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안전등급 항목 198건 누락
시스템 오류, 이전점검 확인 불가 등 원전안전관리 소홀실태 드러나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금천구).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금천구).

안전한 관리가 요구되는 원전에서 계획예방정비 항목이 820여 건에 달해 누락됐던 실태가 밝혀지면서 원전의 미흡한 안전관리가 실태가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금천구)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진행됐던 원전 계획예방정비(OH)에서 정비항목을 823건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의 계획예방정비는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등 관련 규정에 의거go 일정 기간마다 원전 가동을 멈추고 계획적으로 진행하는 정비로 원전의 지속적이고 안전한 운영을 위해 실시된다. 계획정비는 정비 항목마다 점검수행주기가 있으며 주기는 항목마다 다양하게 규정돼 있다.

한수원에서 계획예방정비 작업항목을 선정할 때에는 자체 정비관리시스템을 활용해 계획예방정비 작업항목을 선정하고 검토과정을 거쳐 작업항목이 확정되면 작업 명령을 생성하도록 돼 있다. 작업항목을 확정한 이후라 하더라도 추가 작업항목 필요 시 시스템을 활용, 작업항목을 직접 생성·발행하도록 한다.

하지만 2014년도부터 3년간 한수원에선 823건에 해당하는 작업항목에 대한 예방정비를 수행하지 않고 건너뛰었다.

▲이전작업 수행 이력의 확인 불가로 누락돼 수행주기를 재등록해야 했던 경우가 313건 ▲단순 작업누락이 203건 ▲시스템 오류로 작업항목 명령에 생긴 누락이 189건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목별 안전등급도가 높은 A와 B 등급에 해당하는 등급의 항목누락 건도 198건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수원의 ‘기능적 중요도 결정 지침’에 따르면 효율적인 예방정비 시행을 위해 각 기기별 설비등급, 중요도, 운전 빈도, 운전환경을 고려해 기능적 중요도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에 정비항목별 중요도 등급코드를 A, B, C, X까지 4가지로 분류해 운영 중이다. 이 중 A등급과 B등급은 원자로의 안전, 발전소 운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기로서 고장 발생 시 발전소 출력 감발, 원자로 정지 등 발전소 안전 및 운전에 영향을 미치는 기기로 정의된다.

A등급과 B등급에 대한 작업항목 누락 중 A등급은 115건, B등급은 83건으로 조사됐다. A등급 누락 115건 중 ▲이전작업 확인 불가로 누락이 77건 ▲단순 작업 누락이 24건 순으로 나타났다. B등급 누락의 경우는 ▲단순 작업 누락이 49건 ▲이전 작업 확인 불가로 생긴 누락이 21건으로 나타났다.

작업누락이 가장 많이 발생한 원전은 월성원전으로 밝혀졌다.

이 중 월성 3호기가 전체 누락 823건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221건의 누락 건을 보여 가장 많았다.

이어서 월성 4호기가 137건, 월성 2호기 94건, 월성 4호기 64건 등 월성원전만 전체의 60%를 넘는 516건의 누락을 기록했다.

누락해 건너뛴 작업주기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주기마다 점검을 해야 하는데 이를 누락한 경우가 217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이 중 A등급에 해당하는 누락 건이 64건, B등급이 19건으로 A와 B등급이 83건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A등급에 해당하는 작업 내용들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노심냉각계통 중수 격리용 전동밸브 일반점검’을 들 수 있다.

이 점검은 원전 노심 냉각을 위해 사용되는 여러 냉각 계통 내 중수를 격리, 조절하는 밸브의 절연저항을 측정하는 검사로 주기마다 정비대상이다.

하지만 한수원은 당시 가동 중이던 월성 1호기에서 22차 정비 때 점검한 이후 23차, 24차 정비에 걸쳐 점검하지 않다가 25차 정비에서야 수행 완료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급수펌프 전동기·차단기 점검’ 역시 주기마다 점검하는 A등급 항목으로 전동기 단자함과 차단기 보조계전기 단자조임을 해야 하는 내용이다.

주급수펌프는 물을 끌어다 발전기 터빈을 돌리는 증기나 노심을 냉각시키기 위한 냉각수에 쓰이도록 해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설비다. 하지만 월성 3호기에서는 이 항목을 12차 점검 시기에 점검한 이후 작업하지 않다가 누락이 발견된 이후인 16차 정비에 이르러서야 수행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원전은 다른 발전원에 비해 더욱 엄격하고 신중한 운영과 안전관리가 요구되기 때문에 계획예방정비가 정말 중요한데 이와 같이 800건이 넘는 작업항목 누락이 있었다는 것은 안전관리에 소홀함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특히 중요등급 A, B에 해당하는 발전설비 점검이 제때 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은 발전소의 안전성을 높이고자 하는 본래의 취지를 달성할 수 없어지기 때문에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또 “한수원은 이에 대해 시스템 보강과 직원들의 검수를 강화했다고 하지만 계획예방정비가 수십만 건의 항목으로 이뤄지는 만큼 공백과 누락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일축할 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체계적이고 다층적인 검증과정을 통해 앞으로의 계획정비에서는 또 이와 같은 누락사례가 발견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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