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가격 하락과 관련한 우려가 크다. 최근 REC 현물시장 가격은 5만원 선 이하로, 작년 9만원 선의 절반 수준이다. REC가격은 공급증가와 설비 가격 인하 등에 연동되어 장기적으로 하락될 것으로는 전망되나, 문제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다. 최근 언론은 REC가격 빠른 하락이 신재생 발전사업의 사업성 악화로, 신규 물량 수주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산업 생태계 위기를 우려하며, 기 발전사업주들은 금융비용 감당도 어렵다고 한다.

REC 가격은 RPS제도 하에서 수요-공급 논리에 따른다. REC 가격의 급속한 하락은 REC수요량 대비 공급량의 급속한 증가를 의미한다. 지난해의 경우는 이미 10월경에 의무공급량을 소화했는데, 이는 태양광 발전 용량을 기준으로 의무공급량 대비 1.2GW 초과 공급이다.

이에 신재생 발전업계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매년 1%씩 증가를 목표로 하는 RPS 비율을 보다 상향조정하자는 주장, 정부의 최저 REC가격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주장, ‘SMP+REC 장기계약’ 물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 공급의무사들의 REC 자체조달율에 상한선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 그리고 근원적으로 보조금 성격의 ‘REC 수요독점’ 구조를 깨야 한다는 주장 등이 있다.

현재 RPS제도에서 REC를 구매할 수 있는 주체는 한전의 6개 자회사를 중심으로 한 21개 의무공급사에 한정돼 있다. 이들은 매년 정부의 RPS정책 목표에 맞춘 REC 의무 공급량을 할당 받는데, 이는 정부가 REC시장의 수요를 직접 컨트롤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최근 발전사들은 과거와 달리 자체적으로 신재생발전소를 짓고 상당량의 REC를 자체 공급한다. 올해 한전의 6개 자회사에 할당된 REC는 전체의 약 80%를 점유하는데, 이들 자회사의 REC 자체 조달율이 높아지며 민간의 소규모 신재생발전은 REC 판로가 좁아져 현물시장에서의 REC 가격하락을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반면 글로벌 시장은 민간 전력거래가 이미 활성화 되어 있고 글로벌 기업 중심으로 ‘RE100’ 이 이슈가 되고 있다. 물론 국내 상황은 다를 것이다. RPS 제도가 시작된 2010년대 초반 국내에는 신재생 전력 수요도 적고 막대한 투자를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웠기에 정부는 발전사들에게 신재생 전력을 생산 또는 구입하도록 목표를 부과한 RPS제도를 도입했고, 현정부 들어 이는 민간확대와 에너지4차 혁명을 촉발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 민간 영역이 활성화되고 시장경쟁이 촉발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보조금 성격의 RPS 제도에 대해서는 재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즉, 수요량이 정부 계획에 의해 엄격이 제한되고 그 비용은 결국 전력요금에 전가되는 현 RPS제도에, 민간의 시장상황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변화가 가능한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현재 삼성, LG등 우리나라의 초일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RE100’ 등으로 대표되는 신재생 전력 사용을 요구 받고 있고, 이들 기업은 정부에 국내에서도 신재생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와 제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기후변화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첨예한 상황에서 이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신(新)무역장벽’으로 발전할 것이 분명하므로, 정부 역시 대책 마련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행정예고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업들이 ‘RE100’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다. 즉 한전을 중심으로 녹색요금제, 제3자 PPA 등 제도를 운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신재생발전 선진국인 미국, 유럽 등의 사례를 보면 RE100 대상기업은 REC 등의 인증서 구매 방법이 보편화되어 있다. 미국의 녹색 전기 소비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의 전력 사용과 별개로 판매되는 자발적 REC를 구매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한다. 이는 신재생 전력 소비를 원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간편하게 신재생 전력을 소비하며 에너지 전환에 기여하는 방법이다. 또한 이는 시장에서 REC 수요-공급을 중개하는 Aggregator 를 중심으로 에너지 신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신재생 생산과 소비를 더욱 증가시키는 인센티브로 작동한다.

국내에서는 작년 전기사업법 개정에 따라 전력·REC 등의 거래를 중개할 수 있는 전력중개사업이 준비중이고 시장활성화를 위해 인프라와 예측 인센티브 등이 강구되고 있다. 여기에 민간기업중심으로 REC가 공급되는 구조를 만든다면 수요, 공급의 논리에 의한 시장에서의 역할로 여러 순기능이 기대된다. 물론 현재 의무공급사들을 위한 REC시장과 별도로, 일반 기업들이 구매할 수 있는 별도의 인증서 시장을 개설하는 등 운영의 묘는 발휘할 수 있다.

이렇듯 현재 RE100기업 등을 중심으로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REC 수요가 제도적으로 충족될 수 있다면, 예측 가능한 REC 가격을 기반으로 민간 신재생 설비 구축시장이 활성화되며 나아가 최대생산과 최적시설 운영을 위한 유지보수 시장도 확대될 수 있다. 게다가 향후 무역장벽화 될 수 있는 RE100에의 효과적 대응, 전력중개사업의 활성화와 이를 통한 에너지 생산·소비의 확대까지 가능하므로, ‘1석 3조’의 효과가 기대되는 것이다. 민간과 정부의 지혜를 모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 개선을 논의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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