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성(문화평론가)
윤희성(문화평론가)

얼마 전에, 오랜만에 함께 모바일에서 웹툰서비스 시스템을 개발하던 프로그램 개발자와 반갑게 통화를 한 적이 있다. 비록 전화너머 들리는 소리지만, 안부소식과 함께 현재는 항공분야 코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덤으로 들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보니, 그의 나이가 어느덧 오십을 훌쩍 넘었는데도 여전히 필드에서 전문프로그래머로 일한다는 것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

따지고 보면,십몇년 전만해도 프로그래머라는 개발직종은 마치 무슨 연령제한이 있는 것처럼 인식됐다. 대부분의 개발자는 20~30대였고, 30대 말이나 40대 초이면 코딩개발의 현장에서 물러서고, 어느덧 관리자 또는 다른 업무를 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던 시대이다.

종종 40대 넘어서까지 시니어 개발자 소리를 들으면서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단한 능력을 인정받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드문 일이었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러기에 50이 넘어서도 여전히 현장에서 코드프로그램을 짜며 개발에 여념이 없는 그에 모습이 새로울 수 밖에 없었다.

지금 과거와 같은 일반적인 사회현상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불가피한 경우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지금 과거 개발자 영역이던 분야에 소위 ‘시니어’개발자가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경우를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프로그램 개발같은 소프트한 산업분야에서 일상화돼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과거 ‘시니어’이기 때문에 의례히 그럴 거라던 고정관념에도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

흔히 ‘시니어’ 개발자는 종전에는 연차에 따라 나눠졌지만, 요즘은 연차와 상관없이 단순히 개발력만으로 다른 개발자와 구분없이 현업에 종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위 ‘스타’ 개발자로 시니어와 주니어를 구분하지 않는 다는 겁니다. 흔히 개발현장에서는 조금 특출나고 대외적인 인간관계가 특출난 개발자가 남보다 빨리 성장하게 되고, 이런 기준이 시니어와 ‘스타’ 개발자를 동일시하는 분위기였으나, 요즘은 묵묵히 현장에서 현업 개발에 집중하며 일하는 개발자를 중시하는 트랜드라는 것이다. 더이상 시니어는 스타가 돼야 하거나 현업에서 벗어나서 관리자가 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시니어“개발자 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리스크 관리나 경험이 현장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생산성을 높이거나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많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니어가 현장에 같이 있는 조직에서는, 시니어가 짜는 작품같은 코딩을 보면서, 동료로서 일하는 주니어나 신참에게는 큰 도움을 준다. 새로운 문제해결을 위해서 갖은 방법을 통해서 솔루션을 쥐어 짜내는 신입과 주니어 프로그램에게, 시니어만이 짤 수 있는 아름다운 프로그램은 그들에게 마치 정답지를 보는 느낌을 줄 게 뻔하다.

이런 의미로 최근에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서 자리잡고 있는 시니어들의 분투에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그동안 수없는 개발현장에서 경험한 기술력을 가지고, 기술적인 리딩, 업무적 리딩을 통해 생산성에 기여하고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솔루션을 기반으로 난제해결의 선봉에 선다면,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서 더 이상 시니어는 낯선 모습이 아닐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기술트랜드는 빠르게 바뀌고 있고, 수많은 프로그램 언어는 쏟아지고 있으며, 특히 새로운 세상의 패러다임이 생기면, 그와 관련된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생기게 마련이다.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변화무쌍한 사회에서 단순히 나이나 특정한 경험을 기준으로 시니어나 주니어를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라고 본다.

엄밀한 의미에서 시니어란 개념이 무의미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늘 언제나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 위해 자기의 지식과 경험을 새로이 하면서 도전하는 사람에게 시니어나 주니어는 남의 이야기인 거다.

통신프로그램 개발자에서 지금은 항공관련 프로그램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시니어는 지금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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