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택 인천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강승택 인천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무더운 여름, 그리고 태풍이 몇 차례 찾아온 뒤, 어느새 가을이 되어 큰 일교차와 단풍 행락차들로 붐비는 고속도로의 교통체증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달갑지 않은 미세먼지가 11월 1일을 전후로 두 번이나 전국을 뒤덮었습니다. 겨울과 봄의 특징이 되어가는 미세먼지, 이것을 줄여보겠다고 여러 가지 방안이 시도되고 있는데, 그 중 한 방안이, 디젤차를 되도록 멀리하고 노후 경유차는 빨리 교체하라는 권유를 듣습니다. 연료구입비가 낮다고 많은 사람들이 디젤차를 타고 다니다, 이제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설 자리가 좁아져가고 있습니다. 필자가 말하려는 것은 전기 자동차나 그린 에너지 정책이 아닙니다. 이런 시대에 디젤차만 써야하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그 동네 사람들이 세상의 흐름을 거스르면서 왜 그러는지를 알아보았더니, 글쎄...

그런 시대착오적인 일이 벌어지는 곳은 미국의 그린뱅크라는 마을입니다. 필자가 연구년을 보낸 대학교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데, 맑은 공기를 그리워하는 사람의 미간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위 아니겠습니까? 이유를 알아보니, 이해가 되더군요. 바로 전기자기 잡음원을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위해서냐면, 바로 고감도의 전파천문장비를 전자기 잡음으로부터 떼어놓겠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라디오를 튼 채로 형광등을 켜면 수신되는 방송신호가 지글거림을 경험하셨을 텐데, 그것을 전파 잡음이라고 하고 이 잡음에 방해를 받지 않으려는 대책이랍니다. 전파 잡음은 전기자기 현상으로서, 전기력의 근원인 전하가 가속이 되어 전류 펼스가 되어 금속선의 끝단으로 내 몰리면 공기 중으로 점프하게 되는데, 이 때 발생하는 것입니다. 다시, 그린뱅크 얘기로 돌아가, 이 마을에는 전파천문용 대형 반사판 안테나가 있고 수신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형 반사판 안테나는 직경이 100 미터이고,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필자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인공위성 탑재체를 개발할 때와 대학교에서 초고주파 부품을 설계해 제공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의 대전 본원의 한적한 곳에 반사판 안테나들이 서 있는데, 이들도 하늘을 향해 조향각도를 바꿀 수 있어, 크기만 다르지 유사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KARI의 리플렉터 안테나는 인공위성을 향하고, 그린뱅크의 대형 반사판 안테나는 더 먼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바로 중성자별 관찰 등의 천문을 위한 것으로, 우주로부터의 물리현상을 소리라고 하자면 반사판 안테나는 귀 역할을 합니다. 귀가 클수록, 멀리까지 관찰할 수 있어, 100 미터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구조물이 되는 것입니다. 깊은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전자파들을 수집하는 반사판 안테나는, 심우주의 신호는 먼 길 오느라고 약화가 되어 있으므로, 감도가 매우 높습니다. 물리적으로 크고 감도가 좋은 귀는 유의미한 신호도 잘 잡겠지만, 근처에 잡음이 있다면, 이 무의미한 신호가 멀리서 온 신호보다 커져, 방해를 받게 됩니다. 우주의 현상을 전자파 지도로 그리려고 하는데, 잡음 때문에 지도 상에 이상한 점이나 형상들이 찍히면, 오판을 하게 됩니다. 이 마을은 국가적으로 전자파 청정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공기 청정 적용지역이라고는 할 수 없겠네요. 왜 이래야 할까요?

하와이에는 산 정상에, 아레시보에는 계곡에, 호주에는 사막에 전파천문 반사판 안테나들이 놓여있습니다. 부동산 재벌들이 보기에는 이국적인 리조트 후보지역으로 보고 로비를 해도 벌써 했을 법한데, 법 때문에 그럴 수 없습니다. 전자파 오염을 허용하지 않는 법이, 그 곳들과 그린뱅크에 씌워져 있습니다. 그린뱅크 사람들이 연료비가 낮아서 디젤차를 고집한다기 보다는, 전기자기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승용차로 우전하는 휘발유 차는 내연기관에서 일정 정도의 폭발이 일어나 기계력이 발생되는데, 그 폭발을 유도하는 것이 점화 플러그입니다. 이 점화에서 불꽃이 생기고, 불꽃은 엔진 금속면과 연결용 금속선들에 전기력에 의한 발을 내려, 전하가 옮겨지고, 이 전하는 금속면들을 타고 다니는 즉 전류 펄스가 되어, 고주파 방사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불꽃은 순간적인 것이므로, 고주파 대역까지 매우 넓은 영역의 주파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불꽃은 우리가 겪는 정전기 방전 때 보는 불꽃과 똑같은 것입니다. 이 고주파 에너지의 일부가 공기 중으로 방사되고, 반사판 안테나의 관찰영역으로 날아들어, 수신기로 흘러 들어갑니다. 이 고주파 방사잡음은 심우주의 전자파 정보와 함께 수신기에 잡히고, 유사 주파수에서 간섭을 일으킵니다. 어느 별의 위치가 주파수의 크기와 위상으로 결정될 때, 우연히 전자파 잡음이 그 주파수라면, 정보가 달라지는 것이죠. 디젤차는 그런 스파크를 발생하지 않는다하여 그 마을 주민들은 경유차를 탑니다. 이들은 마을에 있을 때는 휴대용 전화기를 쓸 수 없다고 합니다. WiFi의 신호가 전파천문 시스템에 잡음으로 동작하기 때문입니다. 비행기 이륙과 착륙 때나 준비 시, 휴대용 전화기를 비행모드로 두라고 하는 것과 같은 목적입니다. 아미쉬 마을도 아닌데, 유선 전화기로 전화하고, ‘꺼진 스파크도 다시 보자’라고 하면 거주하는 이 마을, 과학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네요.

우리나라는 산골에서도 WiFi가 되고, 위락시설들이 시골에도 파고들어, 전자파 청정지역을 찾기가 힘듭니다. 지인이 몇 년전부터도 강원도 산 천문대에서 전파천문 활동을 하려고 할 때, 잡음이 커지고 반갑지 않은 주파수도 늘어만 가더랍니다. 필자에게는 충격적이었던 것이, 서울시 유명 도심지 Y대에 국가가 큰 돈으로 지은 전파천문 반사판 안테나가 있어, 휴대전화기로 사진 찍는 명소인데, 주변에 전자파 잡음원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필자가 방문하여 내부 시스템도 볼 수 있었고, 하늘을 향해 방향을 바꾸는 것도 봤습니다. 이 고가의 민감한 장비가 전파오염이 안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린뱅크에서 새로운 중성자별들을 찾아내는 그런 쾌거를 꿈꾸지도 않으면서요. 전자파 기술의 종주를 자처하는 모 학회(전자파간섭분야로 창립된, EE계열의 메이저 학회들에 속하지 않음)의 높은 분들이 이제라도 전기자기의 기본을 돌아보고, 액화질소가 포함된 초고가의 장비를 옳은 위치로 가져가, 순수과학도들이 골고루 쓸 수 있는 공적자산이 되게 해야지, 인스타그램 사진이나 데이트 배경으로 여겨지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전파오염이 당연한 부동산 노른자위 땅에 고가의 장식물까지 보태는 정신이, 노후된 디젤차가 만들어내는 질소산화물보다 더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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