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안요청서에 특정업체만 유리하도록 시방되고, 이를 토대로 평가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의를 제기하며,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 “본 공고문에는 입찰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평가항목들이 있어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에 의거해 이의를 제기하니 면밀히 검토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글들은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라온 지자체 스포츠조명 입찰공고 사전규격공개 과정에서 나온 이의제기 내용들의 첫문장이다. 하나같이 공개된 규격의 내용이 특정업체를 염두에 둔 것 같다며, 시정과 함께 공정한 입찰을 주문하고 있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특정업체를 염두에 두고 작성된 것 같은 입찰의 경우 이의제기 내용은 훨씬 많고, 구체적이다.

하지만 구매를 진행하는 지자체 담당자의 답변은 대부분 획일화돼 있고, 때에 따라서는 궁색하기까지 하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스포츠 조명시설에 대한 입찰이며, 공사의 목적·성질상 시공부터 사후관리까지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처럼 입찰규격을 세웠다”는 게 그들의 항변이다. ‘스포츠조명 시설’이라는 전문성과 시공특성을 감안해 입찰규격을 만든 만큼 업계도 이해하고 따라 달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실내조명이 아닌 스포츠조명과 같은 아웃도어조명의 경우 입찰과정이 훨씬 까다롭다. 제품의 사양도 복잡할뿐만 아니라 제품이 설치되는 지역환경 역시 현장마다 다르기 때문에 요구하는 성능기준과 업체의 건실성 등을 평가하는 요소들이 많다.

하지만 조명을 구매하는 지자체 담당자의 전문성은 이에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스포츠조명의 경우 제품이 설치되는 조명타워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기본적인 광학적 성능에 대한 정보가 필수적인데, 대부분의 구매담당자들은 조명에 대한 지식이 적다.

때문에 설계회사, 조명업체에 시방을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이 같은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 참여하는 조명업체들의 행위를 영업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면 솔직히 할 말은 없다.

지자체의 사업정보를 미리 알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시방이 만들어지도록 움직이는 게 아웃도어 조명업체의 영업행태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아웃도어 조명시장이 이런 식으로만 흘러가면 신생업체는 설 땅이 없다.

신생업체는 대부분 기술개발과 인증획득을 거쳐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입장이라 입찰규격에서 제시한 실적요건 같은 것들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또 스포츠조명과 같은 아웃도어조명의 경우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욱 불리하다.

최근 만난 한 스포츠조명 신생업체 대표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서 맴돈다.

“그동안 기술 개발한다고 수 억원을 스포츠조명에 쏟아 부었는데, 입찰에 계속 참여하면서 느낀 것은 그런 과정이 다 부질없는 일이었다는 겁니다. 차라리 그런 돈이 있으면 지자체 담당자와 어울리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기술개발’과 ‘영업’이라는 기업운영의 두 수레바퀴가 정상적으로 돌지 못하고, 영업만 강조되는 비정상적인 조명시장의 모습이 걱정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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