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으로 평가받던 문재인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9·13 대책은 세금·대출·공급 방안을 총망라해 참여정부 시절의 ‘8·31대책’을 뛰어넘는 최고의 부동산 규제책으로 평가됐다. 대출규제 강화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을 골자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 해 ‘8.2 대책’에서 금융, 세제, 청약제도, 재건축·재개발 규제 등을 대거 쏟아냈다. 주택 투기수요를 향해 날린 강력한 ‘핵 펀치’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청와대는 “최소한 5년 동안 부동산 시장을 새로운 구조로 안착시키는 데 대해 확고하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진행할 시간을 갖고 있다”며 “어떤 경우든 이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는 정부의 정책 목표가 실현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실패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정동영 대표(민주평화당)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지난 2017년 1월 대비 올해 9월, 무려 560조원 상승했다고 한다.

정책을 통해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더구나 부동산 시장은 언제나 정부의 목표와는 따로 움직였다.

집값을 잡으려 하면 할수록 거꾸로 오르기 일쑤였고, 반대로 시장을 부양하려고 하면 침체의 골은 깊어갔다. 역대 정부들도 엇박자로 노는 부동산 시장 때문에 늘 골머리를 앓았다.

김대중·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정권 첫해에 하나같이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폈다. 하지만 정작 집값은 거꾸로 하락했다. 집값이 등락없이 가파르게 상승했던 시기는 수도권 전역에 뉴타운 열풍이 불었던 노무현 정부 때였다.

참여 정부는 무려 17번이나 (대부분 수요를 억누르는)부동산 정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그때마다 가격 폭등으로 정책을 무력화시켰다. 마치 정부를 신랄하게 비웃는 듯했다.

물론 참여정부 말기에는 시장이 다소 안정화됐고 이 때 만들어놓은 부동산 규제 덕분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다수 나라가 겪은 부동산 버블을 경험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가장 강력한 규제책으로 불리는 ‘분양가 상한제’다.

이르면 내달부터 서울 강남권 등 전국 투기과열지구를 대상으로 분양가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적용 지역을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 제도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18주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기시감을 느낄 만큼 이번에도 정책과 시장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보인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복잡한 문제에 대한 간단한 해법은 없다. 왜냐하면 그런 해법이 존재한다면 이미 누군가가 시행했을 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책을 우롱하는 것처럼 보이는 집값을 정부는 ‘미치도록’ 잡고 싶을 것이다. 결국 인내심과 일관성, 집요함 말고는 다른 묘수가 없어 보인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