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선명도가 가장 중요…CM 값 의미 없어"
LG전자 "삼성 제품 CM 값 미달…8K 기준 충족 못해"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본부 개발팀 상무가 17일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8K TV 화질 설명회에서 LG OLED 8K TV(왼쪽)과 자사 QLED 8K TV를 비교 설명하고 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본부 개발팀 상무가 17일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8K TV 화질 설명회에서 LG OLED 8K TV(왼쪽)과 자사 QLED 8K TV를 비교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8K TV를 놓고 서로 다른 기준점을 주장하며 정면충돌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17일 각각 LG전자 트윈타워와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8K TV 관련 기술설명회와 화질설명회를 진행했다.

최근 막을 내린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19’에서 LG전자는 이례적으로 삼성전자를 직접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귀국 후 국내 설명회를 예고했다. 여기에 당시 무대응 전략을 펼쳤던 삼성전자가 같은 날 설명회를 실시하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양사는 8K TV에서 중요한 기준을 서로 다르게 제시했다.

이날 오전, 먼저 포문을 연 LG전자는 ‘화질선명도(CM; Contrast Modulation)’를 강조했다.

LG전자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 International Committee for Display Metrology)에서 해상도를 판단하는 측정 기준으로 화질선명도 값을 정의하고 50% 이상을 해상도 충족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ICDM은 1962년 설립된 디스플레이 업계 최고 전문기구인 SID(Society for Information Display)의 산하 위원회로 디스플레이 관련 성능측정 기준 및 방법 등에 대한 기준을 제공한다.

LG전자는 검증 업체인 인터텍·VDE 측정 결과 자사의 OLED 8K TV의 경우 CM 값이 90%가 나온 반면 삼성전자의 QLED 8K TV는 12%에 그쳐 8K TV의 기준에 미달된다고 주장했다.

LG전자가 1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원에서 개최된 '8K 및 올레드 기술설명회'에서 자사 OLED 8K TV와 삼성전자의 QLED 8K TV의 ‘화질선명도(CM; Contrast Modulation)’를 비교하고 있다.
LG전자가 1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원에서 개최된 '8K 및 올레드 기술설명회'에서 자사 OLED 8K TV와 삼성전자의 QLED 8K TV의 ‘화질선명도(CM; Contrast Modulation)’를 비교하고 있다.

남호준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연구소장(전무)은 "패널의 특성상 꾸준히 시장에서 시야각이 이슈가 됐는데, 올해 삼성전자의 8K TV가 지난해보다 측면 시야각이 좋아지는 과정에서 CM 값이 훼손된 게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명칭에 대해서도 디스플레이 전문가인 켄 베르너(kenneth Werner)가 말한 ‘삼성의 마케팅 부대가 사과를 오렌지라고 부르기로 했다면 그것은 오렌지가 된다’라는 문구를 직접적으로 인용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일반 LCD에 퀀텀닷 시트를 더한 삼성전자의 QLED는 퀀텀 물질만 갖고 RGB(빛의 삼원색)를 표현해야 하는 QLED와 다름에도 불구하고 명칭을 똑같이 채용해 소비자를 헷갈리게 한다는 것이다.

남호준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연구소장(전무)이 1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원에서 개최된 '8K 및 올레드 기술설명회'에서 국내시장에 판매중인 QLED TV에 적용된 퀀텀닷 시트를 들고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남호준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연구소장(전무)이 1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원에서 개최된 '8K 및 올레드 기술설명회'에서 국내시장에 판매중인 QLED TV에 적용된 퀀텀닷 시트를 들고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LG전자는 양사의 제품이 해외시장에서도 출시되고 있는 만큼 해당 주장을 외국에서도 펼칠 예정이다.

이정석 LG전자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상무는 "글로벌 시장에도 (해당 사항을) 알리는 작업을 진행중"이라며 "삼성전자가 이를 인정하고 (8K TV가) 앞으로 큰 시장이 될 것인 만큼 서로 만든 약속에 맞는 제품으로 변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설명회를 실시한 삼성전자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의 오해’를 설명회의 이유로 들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본부 개발팀 상무는 "원칙적으로 세부적인 외부 대응에 대응하지 않으려 했지만 점점 더 노골적, 직접적으로 퍼지며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어 준비한 자리"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설명회에서 LG OLED 8K TV와 자사 제품을 직접 시연하며 선명도를 특히 강조했다.

먼저 신문을 직접 현장에서 스캔해서, 자사 QLED 8K TV와 LG전자 OLED 8K TV로 출력해 화질 차이를 비교했다.

삼성전자가 준비한 테스트 결과 삼성전자의 QLED 8K TV에서는 신문의 작은 글자가 선명하게 보인 반면 LG전자의 OLED 8K TV에서는 비교적 글씨가 뭉그러졌다.

이어 삼성전자는 8K 영상을 재생했다. 그 결과 자사의 QLED 8K TV에서는 준비한 영상 및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사이트의 영상이 재생된 반면 LG전자의 OLED 8K TV에서는 아예 영상이 재생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본부 개발팀 상무가 17일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8K TV 화질 설명회에서 LG OLED 8K TV(왼쪽)와 자사 QLED 8K TV에서 8K 컨텐츠 영상을 시연하는 모습. 왼쪽 OLED 8K TV에서는 영상이 재생되지 않았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본부 개발팀 상무가 17일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8K TV 화질 설명회에서 LG OLED 8K TV(왼쪽)와 자사 QLED 8K TV에서 8K 컨텐츠 영상을 시연하는 모습. 왼쪽 OLED 8K TV에서는 영상이 재생되지 않았다.

용 상무는 "QLED 8K TV는 USB로 연결한 영상이든 스트리밍 영상이든 원활하게 재생 된다"며 "(반면 LG전자 제품은) 8K 영상을 구현할 준비가 안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향후 8K 콘텐츠가 OTT 및 유튜브 등 스트리밍을 통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를 재생하기 위한 HEVC 코덱을 탑재하지 않은 LG전자의 OLED 8K TV는 시장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주장이다.

용 상무는 "다른 회사들의 HEVC 코덱을 다 테스트하진 못했지만 여러 업체들이 모여서 현재 8K 사양을 정하자고 하고 있다"며 "향후 (8K TV에서) HEVC 코텍이 확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전에 LG전자 측에서 지적한 낮은 CM 값에 대해서는 ICDM의 해석에 대해 LG전자와 다른 주장을 펼치며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용 상무는 "CM이라는 것은 픽셀수가 확보되지 않은 과거의 측정 방식"이라며 "ICDM에서 2016년 5월에 해당 CM 값 측정 방식은 최신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에는 불완전하며 새로운 평가 방법이 필요하다고 발표하고 기존 가이드는 중단(Discontinue)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LG전자에서 CM 값 훼손을 시야각 때문으로 추측했는데, CM 값과 화질요소는 결부되는 게 없다"며 "유수 평가 기관도 CM 값 때문에 화질이 좋다는 기준이 없을 뿐더러 만약 CM 값이 문제라면 우리가 좋은 평가 받았겠나"라고 반문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LG전자와의 8K TV 논란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용 상무는 "우리만 갖고 있는 기술적인 자랑을 하면 싸움밖에 안 되는데 그렇게 몰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며 "실제 8K TV에서 중요한 것은 선명도이니 제대로 만들면 더 좋다는 의미에서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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