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표 한국동서발전(주) 재생에너지처장
홍동표 한국동서발전(주) 재생에너지처장

‘산위에서 부는 바람 서늘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어릴 적 즐겨 불렀던 동요가 여전히 손주 노래책에서 흘러나오는 걸 보니, 예나 지금이나 바람은 우리에게 그저 고마운 존재인가 보다. 노래의 후렴구에는 여름에 나무꾼의 흐른 땀을 씻어주기도 하며, 스스로 나무배를 밀어주기도 하는 바람을 찬양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에너지공기업인 한국동서발전(주)은 이 고마운 바람의 힘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풍력발전기는 보통 초속 3∼5m 이상의 바람에서 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 풍속이 높을수록 생산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로 높은 산이나, 바람의 간섭이 적은 해안가나 바다위에 발전기를 세운다. 동서발전이 우리나라 동쪽의 높은 태백산맥과 서쪽의 넓고 광활한 평야를 중심으로 풍력발전사업을 하는 것이 그 이유에서다.

동서(東西)에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행복이 시작된다.

올해 상반기(1월∼6월), 동서발전은 이 바람의 힘을 이용해 162,799MWh의 전기를 생산했다. 이는 풍력발전소가 있는 동쪽의 경주와 서쪽의 영광지역의 약 9만 가구가 넉넉히 쓰고도 남는 전력량이다. 깨끗하고, 고갈될 염려도 없을 뿐 아니라 무공해로 재생이 가능한 바람의 힘을 이용하니,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 걱정도 없고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영광군 5만3959명, 경주시 25만6141명, 3.5명/1가구, 1가구당 300kW/월 기준)

또한, 동서에 부는 바람은 지역에 훈풍을 불어다준다. 동쪽에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경주 풍력발전소를 중심으로 강원도 지역을 아우르는 750㎿급 동해안 윈드 벨트(Wind Belt)가 들썩인다. 특별히 지난해 11월, 태백 가덕산풍력사업을 지자체(강원도)와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국내 풍력1호’ 주민참여 브랜드 사업으로 런칭 시키는데 성공했다. 주민참여 브랜드 사업은 풍력단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이 지분투자(약 10%)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전기 판매 이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이다.

또한, 동서발전 본사가 있는 울산시 앞바다에는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개발이 한창이다. 작년 8월 울산시와 2030년까지 울산지역에 총 8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1만개 창출과 지역 청년 고용 비율 30% 확대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위해서 울산시와 협력하여 울산지역에 국내 최초의 해상풍력 클러스터 조성과 울산형 일자리 모델개발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조선경기 침체로 위기에 직면한 울산 경제에 새로운 희망과 산업수도 울산의 위상을 되찾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쪽에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최대 곡창지대인 호남지역 경제가 살아난다. 동서발전은 올해 1월, 천년의 빛고을 전라남도 영광군에‘국내 최대 140㎿급 영농형 윈드 팜(Wind Farm)’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이 프로젝트는 벼농사와 풍력발전이 융합된 국내 최초 영농형 풍력발전 단지로서, 고령화 등으로 위축되고 있는 농촌에 소득 증대 등 농촌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국산풍력발전기(65기)로만 건설된 국내 최대 단지로, 국내 운영 중인 총165기의 국산 풍력발전기의 40%가 설치돼 있다. 본 단지는 국산 풍력산업 기초체력 강화에 기여하고, 외산 풍력발전기의 공격적인 국내시장 진입으로 위축되고 있는 국내 풍력산업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다.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동요 ‘노을’의 가사이다. 이처럼 바람이 지나간 곳엔 에너지가 남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아간다. 바람이 불어 동서로 행복한 이유이다. 이런 동서의 에너지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신(新) 바람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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