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신갈-흥덕 1km 구간 실계통 준공...154kV급으로 확대

김종갑 한전 사장이 초전도 송전기술 상용화사업 준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이 초전도 송전기술 상용화사업 준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한전이 전기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거의없어 꿈의 기술로 불리는 초전도 송전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초전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지 40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한국전력(사장 김종갑)은 5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흥덕 에너지센터(변전소)에서 세계 최초로 초전도 송전 상용화 준공식을 가졌다. 초전도 케이블은 ‘꿈의 송전망’이라 불리는 차세대 전력 송전 기술로 기존의 구리 도체를 초전도체로 대체한 케이블을 말한다. 기존 케이블 대비 송전 손실이 1/10 수준으로 줄며 송전용량은 5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어 저전압·대용량 송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로 증설이 어려운 대도시와 과부하로 교체가 필요한 선로에 적합하다.

이번에 준공한 23kV 50MVA 차세대 송전 시스템은 신갈~흥덕 에너지센터(변전소) 간 약 1km 구간에 세계 최초로 초전도 전력케이블을 활용한 송전기술을 적용해 상용화한 것이다. 올 7월 시험운전을 시작한 후 준공식 이후인 11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이번 초전도 상용화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는 올해 10월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발행하는 백서에 ‘세계 최초 초전도 상용국’으로 등재돼 국제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초전도 송전 상용화로 도심지 내 에너지센터(변전소) 간 전력공급능력을 공유함으로써 설비 이용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2016년부터 이어온 대한민국의 초전도 송전 기술 우위를 다시 한번 세계에 입증해 글로벌 초전도 전력기기 기술 개발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번 사업은 한전이 국내 기업 간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을 이끌어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등 그 사업적 의미가 높다는 평가다. 한전의 지원을 통해 일본이 전략물자로 분류하고 있는 초전도 소재를 중소기업인 ㈜서남에서 100% 국산화했다. 한전은 향후 초전도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세계 최초의 154kV 초고압 초전도 송전 상용화 사업 및 23kV급 3상 동축형 초전도케이블을 적용한 초전도 플랫폼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김종갑 사장은 “작은 규모로 설치한 에너지센터에서 세계 최초의 준공식을 가졌지만 이제 출발점에 섰다”며 “소재‧부품‧장비의 자립화를 넘어 글로벌화 추진을 발표한 정부정책에 발맞춰 미래 핵심기술인 초전도 분야가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우리나라가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초전도 분야 국내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추진하는 등 초전도 산업 선순환을 통해 ‘퀀텀점프’하는 데 출발점이 되자”고 밝혔다.

이날 준공식에는 김종갑 한전 사장을 비롯해 명노현 LS전선 대표이사 등 산‧학‧연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해 그간의 성과를 기념했다.

◆초전도기술 시작은 늦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앞서

초전도케이블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독일, 일본 등 전 세계에서 4개국만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 기술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한국전력, 한국전기연구원, 창원대, LS전선 등에서 연구개발에 매진, 지난 2011년 9월 세계 네 번째로 교류 22.9kV 50MVA, 직류 80kV 500MW급의 초전도 케이블과 단말, 접속함, 냉각시스템, 제어시스템으로 구성되는 실용화급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이어 2014년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직류 초전도 케이블 시험 운전에 성공해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특히 초전도 케이블의 핵심 재료인 ‘초전도선재’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초전도 케이블의 상용화를 한층 앞당기게 됐다. 2016년 3월에는 세계 최대 송전용량의 AC 154kV 초전도 전력케이블 시스템을 준공, 실계통 운전에 들어갔다. 초전도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은 40년 전이지만 본격화된 것은 2001년 부터다. 2001년부터 10년간 지속적으로 21세기 프런티어사업을 통해 투자된 ‘DAPAS’(Dream of Advanced Power system Applied by Superconductivity technologies)사업이 우리나라의 초전도 기술이 명실상부 세계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연구기술은 곧바로 실증을 통해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기술을 가다듬어 나갔다. 이 과정에서 한전의 역할이 컸다.

한전은 경기도 이천에 초전도 전력케이블 및 초전도 한류기의 실증, 그리고 제주도에 설치된 직류 및 교류 초전도 전력케이블 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 전력계통 분야의 관심을 받게 됐다. 이는 세계 최고 전압급(154kV)의 초전도 전력케이블을 실제 운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전력손실 거의 없어…미래 송전기술로 평가

초전도 송전이 상용화되면 송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손실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력산업의 성장과 발전은 전압을 올리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동일한 용량의 전력(=전압 x 전류)을 송전하는데, 보다 더 높은 전압으로 송전하면 전류값은 자연스럽게 낮아지게 되고 전류로 인해 발생하는 전력손실(=저항 x 전류2)도 전류의 제곱에 반비례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보다 더 높은 전압으로 송전하기 위해 전력산업의 기술이 발전해 왔고, 현재 우리나라는 765kV급으로 송전을 하고 있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전압을 높이는 기술에서 이제는 저항이 없는 상태에서 전기를 보낼 수 있는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송전과정에서 전력손실을 없애는 기술인 ‘초전도’ 를 계통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제로(직류에서는 완전한 제로, 교류에서는 교류 자장의 영향을 받아 일부 손실이 발생함)인 도체다. 전기저항이 제로라는 것은 전류로 인해 발생하는 전력손실(=저항 x 전류2)이 완전히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굳이 전압을 올려 송전할 필요성이 없어지게 돼 획기적인 전력산업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전압을 올릴 필요가 없게 되면 절연을 위해 발생하는 많은 비용이 절감되게 되고, 사회적 수용성을 보다 높일 수 있게 된다.

◆초전도란

초전도 현상은 1911년 네덜란드 라이든(Leiden) 대학의 카멜링 온네스(Keike Kamerlingh Onnes) 교수가 4.2K(약 -269℃)에서 헬륨의 액화에 처음으로 성공하고, 이 온도에서 수은(Hg)의 전기 저항이 ‘0’ 이 되는 현상을 측정함으로써 초전도 연구의 역사적 첫걸음을 내디뎠다. 초전도 현상은 초전도 특성을 갖는 금속 화합물이 특정 온도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고 내부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밀쳐내는 현상으로 현재까지 이러한 초전도 현상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연구는 계속돼 왔다. 특히 조금 더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화합물질을 발견하고자 하는 연구는 과학계뿐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 세기에 걸친 연구로 초전도 특성을 보이는 물질만 약 1000종 이상이 발견됐지만, 이 중 단 5~6종만이 실제 생활에 응용 가능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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