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 지속적으로 고도화되면서 전기는 모든 생활의 동력이 됐다. 전기가 하루만 없다면 국가가 마비될 수 있고, 개인의 생활자체가 힘들어진다. 하지만 너무 편리하고 값싸게 사용하다 보니, 복잡한 전기 생산 과정과 전기의 가치에 대해선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다만 관심인 것은 이렇게 편리하고 편안하게 사용하는 전기요금이다.

전기요금은 이제 정치적 논쟁의 대상까지 됐다. 제품(전기)에 대한 정확한 원가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적정이윤을 붙여 판매하면 되지만, 정부와 정치인들의 욕심이 요금에 반영되면서 전기요금은 요금으로서 기능은 묻히고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됐다. 때문에 ‘요금을 제대로 받자’는 주장을 하면 큰 잘못을 한 사람으로 혼나야(?) 한다. 최상위 고급 에너지인 전기가 값싼 에너지로 전락한 것은 제대로 된 평가가 안 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기의 사용 단위 1kWh는 상상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사용하는 장소 규모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1kWh를 가격으로 산출하면 전체 평균 가격은 109원/kWh 가량 된다. 1kWh의 전기로 발휘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생각보다 큰데 1kWh를 전기차에 충전하면 6km(서울역~광화문)를 이동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 50대를 충전할 수 있다. 사용전력 100W 기준의 노트북을 10시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다.

이처럼 전기의 중요성과 가치는 꾸준히 상승했지만, 전기가격은 큰 폭의 변화 없이 제자리를 맴돌았다. 1998년~2018년까지 20년간 공공요금의 변화를 보면 버스 요금은 2.6배, 지하철은 2.5배, 택시는 2.3배 올랐지만, 전기 판매 단가는 1.5배 수준에 그쳤다.

기후변화는 인류가 맞닥뜨린 첫 번째 과제가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행동해야 할 것이 ‘전기 다이어트’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이미 수십 년 동안 싼값에 익숙해진 소비 패턴을 바꾸기 위해선 요금을 올려 전기사용을 줄이도록 하는 방법이 우선 되어야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를 외치는 사람들이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조차 전기요금을 올려 에너지 소비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주장하는 데는 머뭇거린다.

정부도 이미 뱉어 놓은 말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이란 단어는 금기어가 됐다. 친환경을 말하는 사람들이나 정부, 정치권(여당) 누구도 ‘전기요금 인상’에 눈을 돌리다 보니, 다음세대가 짊어질 짐은 차곡차곡 쌓여간다. 당장 조금씩 부담을 짊어진다면 연착륙 할 수 있는 전기요금 정책이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외면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안타깝다.

‘전기요금 로드맵’이 이번 달에 완성되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논의가 될 것이다. 로드맵의 방향은 그동안 논의됐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지만, 결정 과정은 예전보다 객관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또 결정에 대해서는 미래를 생각해 쿨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참에 전기는 가격 보다 가치로 평가되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전기를 아껴 쓰는 습관을 몸에 익히고, 인류의 고민인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처럼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면 기후변화에 대한 국민들은 먼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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