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분할 이후 실적 내리막길…지난해 1006억 영업손실 기록
국내 ESS시장 더딘 회복…중동·미국 전력시장 악화 탓에 실적악화

현대중공업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재정악화를 겪고 있는 ‘현대일렉트릭’ 구하기에 나섰다.

그룹 지주사를 중심으로 현대일렉트릭의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자산매각에 동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룹의 전방위적 지원이 필요할 정도로 재무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일렉트릭 울산공장 선실공장 부지를 매입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해당 공장을 현대일렉트릭으로부터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건설기계는 용인 연구소 부지를 매입하기로 한 상태다.

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인적분할 후 시장 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어왔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른 반덤핑 관세 영향 외에도 2015년 유가 하락으로 중동 지역의 수주 물량이 대폭 줄어든 탓이 컸다.

이 회사는 전력과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초고압변압기와 개폐기 등 중전기기와 선박용 회전기,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감시시스템 등을 제조·판매한다. 주력 제품인 변압기 부문에서 국내 1위, 글로벌 5위 안팎의 점유율을 갖췄다.

실적 회복에 발목을 잡는 건 비우호적인 대외 환경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서 유가하락으로 플랜트와 발전소 건설투자가 줄어들면서 주력인 변압기 등 중전기기 분야 사업실적이 악화됐다. 여기에 미국이 자국의 변압기 제조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현대일렉트릭 제품에 매년 60%의 고관세율을 적용하면서 북미수출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조선업 불황으로 선박용 전력 설비 공급도 줄어든 상태다.

분할 전인 2016년 전체 매출의 60% 안팎에 달하던 수출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 수준까지 떨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국내에선 잇따른 ESS 화재사고로 지난해 관련 사업이 올스톱된 것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해 상반기부터 정부의 안전대책이 나오면서 사업이 재개됐지만 얼어붙은 시장은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분할이 이뤄진 해인 2017년 말 기준 4%였던 영업이익률은 1년새 마이너스가 됐다.

실제로 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연간 1006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올해 상황은 더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11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 폭이 4배 이상 커졌다. 이 때문에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올해 정기 신용평가에서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이 회사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적자 폭을 견디지 못해 지난 5월에는 전체 2500명 직원 중 약 200여명을 현대중공업으로 전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전직 인원이 적어 인건비 절감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1분기 320억원 영업손실에 이어 2분기 807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폭은 커졌다.

올 하반기에도 뚜렷한 실적 반등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 수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 중동 시장이 유가 변동성 탓에 고전 중인데다, 국내에서는 주요 고객인 한전이 적자 지속으로 신규 투자를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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