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생에너지 간헐성 대비 예비력 확보위해 다양한 시장 만들어
전력거래소, 제15회 ‘서울국제전력시장 컨퍼런스’개최, 국내 현안 되돌아볼 기회

올해 15회째를 맞은 서울국제전력시장 컨퍼런스는 ‘소비자 참여 확대와 재생에너지 증가를 위한 전력시장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지난 6일 열려 국내외 전력산업 유관기관, 산업통상자원부, 학계, 기업 관계자 등이 다수 참가해 주제발표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올해 15회째를 맞은 서울국제전력시장 컨퍼런스는 ‘소비자 참여 확대와 재생에너지 증가를 위한 전력시장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지난 6일 열려 국내외 전력산업 유관기관, 산업통상자원부, 학계, 기업 관계자 등이 다수 참가해 주제발표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일본은 현재 전체 발전량의 8%가량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지속적으로 늘려 오는 2030년에는 22~24%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2019년 상반기 현재 재생에너지 비율이 7%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일본과 우리나라는 비슷한 전력 환경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리고 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일본은 재생에너지 확대 시 발생할 수 있는 전력수급 및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만들고 있으며, 이미 실행단계에 있다.

재생에너지 증가가 가져올 필연적인 발전량 예측 오차를 줄이기 위해 일본은 현재 용량시장과 밸런싱시장을 설계해 운영할 계획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전력당국의 정책이 재생에너지 보급에만 초점을 맞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와 ‘복잡한 시장에서 겪게 될 혼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본은 또 지난 2016년 4월 소매시장을 자유화하면서 신전력사업자(PPS)들의 진출이 활발하며, 가격 경쟁을 넘어 서비스 경쟁 시대를 이끌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전기요금이 정치화되면서 정쟁의 대상인 상태로 남아 있다.

6일 전력거래소 주관으로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소비자 참여 확대와 재생에너지 증가를 위한 전력시장의 대응’이란 주제로 열린 ‘제15회 서울국제전력시장 컨퍼런스’는 에너지전환이 가져올 시장의 변화에 대해 일본의 준비사례를 통해 전력당국은 물론 시장 및 관련산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가 됐다.

시장 자유화 안정적 정착 사업자 578개로 증가

가격경쟁 넘어 IoT, 데이터 기반 고객 서비스 경쟁

지난 2016년 4월 소매시장이 완전 개방된 후 다양한 사업자들이 신전력사업자(PPS)로 참여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나카노 아키히코(Nakano Akihiko) 부사장은 “10개의 대형 전력사들이 독점하던 시장은 자유화 이후 급속도로 재편돼 2019년 3월 기준 전환율은 24.8%에 달한다”며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빠른 속도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환을 한 24.8%의 고객 중에는 기존 전력회사에서 규제요금을 이용하다 자유요금을 선택한 15.6%의 고객도 포함돼 있다.

고객의 전환율이 높은 것은 간단한 절차도 한몫했다. 전환을 원하는 고객은 신규사업자에게 가서 신청서 한 장만 작성하면 된다. 예를 들어 소프트뱅크 통신 매장에 가서 할인을 받고 전력서비스 가입을 하면 전환이 끝난다. 기존 전력회사에 전환을 했다는 통지도 필요 없다.

2018년 기준 일본의 신전력사업자수는 578개사로 시장자유화가 본격 추진된 2016년 279개사에 비하면 2배 이상 증가했다. PPS에는 가스회사, 통신회사, 주택회사, 철도회사, 여행사, 편의점, 지자체 등 다양한 사업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중 상위 5개사를 보면 도쿄가스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고 이어 통신회사인 KDDI, 오사카 가스, 소프트뱅크, 정유사인 JXTG 에너지가 상위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만으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고객 유치에만 집중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파산하거나 사업을 철수한 PPS도 39개사에 달한다.

나카노 아키히코 부사장은 “소프트뱅크의 경우 2012년 SB파워를 설립해 에너지사업을 시작했다”며 “기존의 인프라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전력소매사업에 뛰어들면서 전국에 있는 3000개의 이동통신 매장을 영업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에 전력을 결합한 상품을 판매하며, 고객에게 제공하는 요금할인 폭은 크지 않아 1% 정도다. 가정에서 3개의 이동통신 회선을 이용할 때는 300엔/월 요금할인도 제공한다. 전기요금 고지서를 이동통신 요금서로 통합했다.

나카노 아키히코 부사장은 전력판매 사업이 새로운 신규 비즈니스도 될 수 있지만 기존 통신 고객의 이탈을 막는 역할도 한다고 언급했다. 통신회사와 가스회사의 침여가 높고 고객 유치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양한 사업자의 진출은 가격경쟁을 가져올 수 있지만 아키히코 부사장은 이에 대해선 부정적 견해였다. 그는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사실이다. 고객의 입장에선 저렴한 전기요금이 매력적일 것이다. 그래서 일부 PPS는 가격 경쟁을 하고 있어 PPS 간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가격경쟁을 넘어 서비스 경쟁을 추구하고 있으며 IoT,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키우고 있다.

