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기 한국풍력산업협회 회장
손영기 한국풍력산업협회 회장

세계재생에너지총회(KIREC Seoul 2019)가 막을 내렸다. ‘재생에너지, 우리 미래의 활력(Renewable Energy, Energizing Our Future)’이란 주제로 산업통상자원부와 서울특별시, REN 21(Renewable Energy Policy Network for the 21st Century)이 공동 개최한 이 행사는 한국형 에너지전환과 재생에너지 확산모델을 세계에 알리는 자리로 꾸며졌다. 이번 행사는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분야의 국제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라 할 수 있다.

항상 ‘온 국민이 즐기고 참여하는 하나의 축제’로서 모든 재생에너지 행사가 치러지길 희망한다. 그만큼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다양한 오해를 바로잡고 갈등을 불식시키는 게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재생에너지 분야는 국민을 대상으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만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단계까지 와있다. 물론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모든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의 중요성은 수차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감정적이고 정치적인 접근은 지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합의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2050년까지 순수하게 탄소배출 제로(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국가는 칠레, 콜롬비아, 노르웨이 등 몇 개 국가뿐이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처럼 인간과 달리 자연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해외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북극의 얼음이 녹는 속도는 1980년대 이후 6배나 빨라졌다. ‘영원히 녹지 않는 지층’이란 뜻의 영구동토(永久凍土)층도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선진국의 외면 속에서 기후변화라는 인류 공동의 위기는 가파르게 가속이 붙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국제 사회로부터 더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받고 있다. OECD 국제에너지기구 등 다수 국제기구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전력생산량에서 재생에너지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한국의 순위는 OECD 36개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그리고 전체 에너지 총량 대비 재생에너지 비중으로는 꼴찌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세계에서 이산화탄소를 일곱 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국가였다.

기후변화 대응을 둘러싼 이 같은 갈등의 양상은 어디나 유사하다. 기후변화 대응과 원자력발전소 감축 등 큰 틀에서 에너지전환에 동의하지만, 세부적으로 국가 또는 이익집단 간 복잡한 셈법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첨예한 대립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여전히 어른의 관점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뒷순위’에 머물러있다.

하지만 청년과 청소년들은 관점을 달리한다. 그레타툰베리 등 세계 청소년들은 학교를 결석해서라도 기후변화 대응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최근 자주 회자하는 책인 ‘90년생이 온다’에서는 미래 세대에 대해 ‘실행보다 계획을 중시하고, 알맹이보다 형식을 중시하는 조직의 모습에 환멸을 느낀다’고 전했다.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보다는 핵심 편익을 명확히 정의할 수 있는 앱과 기능을 중시한다. 곧바로 문제의 본질적인 핵심에 접근하는 걸 선호하며 이 과정에서 단순히 물질적인 측면이나 경쟁 우위만을 공익이나 개인의 행복의 척도로 보지 않는다.

이 같은 몇 줄의 문장만으로 미래 세대를 모두 정의할 수 없다고 볼 수 없지만 현세대와 교육과정이 책임지지 않는 부분을 질타하고,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그들의 모습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누가 더 현실을 직시하는가’이다. 어른들은 미래 세대에 소위 ‘현실을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라는 현실을 외면하는 어른들이 직시하는 현실은 무엇인가.

올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재생에너지총회의 주제는 ‘재생에너지, 우리 미래의 활력’이다. 우리 미래가 더 활기차려면 현세대가 어떻게 본질적인 이슈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을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미래 세대에 어떤 현실을 안겨줄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