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순천향대학교 IoT보안연구센터 교수
김학용 순천향대학교 IoT보안연구센터 교수

지난 6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가 열리고 있다. IFA는 CES, MWC와 함께 세계 3대 IT 전시회 중의 하나인데 다른 전시회들과는 달리 유독 가전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5G 폴더블 스마트폰이나 로봇,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제품들도 간간히 눈에 띄기는 했지만 8K UHD TV를 포함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 가전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한 스마트홈이 주인공이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커넥티드 리빙(Connected Living)’이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LG전자는 ‘더 나은 삶을 위한 혁신(Innovation for a Better Life)’을 바탕으로 전시관을 꾸몄다. 그리고 독일의 지멘스는 ‘메트로폴리탄 라이프스타일(Metropolitan Lifestyle)’이라는 스마트홈 컨셉을 제시했다.

이런 컨셉들은 가전제품들의 연결을 넘어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혁신하고자 한다. 따라서, 디바이스의 기능을 고도화하기 보다는 스마트 가전과 생활 서비스를 결합하는데 집중한다.

예를 들면, 개인의 취향이나 기호에 맞는 커피를 만들어주는 밀레의 ‘바리스타 어시스턴트(Barista Assistant)’나 가전과 식재료 배달 서비스를 결합한 ‘엠쉐프(MChef)’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들은 스마트폰이나 AI 스피커를 이용해 기기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제어하는 것과 같은 단편적인 연결성과 자동화된 기능만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런 기능들은 활용하는 곳에 따라 유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고객들에게 얼마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가치를 제공할지는 의문이다.

스마트홈이 주목 받는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평균 주거면적이 43%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주택 범죄율도 낮으며 의료비도 낮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가의 스마트 디바이스가 제공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고객가치는 아주 적거나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타사의 제품과 연동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아마존의 알렉사나 구글홈과 같은 통합 서비스 플랫폼 대신 특정 기업의 디바이스 플랫폼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디바이스를 설정해서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물론 일부 기업들은 음성 명령이나 NFC 태그를 이용해서 초기 설정을 간단하게 하고 있지만, 세세한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서 개별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단순히 스마트홈 디바이스를 제공하려고만 하기보다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고객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마트 가전을 최대한 저렴하게 공급하고 디바이스를 서비스화 하거나 디바이스를 통해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이들을 더 자주 이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고객들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모아야만 더 큰 고객가치와 더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디바이스의 설정을 쉽게 만들고 인터페이스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하나 고민해야 할 것은 다양한 스마트홈 디바이스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홈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동성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홈 서비스 로봇같은 장치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컨데, 지금까지의 스마트홈은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과 같은 ICT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구체적인 고객혜택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가전 제조사나 통신사보다 생활 서비스 사업자들이 스마트홈에 더 적극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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