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평창 풍력발전소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화재가 발생해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력변환장치(PCS)를 태우고 약 2시간 만에 진화됐다. 2017년 8월 고창에서 발생한 ESS 화재 이래 25번째라고 한다.

강원도 고성 산불에 놀란 터라 평창 풍력발전소 화재소식이 더욱 놀랍기도 하거니와, 이미 지난 6월 정부가 ESS 화재원인 및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사용전검사 검사 항목을 수정, 보완했음에도 화재가 연이어 두 차례 발생했다는 사실이 심각성을 더해준다. 또 2017년부터 보급이 확대되기 시작된 ESS는 세계 보급규모의 약 3분의 1을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가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이기에 산업계와 정부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또 에너지 전환 정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서도 근본적인 ESS 화재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원인 분석이다. ESS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배터리 충방전용 PCS’ 그리고 ESS 시스템을 종합 제어하는 ‘제어장치’로 구성돼 있다. 올해 6월 정부가 발표한 ESS 화재사고 분석결과에 따르면 사고원인이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 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그리고 ‘ESS 통합제어ㆍ보호 체계 미흡’ 등이다. 4가지 원인 가운데 첫 번째를 제외한 나머지 3가지 요인은 ESS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기에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ESS의 화재 취약성은 배터리 특성에서 비롯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비교적 최근인 1991년 개발된 제품으로써 2013년 보잉 787 배터리 화재, 2016년 갤럭시 노트 7 폭발사고 등에서 보듯 화재 취약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제까지 기술적으로 완벽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ESS에 리튬이온 배터리 사용이 빠르게 확대되는 이유는 에너지저장 밀도가 기존의 납 배터리에 비해 3.5~4.5배나 되는 만큼 기존의 납축전지 대비 대용량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 화합물인 양극 활물질의 성분에 따라 특성과 성능이 달라지며 경우에 따라서는 충전시 고온을 일으켜 화재로 이어진다.

특히 배터리 용량이 클수록 화재 위험성이 커진다. 따라서 배터리의 용량을 대형화 하고 화학적 구조적으로 안전하게 제작하는 것이 안전한 ESS를 생산하는 핵심요소다. 이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열띤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휴대폰에 사용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리튬이온 배터리 제작에 한 발 앞서 투자함으로써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와 ESS용 배터리 제작에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에너지 전환정책과 맞물려 정부가 신산업으로 지정하고 ESS 산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기도 하다. ESS는 흔치않게 우리나라가 기술과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제품인 만큼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경쟁국에 앞서서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자칫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밝혀내기 식의 대책으로 흘렀다가는 ESS 산업 자체가 세계시장에서 금세 뒤쳐져버릴 것이다. 기왕에 드러난 문제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는 한편 보다 적극적이고 열린 자세로 관련 기업들 간의 협력과 산학연간 협동연구가 필요하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련변환 장치의 요소기술에 대한 연구는 대학과 연구소의 축적된 연구가 필요하고 기업들은 개별제품을 개발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ESS는 전력계통과의 연계운용이 중요하므로 시스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며 기술인력 양성측면에서도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K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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