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를 하던 시절 ‘차량전복 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

훈련시설은 통제관이 군용차량을 원하는 상태로 세팅할 수 있게 돼 있었고 통제실에서의 지시가 차량 내 스피커를 통해 전달됐다.

모형 차량에는 실제 작전에 투입되는 차량처럼 총기와 연료 등을 비롯한 모형이 세팅돼 있었고 훈련이 시작되자 사정없이 돌아가는 차량 속에서 방탄모와 안전벨트의 소중함을 느꼈다.

민방위에 접어들 나이에도 해당 훈련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훈련을 진행하면서 ‘실제로 작전을 수행하던 중에 공격을 받아 차량이 전복된다면 이런 느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전과 유사한 환경이 조성되자 훈련을 받으면서 묘한 긴장감이 형성되면서 집중력이 높아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차량이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상태에서 훈련통제관으로부터 “3시 방향에서 공격받고 있으니 차에서 나와 반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차량과 함께 몇 바퀴를 굴러 어지러운 상태였지만 훈련에 임했던 병사들은 기민하게 피격지점의 반대편으로 탈출해 몸을 숨긴 뒤 반격하는 액션을 취했다.

한국남부발전 하동발전본부에 있는 안전문화체험관을 취재하면서 방금 소개한 훈련의 내용이 다시금 생각났다.

화재 상황을 가정해 소화기를 이용해 화면 속의 화재를 진압하는 훈련이나 칠흑과도 같은 어두운 방에서 몸을 숙인 채 탈출하는 훈련은 발전소가 아니더라도 경험할 법한 상황이기 때문에 언젠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훈련이었다.

안전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발전소에도 ‘실전형 체험관’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실제와 같은 상황에 대비한 훈련은 부상의 위험 또한 뒤따르기 때문에 훈련 상황을 설정할 때 어느 정도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등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으면 편리하고 안전한 시뮬레이션 훈련이 가능하므로 발전설비나 노내비계 등을 직접 구현해 훈련을 진행하는 게 불필요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와 가장 비슷한 환경에서 교육·훈련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지고, 위기 상황에서도 직접 몸에 익힌 교육·훈련이 더 잘 떠오르는 만큼 체험형 교육·훈련이 지금보다 더욱 늘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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