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수입 놓고 가스공사-발전사 ‘동상이몽’
발전사 직수입 확대 조짐에 가스공사 개별요금제 도입 발표
연료비가 급전여부와 직결되는 LNG발전소는 LNG 가격에 민감
민간발전사, 수직계열화 꿈꿔...가스정책 정답 찾을까
작성 : 2019년 10월 31일(목) 15:38
게시 : 2019년 11월 01일(금)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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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액화천연가스(LNG)를 들여오는 방식을 놓고 한국가스공사와 발전사들이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재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공급받는 기업들은 발전용과 가정용에 구분 없이 평균요금제를 적용받는다.

LNG발전은 발전단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육박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기업으로 따지면 제조원가의 90%를 차지하는 재료의 가격을 경쟁업체가 모두 같은 가격에 들여오고 있는 셈이다.

그러던 중 일부 기업이 LNG 직수입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자 다른 기업들도 직수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공기업과 사기업을 막론하고 직수입 물량을 대폭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가스공사는 개별요금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가스수급 안정을 위해 지금처럼 LNG 수입은 가스공사가 주요 플레이어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전사들이 개별요금제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가스공사는 지난 9월 도입예정이었던 개별요금제 도입을 잠정 연기했다.

LNG 수입을 놓고 가스공사와 발전사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LNG발전소가 대거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자 발전사들은 개별요금제 도입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첨두부하 조절용 LNG 발전소...변동비가 급전 갈라

발전사들이 LNG 도입가격에 민감한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간단히 말하면 도입가격이 쌀수록 발전기가 많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전력시장의 핵심인 변동비반영시장(CBP)에서 첨두부하 조절을 담당하는 LNG는 발전에 필요한 변동비에 따라 급전 여부가 결정된다.

기저부하인 석탄·원자력과 달리 LNG는 변동비가 계통한계가격(SMP)보다 높으면 급전지시를 받지 못해 발전기를 돌릴 수 없다.

이런 ‘개점휴업’ 상태를 방지하기 위해 발전사들은 최신식 발전기를 도입해 효율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했으며 이로 인해 현재 국내에는 가스터빈 제조사들의 신제품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연료를 같은 가격에 들여오는 LNG발전시장의 특성상 발전효율이 높을수록 낮은 변동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국내 발전시장이 각 가스터빈 제조사의 신제품을 볼 수 있는 특이한 시장이라는 자조 섞인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LNG를 직접 수입한다면 발전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최신식 터빈을 설치해 1% 단위의 효율 싸움에 매진하기보다는 연료를 싸게 도입하는 방향으로 원가절감을 이룰 수 있다.

발전사들이 LNG 직수입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계절별로 수요 차이가 심한 가정용 LNG와 연중 안정적인 수요를 갖는 발전용 LNG가 같은 요금으로 묶이는 탓에 발전사가 가격 측면에서 손해가 막심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통해 직수입 의향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현재 가스 시장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모든 발전사들이 직수입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수입을 통해 적어도 평균요금제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LNG를 들여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가스공사 개별요금제 카드 내놨지만...

발전사 고객을 모두 잃을 처지에 놓인 가스공사는 개별요금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가스공사가 수입해 온 LNG를 국내에서 구매처별로 협상을 통해 각기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전력포럼에서는 개별요금제 도입을 놓고 백가쟁명이 벌어졌다.

이를 통해 개별요금제가 발전업계와 지역난방업계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류권홍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인천 경실련 정책위원장)는 “개별요금제는 직수입 거래 과정 중간에 가스공사가 끼는 셈인데 그러려면 가스공사가 대리인이라는 자격을 받아야 한다”며 “문제는 회사의 생존이 걸린 LNG 수입계약의 대리인 권한을 어떤 회사가 가스공사에 넘기겠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도 “열을 공급하는 집단에너지사업의 특성상 가스공급 안정성이 매우 중요해 발전사업자들과 달리 전략적인 선택이 어렵다”며 “그런데 개별요금제 등 정책이 너무 급변하다 보니 도망갈 틈도 없이 당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개별요금제를 도입하는 경우에 기존의 계약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도 제기됐다.

평균요금제로 장기간 계약을 이행하고 있는 경우 효율이 아무리 높은 최신식 발전기도 급전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지금도 효율이 떨어지는 노후 발전기가 직수입을 통해 높은 급전순위를 보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새로 설치되는 발전기를 제외하면 오래된 발전기부터 개별요금제의 혜택을 받으면서 급전순위 역전 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요금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설치된 발전기가 가스공사와 개별요금제로 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기존의 계약이 종료돼야 하는데 오래된 발전기부터 가스공사와의 계약이 종료돼 개별요금제의 혜택을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효율이 더 좋은 신식 발전기가 급전순위에서 하위권을 형성하는 기현상이 벌어지므로 기존 계약물량에 대해서도 한꺼번에 개별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직계열화 노리는 사기업

특히 해외에 인프라가 구축된 대기업의 경우 직수입이 가능해진다면 자원개발 단계부터 발전 단계까지 수직계열화가 가능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LNG를 싼 가격에 사서 들여오고 LNG터미널에 저장하고 발전까지 가능해지는 것이다.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고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발전단가가 낮아진다면 한국전력공사의 전력구매비용도 낮아져 전기요금에도 영향을 준다.

문제는 직수입이 활성화되면 가스공사의 역할이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가스수급을 최우선 목표로 놓는 가스공사는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민간기업을 앞설 수 없기 때문이다.

직수입이나 개별요금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가스수급의 안정성 저해를 반대의 이유로 꼽는다.

지금은 천연가스 시장이 수요자 우위 시장이기 때문에 직수입하는 것이 이득이지만 천연가스 시장이 공급자 우위로 전환한다면 업자들이 다시 가스공사에 의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장현국 삼정KPMG 상무는 “지금처럼 국제시장에서 천연가스가 저렴할 때는 모두가 직수입하려고 하지만 만약 국제시장이 급변해 평균요금제를 선택하는 게 이익이 크다고 판단되면 모두가 평균요금제로 돌아올 것이고 이는 요금인상의 요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산업 전체를 보는 정책 필요

개별요금제 도입에 대해 우려가 커지자 가스공사는 잠정 연기 결정을 내리고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발전업계에서는 앞으로 LNG를 이용한 발전이 늘어날 것을 고려하면 전력과 가스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산업부 전력산업과와 가스산업과의 유기적인 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별요금제나 직수입 등 가스 정책이 전력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하므로 가스 정책을 세울 때 전력정책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호 전기연구원 박사도 지난 9월 전력포럼에서 “전력과 가스가 분리된 형태로는 에너지산업의 발전이 어렵다”며 “전기, 열, 가스를 같이 공급하는 민간기업의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LNG를 이용한 발전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산업부와 가스공사가 전력산업과 가스산업을 모두 살리는 정책을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문기 기자 기사 더보기

mkchang@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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