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 지자체에서 추진 중이던 도시철도 개통사업을 취재할 때의 일이다.

건설에 들어간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계속해서 철도 개통이 지연되자 주민들의 원성이 대단했다. 만나는 시민들마다 ‘도시철도’를 묻는 말에 분통을 터트리기 일쑤였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은 따로 있었다. “이렇게 개통이 오래 걸릴 줄 알았더라면 이 동네로 이사 안 왔을 거다.” 공사지연도 지연이지만, 통상 건설부터 개통까지 최소 5년 이상이 걸리는 철도 사업의 난점을 오롯이 보여주는 말이다.

최근 정부가 공공성 강화를 골자로 사회기반시설(SOC) 확충을 꾀하면서 모처럼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다. 주인공은 철도다. 철도사업은 서울에 집중된 기능과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지역균형개발 기조와 결합해 전국 곳곳에서 확대 시행되고 있는 분위기다.

전국 8도 중에서도 경기도 사업에 대한 관심도가 특히 높다. 당장 추진 혹은 추진 예정인 사업 수만 20여개에 달할 정도로 사업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도가 서울과 경계를 직접 맞대고 있는 만큼 철도 개통 시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 크게 작용한 듯하다.

지역숙원 사업이었던 철도사업의 추진 소식에 지역민들의 얼굴에도 화색이 만연하다. 얼마 전 예비타당성조사의 문턱을 넘어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2011년 ‘제2차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된 이래 9년 만에 사업이 확정된 수서~광주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축제의 분위기 가운데서도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당장에 GTX B노선만 하더라도 예상 준공 시점이 2027년이다. 공사지연이 없더라도 꼬박 8년이 필요한데, 철마 달리기 전까지 지역민들의 불편했던 교통권은 제자리에 멈춰서 있어야 하는 걸까.

개통에 이르는 수년의 준비기간을 보완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지역 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대체 교통편을 확충하고, 지자체도 공기를 단축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례로, 앞서 언급했던 도시철도 개통 지연 사례에서도 지역민들의 원성을 키운 또 다른 요인은 출퇴근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한 시 차원의 노력 부재였다. 지자체 교통사업에는 착공과 개통 사이에 수많은 과제들이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전국단위에서 추진되는 철도사업들이 성공리에 마무리돼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철도 1일 생활권’이 되길 바란다. 아울러, 이러한 국가 단위 사업이 단순히 미래세대만을 위한 정책으로 머물지 않도록, 오늘을 사는 지역민들 위한 다양한 정책들도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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