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대전력・고전압 시험설비, 세계가 인정한 시험기술・전문가 보유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ISO/IEC에 따른 제3자 독립 시험 및 인증기관으로서 전세계의 고객들에게 중전기기 제품에 대한 종합적인 시험, 인증, 검사, 교정 및 신뢰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전기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첨단 대전력 및 고전압 시험 설비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시험기술, 그리고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보유한 국제 공인 기관으로서 성능평가를 통한 기업의 기술 개발,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고객들의 만족도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KERI의 대전력/고전압 연구시험인프라 구축의 역사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엔지니어링 기술을 소개하고 이를 활용해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KERI의 시험인프라 사업을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40년간 쌓아온 엔지니어링 기술

1970년대 중반 우리나라는 정부주도의 급속한 산업화가 진행되었으며, 전력설비 구축에 필요한 전력기기 생산부문에도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여 급속한 성장이 이루어 졌다. 당시 국내 기업의 가장 큰 제약 조건은 제품에 대한 성능시험과 검증기반이 없는 점이었다. 중전기기 제품을 실제 전력계통에 설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인된 시험인증기관의 검증이 필요한데 국내에는 국제규격의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시험용량을 확보한 시험소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에 우리 기업들은 비싼 돈을 들여 국제규격의 고전압시험설비나 단락시험설비가 갖추어진 해외시험기관을 이용해야 했다. 이에 따라 우리정부는 국내에도 공인시험기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1975년 단락시험소 설치안을 4대 중점 추진사업으로 결정하여 공인시험기관설립을 추진하였다.

1977년 3월 발족한 한국전기기기시험연구소(설립당시 KERI의 명칭)는 국가산업발전을 위해 시급성이 요구되었던 중전기기 분야의 공인시험인증을 위해 국내최초 고전압 대전력시험소의 구축을 진행하게 되었다. 당시 국내의 기술로는 시험소 설계, 감리, 기술시방 작성 등에 관한 엔지니어링이 사실상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국제입찰을 통하여 미국의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에 대전력·고전압시험소 엔지니어링에 관한 종합적 기술용역을 의뢰하였다. 1978년부터 현재 KERI가 위치한 창원지역에 시험소 건립을 시작하여 1982년 대전력·고전압시험설비를 갖추어 시험인증 업무를 시작하였다. 1980년대 초반 345kV계통의 보급 이후 대용량 중전기기의 개발 및 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전기기기 안전관리 강화에 따라 시험량이 크게 증가하였다.

이에 KERI는 1989년부터 52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초고압 전력기기 시험에 필요한 합성시험 설비를 구축하여 시험역량을 강화하였다. 이 당시에도 초고압 시험설비에 대한 기본설계는 캐나다의 IREQ(Institut de Recherche d’Hydro-Quebec) 시험소의 도움을 받았으며,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의 상세설계를 통하여 시험설비의 구축이 이루어졌다. 합성시험설비의 구축은 한국전력의 765kV 차기 초고압 송전시스템 건설에 획기적으로 기여하였으며, 초고압 송전기기들의 시험을 위해 네덜란드 전력기술연구소(KEMA)나 이탈리아 중앙전기기술연구소(CESI)로 가야했던 국내 중전기기 제조업체들이 KERI에서 시험할 수 있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 사업을 계기로 KERI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합성시험설비에 대한 증강사업을 자체적으로 수행하여 국제수준의 시험인증기관으로 도약하게 되었다.

시험인프라에 대한 외형적인 확대 뿐 아니라 국제수준의 시험인증 설비의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2000년대 이후 해외 중전기기 시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국제 단락 시험 협회(Short Circuit Testing Liaison, 이하 STL)의 가입을 추진하였으며 2011년 세계 10번째 정회원 가입에 성공하여 국내 중전기기 제품의 해외진출에 크게 기여하였다. STL가입은 국제기관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어야 할 뿐 아니라 시험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심사과정을 통하여 많은 질적 성장을 이룩하였다 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 기술의 자립화

국내 시험인증 인프라의 외형적 성장에 반해 가장 큰 아쉬운 점은 대전력/고전압 시험설비에 대한 설계, 감리 등에 관련된 기술은 크게 진보하지 못하였으며 해외에 의존하는 형편이 계속적으로 유지되었다. 일반적인 발전소 및 전력설비와는 완전히 다른 목적 및 방식으로 운영되는 대전력/고전압 시험소 구축의 경우 일반적인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수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험인증기관이 자체적으로 엔지니어링을 수행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자체적인 엔지니어링을 수행하고 있는 KEMA(네덜란드), CESI(이탈리아) 시험소에 비해 가장 약점이 되는 부분으로 지적되었다.

세계 최고 송전전압이 1,200kV까지 격상됨에 따라 시험용량 증대의 필요성이 다시 한 번 대두되었으며, 국내 중전기기 산업의 발전에 따른 시험적체 문제의 해소를 위해 KERI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산업부로 부터 지원을 받아 4000MVA 대전력시험설비 증설사업을 수행하였다. 이전 시험인프라 구축과는 달리 30년간 쌓아온 시험기술 및 인프라 설계기술을 기반으로 기본 및 상세설계, 조달, 감리 등 모든 엔지니어링 역무를 자체적으로 수행하였으며 국내 제작사들과 상세설계 등을 협력하여 사업을 진행하였다. 증설사업을 통하여 기존의 1기의 단락발전기와 더불어 2기의 신규 단락발전기에 대한 병렬운전기술을 축적하였으며, 디지털기반의 측정, 감시제어시스템(Electrical Equipment Control and Monitoring System)를 적용하여 기술적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시험 인프라를 확보하게 되었다.

해외 엔지니어링 사업

약 6년여에 걸친 증설사업의 성공적 수행으로 KERI는 세계 최고수준의 대전력/고전압 시험소로 발돋움하였으며, 무엇보다도 자체적으로 대전력/고전압 시험소 엔지니어링이 가능한 시험소로 해외에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 KERI 시험소의 성공적인 증설로 인해 해외 대전력/고전압 시험소 건축을 희망하는 국가들의 문의가 쇄도하였으며, 여러 국가들 중 인도네시아, 터키, 사우디와 같은 국가들은 직접적인 실사단 및 협상단을 파견하고 KERI와 시험소 엔지니어링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 및 협상을 진행하였다. KERI는 이들 국가 중 합리적인 가격 및 조건을 제시한 기관과 2018년부터 2회에 걸쳐 약 40만 달러에 해당하는 엔지니어링 계약을 체결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1970년대 KERI 시험설비 구축에 설계 및 시험설비제작에 참여하였던 일본의 기업의 경우에도 KERI의 최신 시험설비에 대한 기술력을 인정하고 자신들의 오래된 시험소를 개선하는 사업의 참여를 요청한 점 등은 지난 40년간 KERI의 대전력/고전압 시험 및 엔지니어링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되어 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예라 할 수 있다.

향후 계획

KERI는 40년간 대전력/고전압 시험인프라 구축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 초고압직류송전(HVDC), 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 등 에너지 신산업 관련된 신규 인프라구축 사업들을 자체기획하고 있으며, 2020년 광주분원 개원에 맞추어 관련 연구 분야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생할 수 있도록 시험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도 KERI는 제3자 공인시험인증기관으로서 그동안 축적된 엔지니어링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공공기관으로의 신뢰성 있는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내 전력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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