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 한국태양광산업협회 간사
박문수 한국태양광산업협회 간사

태양광 산업은 어디로 갈까. 그린뉴딜(Green New Deal Policy)이 다시 핫하다.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그린뉴딜에 관한 정책적, 정치적,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그린뉴딜 정책의 핵심은 태양광 산업이다. 때문에 환경문제와 경제 둔화를 겪은 국가들은 모두 태양광에 주목한다. 초기 독일 등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등에서 양적 팽창이 일어났던 이유 중 하나다. 태양광 산업은 이제 양적 팽창을 넘어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한다. 도래할 에너지 전환의 시대에 태양광 산업은 어디로 갈까.

태양광 산업의 가까운 미래를 SPI 2019에서 확인했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지난 9월 24일부터 3일간(현지시간 기준) 개최된 2019 SPI(Solar Power International)에 다녀왔다. 북미 최대 규모의 전시회인 SPI는 독일의 인터솔라 전시회, 상하이 태양광 전시회와 함께 태양광 3대 전시회에 꼽힌다. 2018년 650여개 기업이 참여했던 SPI에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72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기업들은 모두 ‘우리 제품이 최고 효율을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태양광 산업의 관심은 기술 개발을 통한 ‘초고효율화’에 쏠렸다. 전시장 메인 위치에서 LED 천장 장식으로 부스를 꾸민 큐셀(Q-SELL)과, 건너편에 위치한 LG전자 부스에서는 각자의 고출력 신제품 ’큐피크 듀오 G9 시제품’와 '네온 R 에이스'를 소개하고 있었다. 컨셉은 다르지만, 모두 초고효율임을 강조하는 것은 같았다. JA솔라, 진코솔라의 부스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신성이엔지가 선보인 ‘PowerXT’도 고출력이 모델의 강점이었다. 한국관 사업을 통해 함께 전시에 참여한 구조물 업체 현대알루미늄은 유려한 디자인을 강조한 태양광 가로등(솔라트리)을 전면에 배치해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백시트 업체인 SFC도, 인버터에 들어가는 소재업체인 J&D솔라도 당사의 제품을 활용하면 더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관 부스에는 더스틴 파워까지 총 5개의 업체가 참여했는데 이들 모두 초고효율을 중점에 두고 제품 홍보에 힘 썼다.

향후 태양광 산업의 이슈는 폐패널의 재사용 논의다. 일각의 가짜뉴스는 언젠가 태양광 폐패널이 쏟아져 나오고, 이것들이 처치 곤란이기 때문에 모두 쓰레기처럼 매립된다는 풍문이 담겨서 떠돈다. 물론 모두 거짓이다. 사용 후 20년이 지난 패널의 표면을 가공해 재사용하면 보통 효율의 80% 이상을 보인다. 쉽게 말해 태양광 패널은 20년을 써도 전기를 지속해서 생산해낼 수 있고 이는 돈이 된다. 돈이 되는데 누가 버리겠는가. 이를 증명하듯 인파로 붐비는 부스들이 있었다.

독일에서 시작한 태양광 패널 재사용 업체인 ‘PV CYCLE’과 미국 업체 ‘WE RECYCLE SOLAR’. 두 업체 모두 폐패널을 재사용하거나,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재사용이 어려워진 패널은 유리 등 소재를 분리 재활용한다. 재활용보다는 재사용에서 이익이 많이 남는다. 특히 정부(EU) 차원의 지원을 통해 먼저 시장 개척에 뛰어든 PV CYCLE의 경우 다가오는 태양광 폐패널 재사용 시장의 확대가능성을 자신했다. 부스에서 만난 Bertrand Lempkowicz 마케팅 팀장은 “PV CYCLE은 유럽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미국시장과 일본 시장 등지에 진출했으며 현지에서도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태양광 산업은 두 개의 이슈 모두에 민첩하게 대응 중이다. 대기업부터 중견기업까지 초고효율화를 위한 선의의 경쟁 중이다. 태양광 산업에 있어 우리의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다. 폐패널 재사용을 위한 기업들의 기술 개발과 정부차원의 제도 마련도 차곡차곡 준비 중이다. 우리의 경우 본격적으로 태양광 패널이 보급된 시기가 2000년대 중반이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폐패널 물량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남았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지난달 환경부, 산업부와 태양광 폐패널의 EPR 도입을 위한 MOU를 맺었다. 앞으로 발생하기 시작할 폐패널의 재사용을 비롯한 처리 방안을 기업은 물론 협회와 정부 차원에서 대비 중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미국태양광산업협회(SEIA)가 역설하는 ‘태양광 산업의 다양성 확대 필요성’이었다. 그들은 태양광 산업과 태양광을 통한 발전 사업이 향후 20년간 더욱 성장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깨끗한 공기는 물론이고 수 많은 일자리가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다. 당연한 말이다. 우리의 사정도 같다. 더해서 이들은 산업의 부흥 과정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등 유색인종의 참여를 늘려야 하며, 피부색뿐만 아니라 여성과 퀴어 등 젠더 문제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게는 새로웠다.

SEIA의 CEO인 애비게일(Abigail Ross)은 “태양광 산업의 확대 과정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는 일에 업계는 신중한 노력을 해야 하며,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의 확대 과정에서 인종은 물론 젠더 다양성까지 고려하는 미국의 모습은 우리의 현실을 생각할 때 놀라웠다.

애비게일이 리셉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일하는 태양광 산업계 임원의 남성 비율은 80%, 백인 비중은 88%를 넘었다. 냉정한 현실을 바꾸어 나가겠다는 선언 앞에서 흠칫했다. 다양성 이슈를 다룬 수십 개의 컨퍼런스와 리셉션 공간에는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로 붐볐다.

태양광 산업은 확장될 것이다. 작년 보다 커진 SPI 규모,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의 경종이 산업 부흥의 당위를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태양광은 어디로 가야할까. 질적 팽창의 방향성은 어디인가. 기술 개발을 통한 초고효율화는 필수다. 폐패널의 재사용은 그 자체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한국 태양광 산업의 다양성 확보 방안을 지금 부터라도 함께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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