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 구조 빨리 바꾸지 않으면 좌초자산 더 커질 것"
펠릭스 크리스티안 매티스 박사, 독일 탈석탄위원회 소속 경험 공유
작성 : 2019년 11월 04일(월) 17:05
게시 : 2019년 11월 05일(화)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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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어떻게 할지, 그 방향을 빨리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민간 화력발전 등으로부터) 보상 요구를 덜 받을 거예요. 이대로 가다간 엄청난 좌초자산 위험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펠릭스 크리스티안 매티스(Felix Christian Matthes) 박사<사진>는 지난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그는 “독일에서도 에너지전환의 1등 공신은 전력시장 구조를 바꾼 것”이라면서 “한국도 전력시장 구조 변화를 대비하고, 이를 설계해 다양한 전원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티스 박사는 독일 응용생태학 연구소 소속으로, 최근 독일 탈석탄위원회(Coal Exit Commission)에서 활동했다. 2018년 독일 메르켈 정부는 탈석탄위원회를 조직하고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폐쇄와 관련한 상세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위원회에는 의회, 정부 관계자부터 산업계, 환경단체,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탈석탄에 따른 경제·사회적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해당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따랐음은 물론이다. 위원회는 대대적인 합의를 통해 올해 1월 ‘2038년 석탄발전 전면 폐지’ 방안을 내놨다.

독일은 앞서 2014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50년까지 80%로 확대하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다만 해당 정책 시행에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2050 온실가스 중립 달성) 달성이 불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탈석탄 정책을 내놨다.

“재생에너지를 도입하면 탄소 배출이 줄어들 것이라 봤는데, 막상 재생에너지가 가스를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났어요. 석탄보다 청정한 연료인 가스가 밀려나고, 연료비가 낮은 석탄은 줄어들지 않은 것이죠. 지난해 탈석탄위원회가 등장한 배경입니다.”

매티스 박사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기술적인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투명한 플랫폼이 생긴다면 전력시장 운영자들이 참여하면서 충분히 제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가 사는 동독 지역에서도 예전엔 50% 재생에너지 달성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봤어요. 그런데 지금은 전력소비량의 6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전력 시장이 15분 단위로 운영되면서 사업자와 소비자에게 시그널이 명확하게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발전예측 정확도도 높아지고 있죠. 이 밖에 에너지 저장, 수소발전 등 보조적 수단에 투자하면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더 수월해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가격 신호를 정확히 주는 투명한 플랫폼이 있기 때문이죠.”

매티스 박사는 직접 전력 데이터를 볼 수 있는 홈페이지를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15년 전만 해도 이런 방대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을 줄 몰랐지만, 지금은 어떤 발전원이 얼마만큼 운영되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탈석탄위원회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합의를 이뤘을까. 이에 대해 매티스 박사는 ‘예측 가능성’을 꼽았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건 확실성(certainty)이죠. 2년 뒤 정권이 바뀌더라도 위원회에서 내놓은 타협안이 이행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했어요. 특히 갈탄을 주로 생산하는 동독 지역 노동자, 지역사회에 대한 보상이 핵심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무연탄(서독지역에서 주로 생산)과 갈탄 사이의 균형, 즉 서독과 동독 발전의 균형을 꾀하는 게 위원회의 과제였죠. 이를 위해 무연탄 중심의 서독 부근 광산부터 정리하고, 동독의 갈탄 광산을 차차 폐쇄하는 방법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나왔습니다.”

2038년으로 최종 탈석탄 연도를 잡은 것도 동독지역의 정책 적응을 위한 연착륙 방안이었단 설명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광산 산업보다는 발전산업이 뜨거운 감자다. 이에 대해 매티스 박사는 독일에선 사회 전체가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었기에 합의를 이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존 발전 사업자들도 석탄이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데 동의했기에 협의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차후 탄소 가격이 올라가면 석탄을 퇴출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가격 신호가 작용했죠. 이와 함께 비용 보상도 함께 병행됐습니다. 기존 석탄발전사업자에게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수 있는 만큼의 자금을 현금 보상하는 방식이 제시된 거죠.”

치열한 합의 끝에 나온 탈석탄위원회의 방안은 내년 상반기에는 법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매티스 박사는 “위원회가 낸 권고안이 지역사회에 대한 구조적 지원 체계, 발전사업자 보상체계 등을 갖췄기 때문에 법안으로 반영될 것”이라면서 “내년 3월 정도면 모든 입법 과정을 걸쳐 법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지 기자 기사 더보기

kimyj@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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