 가로막혀 있다는 게 너무 아쉽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리딩할 수 있는 걸 밀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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