일본, 재생에너지 불확실성 극복위해 다양한 시장제도 설계

2020년 용량시장 개설, 2024년 물량 입찰... 보조서비스, 밸런싱시장도 도입

일본은 발전기에 대한 신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지원하는 용량요금도 시장에서 결정하도록 2020년 용량시장을 만들어 2024년 공급분에 대한 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일본 광역계통운영기관인 옥토(OCCTO)의 신지 타카오(Shinji Takao) 기획처장은 “전력시장 자유화와 재생에너지의 증가로 인해 발전소를 건설해 운영할 경우 수익률은 줄어들 것이다. 자연스레 발전소 건설이 줄면서 결국은 운영관리도 힘들어진다. 발전소가 경쟁력을 잃고 줄어들면 공급력이 부족해지고 전기요금이 급등할 수 있다”며 “이런 수급상황의 우려를 피하기 위해 용량시장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발전기들은 정해진 용량요금을 일률적으로 받고 있지만 일본은 용량시장에서 입찰을 통해 발전사들이 돈을 받는다. 발전사에서 kW당 가격을 용량시장에 제공하면 소매사업자들이 입찰을 통해 용량가격을 지불하는 시스템이다.

신지 타카오 처장은 “ 발전사들은 용량요금을 통해 지원을 받게 되고 이를 통해 건설비 등 고정비용을 커버하게 된다. 용량시장 운영자는 옥토가 맡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옥토는 시장을 설계하고 운영하며 경매를 중매하고 발전사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된다. 시장은 2020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가를 통해 용량시장 참여 발전사에 대해선 페널티도 부과된다.

일본은 또 예비력관리를 위해 2021년에는 밸런싱시장도 도입한다.

신지 타카오 처장은 “수급조절은 발전사들을 통해 이뤄진다. 수급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밸런싱시장이 있어야 예비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의 증가에 맞춰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간헐성이다. 일본도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면서 정확한 발전량 예측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재의 기술로선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밸런싱시장을 도입하게 됐다.

밸런싱시장 통해 예비력을 관리하는 이유에 대해 신지 타카오 처장도 “예측오차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지 타카오 처장은 “재생에너지는 2일 전에 공급계획을 제공하는데 재생에너지 예측 오차로 인해 수급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부하와 출력에 대한 예측이 정확하다 하더라도 30분간의 오차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예상하지 못한 고장으로 발생한 수급 불균형 등은 예비력이 있어야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전력 유틸리티도 재생에너지의 증가로 인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보조시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도쿄전력(TEPCO) 야시로 카즈시게(Yashiro Kazushige) 부장은 “일본의 1차 주요 대형발전사들은 보조예비력을 1주일 전에 시장에서 확보해야 하며 피크수요가 53GW가량 되는 도쿄전력의 경우 6~7GW의 보조예비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보조예비력을 활용하고 있으며 DR도 이 중에서 중요한 보조자원으로 활용 중이다. 도쿄전력은 2018년 340MW의 DR용량을 갖고 있으며 2018년 겨울 13차례, 여름에는 4차례 발동했다.

재생에너지의 증가는 계통운영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전력계통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가 발전을 해도 계통에 연결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야시로 카즈시게 부장은 “논 핌 커넥션 재생에너지의 경우 연결을 제한할 수 있으며, 기회손실비용 제한에 대한 논의는 있지만 국가적 기준은 없어 2022~2023년쯤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제15회 서울국제전력시장 컨퍼런스(SICEM 2019) 성황리 개최

국내외 전문가들 “재생에너지증가 시장 제도의 변화 필요” 한목소리

올해 15회째를 맞은 이번 컨퍼런스는 “‘소비자 참여 확대와 재생에너지 증가를 위한 전력시장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국내외 전력산업 유관기관, 산업통상자원부, 학계, 기업 관계자 등이 다수 참가했다.

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에너지 프로슈머 제도의 촉진, 수요자원시장의 확대 등으로 소비자 참여가 강화되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번 컨퍼런스를 계기로 시장 및 계통운영의 대응방안을 논의하며 향후 전력산업의 로드맵을 그려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컨퍼런스는 총 2개의 세션으로 산학연 전문가들의 발표 및 패널 토의로 구성되었다. <세션 1>에서는 “전력시장에서의 소비자 참여 강화 동향”을 주제로 일본 Softbank사의 나카노 아키히코(Nakano Akihiko) 부사장, 가천대 손성용 교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이유수 본부장의 발표가 이어졌다.

<세션 1> 발표가 끝난 후에는 건국대 박종배 교수가 좌장을 맡고 광주과학기술원 김진호 교수, 전력거래소 신시장개발팀 안병진 팀장과 발표자 3명이 패널이 되어 토의가 진행되었다. <세션 1> 패널토의에서는 전력시장에서의 소비자 선택권 확대는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 과정에서이해당사자들 간의 상호조정 필요성이 강조됐다.

이어서 진행된 <세션 2>는“에너지 전환에 따른 시장 및 계통운영 대응방안”과 관련해 일본 OCCTO 신지 타카오(Shinji Takao) 기획처장, 도쿄전력(TEPCO) 야시로 카즈시게(Yashiro Kazushige) 부장, 홍익대 전영환 교수, 고려대 장길수 교수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세션 2> 패널토의에서도 좌장인 건국대 박종배 교수, 연세대 허견 교수, 전력거래소 계통개발팀 옥기열 팀장과 발표자 4명이 패널이 되어 토의가 진행되었다. 열띤 토의에서는 지속적인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한 RMS(신재생통합관제시스템) 개발계획 등 신기술뿐만 아니라, 계통운영자인(ISO)인 전력거래소의 역할과 위상 제고가 더욱 중요함이 강조됐다.

전력거래소 전력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해외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전력시장에서의 소비자 참여 확대와 재생에너지 증가 등과 관련해 에너지전환 시대를 맞은 우리나라의 전력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안정적인 계통운영 방안을 모색하고자 이번 컨퍼런스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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