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원대 가성비 높은 와콤 태블릿
뛰어난 터치감과 부드러운 필압 자랑

와콤 신티크 22. 화면이 넓은 만큼 그림을 그리는 데 제약이 적다.
와콤 신티크 22. 화면이 넓은 만큼 그림을 그리는 데 제약이 적다.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소싯적 그림 좀 그려봤다.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3학년 때 지금은 ‘어린이동아’로 제호를 변경한 ‘소년동아’에서 은상도 타봤고, 6학년 때는 미술 선생님께서 내년도 미술 교과서에 실릴 ‘수묵담채화’를 그려오라고 하셨다. 아들이 그림 신동이라 여겼던 어머니는 예고로 진학하기를 바라셨고, 다행히도 실업계로 진학해 전자통신을 전공했다.

세월이 돌고 돌아 어느 날 ‘와콤’ 담당자로부터 새로 출시된 태블릿 ‘와콤 신타크 22’의 사용기를 작성해줄 수 있냐는 반쯤 농담 섞인 제안을 받았다.

컴퓨터 필시기시험의 단골문제였던 입력도구 선택지 중 하나인 태블릿을 실제로 구경해보고 싶기도 했고, ‘발로 그린 그림도 괜찮다’는 담당자의 격려에 제품 대여를 신청했다.

며칠 뒤 사무실에 내 몸보다 큰 택배가 도착했다. 신타크 22의 가격은 132만원(부가세 포함).

초보사용자 및 아마추어 창작자 등을 위해 출시 된 제품이라지만 태블릿에 대해 1도 모르는 내가 과연 이런 비싼 제품을 써도 되는 건가 싶은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언박싱 했다.

노트북과 연결하는 과정은 매우 수월했다. HDMI케이블과 전원선, USB를 각각 단자에 꽂으니 이내 곧 작동했다.

켜놓고 보니 화면이 뒤집어졌다. 화면 반전키라도 건들었나 전전긍긍했는데 눕혀서 쓰는 태블릿을 모니터처럼 뒤집어 세웠다는 걸 깨달았다. 사용기까지 써야 하는 마당에 앞날이 캄캄했다.

아마추어 입장에서 저렴한 제품들은 펜 반응 속도가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대형 사이즈가 없는 등 문제가 있고 성능 좋은 태블릿을 사자니 200∼300만원 수준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가성비를 높인 와콤 신티크 22는 이 같은 문제의 해답으로 출시된 제품이다.

와콤 프로펜2은 8192 단계의 정밀한 필압 성능과 기울기 인식 기능을 갖췄으며 와콤의 EMR(전자기공명) 기술이 적용돼 별도 배터리 및 충전이 필요 없다.

1920 x 1080의 풀 HD 해상도 디스플레이에는, NTSC 72%의 컬러 구현력, 눈부심을 방지해주는 안티 글래어 코팅이 적용됐으며, 작업 스타일에 맞춰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탠드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신티크 22와 연동시킨 것은 한참 화제가 됐던 넷마블의 ‘쿵야 캐치마인드’.

사실 신티크 22처럼 좋은 제품을 포토샵이나 사이툴 등 제대로 된 프로그램도 아닌 캐치마인드에 활용한다는 데 양심의 가책도 느꼈지만 이말년, 김풍, 주호민 같은 유명 웹툰 작가들도 똑같이 하고 노는 걸 보고 용기를 냈다.

손으로 그린 '지우개(왼쪽)와 와콤 신티크 22로 그린 학력(가운데), 모니터링(오른쪽).
손으로 그린 '지우개(왼쪽)와 와콤 신티크 22로 그린 학력(가운데), 모니터링(오른쪽).

손가락으로 그리다가 불편함에 다이소에서 구매한 터치펜으로 그리며 나름 만족하고 있었지만, 신티크 22가 도착한 후에는 ‘장족의 발전’까지는 아니지만 뭔가 그림 수준이 높아졌다고 믿고 싶다.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필압과 종이 위에 그림 그리는 듯한 터치감은 내가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줬고 잊고 있던 그림에 대한 재미를 되살렸다.

120만원이라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했지만 이제와 스케치북을 사서 그리는 것보다 괜찮은 취미생활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쓰면 쓸수록 제대로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위험한 생각이 들 때 쯤, 대여기간은 끝났고 신티크22는 다시 와콤의 품으로 돌아갔다.

나처럼 완전 초보 아마추어도 신티크 22로 재미를 느꼈으니, 훨씬 재능있고 그림에 뜻을 둔 사람들에게는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제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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