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백 본지 고문
유연백 본지 고문

국회에서 ‘전기산업발전기본법’이 발의됐다. 4차산업혁명과 에너지전환 및 정보통신기술과의 융복합 등으로 급변하는 전기산업의 생태계에 개별기업이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위기의식을 느낀 전기산업계 14개 단체가 중심이 되어 2년이 넘게 법안을 만들고, 입법을 위해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왔다. 그간 전력수급 중심의 전력정책에서 소외되었던 전기산업계가 미래 비전과 숙원을 담은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서 발의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발의된 법안 내용을 보면 다른 기본법과는 달리 전기산업 관련 개별법 내용을 개정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하다 보니 다소 구체성이 떨어지는 느낌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전기산업발전기본법’을 제정해야 할 필요성이 적어지지 않는다. 이 법안에 대한 전기산업계의 기대와 절박함이 크기 때문에 국회발의는 일차 관문을 넘은 것 이상으로 의미가 있다.

기본법 제정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국가의 정책적 관점에서 전기산업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법적 시스템구축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전기산업에 대한 국가의 책무도 규정하고, ‘전기의 날’도 제정하여 전기인의 자긍심도 고취해야 한다. 전기사업법이나 전기공사업법 등 개별법은 사업에 필요한 절차나 업역보호에 치중해서 새로운 기술의 변화나 문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발의된 기본법을 통해 전기산업이 업역보호를 넘어 법적으로 정책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래야 전기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당면한 문제를 정부와 업계가 정책을 통해 해결하고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둘째, 5년마다 정부와 업계가 전기산업의 실태조사와 문제의 해결책을 담는 ‘전기산업육성기본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전기산업의 비전과 발전방안이 제시될 것이다. 기본계획의 수립과정에서 정부와 업계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정책목표와 해결방안에 대해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기본계획의 구체적인 시행계획에 따른 정부의 지원책과 업계의 노력을 통해 전기산업의 애로를 해결하고 발전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전기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전기산업은 그동안 정책적으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전기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인력 양성과 기술을 개발하는데 재정, 금융, 세제상의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전기산업 육성 및 신기술 개발 촉진을 위해 규제를 점검하고 개선하도록 함으로써 전기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의 토대도 좋아질 것이다.

끝으로, 전기산업이 국내시장을 넘어 국제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과 통일 등 미래 대응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조성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기산업의 국제교류, 국제표준화, 국제공동연구 등 국제경쟁력 확보와 남북간 교류 및 협력 활성화에 대비한 조사 연구사업의 추진 및 지원근거도 마련되어야 한다.

내년 총선일정과 작금의 국회 상황을 보면 기본법의 국회심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의 노력으로 어렵게 국회발의까지 했는데 통과되지 못한다면 내년 새로운 국회에서 다시 발의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심의 통과될 수 있도록 전기산업계는 법안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국회를 설득해야 할 것이다. 천천히 해도 될 만큼 전기산업계의 지금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기본법이 제정되어 전기산업이 재도약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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