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원 현대일렉트릭 회전기영업부 대리는 남성들이 많은 중전기업계에서 보기 드문 영업우먼이다. 전통적으로 전기 분야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탓에 영업일선에는 여성의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 틈을 비집고 이승원 대리는 당당하게 실력을 인정받았다. 더구나 경쟁사인 효성중공업 출신이다.

“효성중공업에서 6년여간 기전 분야 기획 및 영업 관리와 해외영업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영업수주 실적을 분석해 다음연도 수주목표와 전략을 세우고, 국내외 고객을 관리했죠. 마지막에는 해외영업도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에너지가 바닥난 저를 발견했죠. 영업은 재미있었지만 실적에 대한 압박감과 보수적인 회사 분위기가 저를 지치게 만든 것 같습니다.”

대리 3년차에 퇴사를 결심한 그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혼자 훌쩍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했고, 회사일로 미뤄뒀던 취미생활도 누렸다. 그러던 어느 날 해외영업을 할 때 만났던 고객으로부터 취업제의가 왔다.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지인으로 알고 지낸 고객이 그를 지금의 직장인 현대일렉트릭에 추천한 것이다.

“(고객이) 저를 좋게 봤는지 마침 구직공고가 난 것을 보고 저를 영업직에 추천한 겁니다. 그분은 현대일렉트릭의 고객이기도 했죠. 영업 일을 하면서 고객과의 관계설정에 공을 들였습니다. 단순히 물건만 파는 비즈니스 관계로만 보지 않았던 게 이직 기회로 돌아온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렇게 1년의 꿀 같았던 휴식은 끝이 났다. 지난해 10월 현대일렉트릭으로 적을 옮긴 이 대리는 회전기(전동기) 영업부에 배치됐다. 유일한 홍일점. 그의 역할은 미주 영업담당이다. 미국의 경우 현대일렉트릭의 가장 큰 판매시장 중 하나다.

하지만 전기와 기계를 모두 알아야 하는 회전기의 특성상 기술적 이해가 뒷받침돼야 했다. 회전기는 기계공학도인 이 대리가 첫 번째로 넘어야 할 산이었다.

“퇴근하면 전기 공부만 했습니다. 전기기사시험도 준비했어요. 주말에도 시간을 내서 회전기의 원리를 학습했죠. 제품을 모르면 고객에게 팔 수 없으니까요.”

회사 교육을 병행하며 짧은 시간 안에 그는 전동기 전문가로 성장했다.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와 동료들의 응원은 큰 힘이 됐다. 특히 부서장님의 용기와 격려가 가장 생각이 난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점차 이 대리 특유의 ‘꼼꼼함’과 ‘감성영업’이 빛을 발하며 자신감이 붙었다.

“국내 중전기 업체 중에 해외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곳은 ‘현대’입니다. 그동안 쌓아온 품질에 대한 완벽함이 지금의 현대를 만들었죠. 이름값만으로도 의뢰가 들어오지만 주로 주문 제작이 많아요. 특히 미국시장은 초기부터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일감이 떨어져 나가기도 해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요. 저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장이죠.”

영업 업무 특성상 출장도 잦다. 미국은 땅이 넓다보니 거래처간 이동시간도 기본 2~3시간 이상 걸리기 일쑤다. 여기에 대륙간 비행시간까지 합치면 피로도는 늘 극에 달한다. 육체적으로 힘들기 하지만 새로운 문화에 대한 배움과 도전은 항상 활력을 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피곤해도 직접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게 영업에 큰 도움이 됩니다. 상대의 성향을 알아야 대응이 쉽기 때문이죠. 물건만 파는 게 아니고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소통이 잘 되고 기회도 찾아옵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운동으로 해결한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 대리는 ‘전기사랑 마라톤’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다른 문화를 경험해보려고 합니다. 해외영업 부문에서 더 오래 있으면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어요. 더 많은 곳에서 현대일렉트릭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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