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삼화 의원실 주재로 열린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 타당성 제고를 위한 정책 간담회’에선 수배전반의 내구연한을 법으로 정하는 문제를 놓고 전문가들의 열띤 논의가 진행됐다.

김삼화 의원실은 앞으로 해당 이슈에 대해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해 법안 수정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간담회에서 나온 주요 패널들의 발언을 순서대로 정리했다.

◆이승우 전기조합 전문위원= 배전반의 내구연한 제도화는 꼭 필요하다. 내구연한의 제한 없이 방치상태로 운용되면서 자체 파손, 회로 훼손 등 노후화로 각종 대형화재의 직접 원인이 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전기화재의 57.8%에 해당하는 3477건이 배전반 부식·누전·방전·아크 등에서 비롯됐다. 전기학회를 비롯해 일본전기학회 등이 내구연한을 20년으로 제안하고 있고 선진국 대두분도 20년 이하로 제도화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들도 완제품은 15~20년, 부속품은 10~15년을 교체주기로 권장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 배전반 내구연한은 20년으로 제한해야 한다.

◆김진태 전기안전연구원 부원장= 수배전반과 옥내용 분전반은 다른 기기다. 미국이나 일본은 권장사용기간이 정한 게 아니라 학계의 권고사항 정도다. 실증에 기반한 게 아니라 통계나 설문조사 등을 통해 나온 결론이다. 전력설비는 사용환경이 가장 중요하다. 예컨대 한 대기업은 악조건에서 8년, 양호 조건에서 36년에 교체한다. 장소나 환경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종합적인 기술기준이 필요하다.

◆김세동 조명전기설비학회장= 제도권에서 수명을 정해주면 정전에 대비하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제조업체는 정확한 권장사용기간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발의 법안의 30년은 다소 길다. 정한다면 공동주택 시행규칙과 충돌되지 않도록 20년으로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신성수 전기협회 실증연구팀장= 배전반 안전관리체계는 바람직하다. 다만 내구연한 설정은 신중해야 한다. 제품이 동일하지 않고 환경과 열화 차이가 존재한다. 온도와 습도, 먼지, 부하설비 등 전력품질에 영향을 주는 부하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품질도 제조사마다 다르다. 공동주택 20년은 하나의 연장 또는 교체 등 하나의 검토시기를 정한 것이다. 개인자산을 강제적으로 교체하는 게 가능한가의 문제도 있다.

이윤 전기기술인협회 처장= 노후 설비는 안전위험성을 분명히 내포하고 있다. 총론에선 법제화가 필연적이나 각론으로 들어가 내구연한을 정하는 것은 곤란한 문제다. 장소나 환경에 따라 기기의 노후화는 달라진다. 학계나 연구계에서 노후 설비를 유형화하는 연구가 좀더 필요하다.

◆이석원 LS산전 이사= 20~25년이 지난 제품은 자체적으로 이상 유무를 점검한다. 보통 30~40% 정도가 고장이 나는데, 아예 못쓰는 고장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여러 상태를 진단해야 하는 리뉴어블 시기가 오면 고객과 협의해 점검을 진행한다. 중요한 것은 사용 환경이다. 20년 정도 지나면 부품 교체 등을 통한 리뉴어블을 권한다.

◆이희원 산업부 에너지안전과장= 인명사고를 방지하고 어떤 툴로 관리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현재 전기안전공사가 2~4년 주기로 전력설비를 관리하고 있다.

분번반과 배전반 화재는 분리해야 한다. 산업부가 파악한 바로는 전기화재 중 배전반 화재는 2.5% 수준이다.

수명을 법으로 정하는 것은 기술개발을 역행하는 측면도 있다. 정부가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 36년째 쓰던 곳에 20년만 쓰고 교체하라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산업부는 전기설비 등급을 기존 합격 불합격이 아니라, 5개로 세분화해 관리하는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등급을 매기고 공개하고 시설개선명령 등 단계적으로 설비안전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배전반은 사유재산인데,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교체를 지원하는 것도 국민들이 이해할지 고민해볼 대목이다.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부작용이 많다. 기기 상태에 따라 여러 방법을 고민해 국가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관리방안이 무엇인지를 찾겠다. 관리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다만 선진국이 왜 정부의 공식 기준이 아니라 가이드라인 형태로 권장하는 형태로 운영하는지도 봐야 한다. 타임보다 컨디션 베이스로 노후 전력설비를 관리해나가는 게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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