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울산은 생산도시, 산업도시로 탈바꿈해야!
대학과 공적 연구기관 활용해 기술 강소기업을 키워야

차동형 울산테크노파크(이하 TP) 원장과 인사를 나눈 후 약간의 대화만으로 두뇌 회전이 빠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차 원장은 생산도시와 산업도시를 확실히 구분하고 개념 지었다. 여기에 현재 울산이 당면한 문제점과 해결방안이 담겨있었다. 10년 넘게 울산에 거주했던 기자지만 생산도시와 산업도시를 구분해서 말하는 사람을 만나보진 못했다. 개념을 명확히 한다는 것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차 원장은 정식 인터뷰임에도 거침이 없었고 즉문즉답이었다. 당초에는 TP 업무와 관련된 질문만을 할 계획이었지만 지역에서 보기 드물게 스마트한 사람과 지엽적인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시적인 내용을 주로 인터뷰했지만 예정된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 지금까지 울산은 생산도시, 산업도시로 탈바꿈해야!

시민들은 울산을 산업수도라 부르는데 익숙하고 대부분의 국민들도 울산을 산업 도시라 부르는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차 원장은 지금까지 울산은 생산도시였다고 개념 지었다. 산업도시는 생산과 더불어 연구기능이 복합적으로 갖춰져야 하는데 울산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대기업의 생산 공장은 많은데 그에 걸맞는 대기업 연구소는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울산이 지금과 같은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도시는 상승기 하락기 등 심한 기복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고 산업의 경쟁력은 연구 능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생산 못지않게 연구 능력이 제대로 기능하는 산업도시라면 쉽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생산 시설의 중국 이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 시설은 쉽게 해외로 이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대학과 공적 연구기관 활용해 기술 강소기업을 키워야

차 원장은 울산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봤다. 유니스트 등 이공계 중심 대학과 공적 연구기관의 분원 등 연구기관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기업을 기다리기 보다는 이와 관련 기술 강소기업을 모으고 키워야 한다고 했다.

대기업 영향력이 막강했기 때문에 울산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시키는 업무만 하는 등 자생력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또,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멋진 산들과 항만에 적합한 수심이 깊은 바다 등 모든 것을 갖춘 도시라고 칭찬했다.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울산은 절박하지 않았다며 울산에 비해 산업시설이 빈약한 부산은 해운대를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개발했다고 평가했다.

◆ 울산TP, 지역 중소기업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 것

울산TP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전국 테크노파크를 대상으로 시행한 ‘2018년도 기관경영실적평가’에서 전국 최우수(S) 등급을 받았다. 입주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기술 지원과 사업화, 해외시장 개척 활동 등으로 기술 강소기업으로 집중 육성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차 원장은 울산TP를 애로사항을 가진 지역 중소기업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고민을 해소하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권위적이지 않고 기업들이 항상 찾아오는 사랑받는 공공기관으로 만들 계획이다. 인터뷰 며칠 전에도 중소기업이 차 원장을 찾아와 컨설팅을 받고 갔다.

◆ 플랜B를 항상 준비해야

차 원장은 일본의 소재산업 수출 규제에 대해서는 큰 위기는 아니지만 기업들에게는 비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했다. 일본 제품을 대체하려면 품질 못지않게 가격 경쟁력도 중요한데 사장이 오너라면 문제가 없지만 전문경영인들은 3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산화하고 개발할 여유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금수조치를 한 것이 아니고 관리를 엄격히 하겠다는 것이지만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요인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것보다는 국제분업체제, 자유무역주의를 지향하던 세계 경제에 정치가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우려했다. 트럼프 이후 시작된 보호무역주의, 자국중심주의는 무역량 자체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유명 작사가 차경철의 아들

울산과 차 원장의 인연은 각별하다. 우선 울산 울주군이 고향이다. 그리고 ‘창살없는 감옥’의 유명 작사가 차경철(본명 차익준)의 친아들이다. 울주군 옹기마을에 아버지의 노래비가 있다. 차 원장은 지금도 노래방에서 아버지 노래를 불러주시는 분들 덕분에 생전에 저작권료만 월 100만원씩 들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들어올 것 같다며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차 원장이 산업부에 재직할 때는 울산의 산업박물관 유치를 위해 적극 노력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차 원장이 직접 윤상직 장관을 만나 설득했다. 그러나 당시 지역 정치권의 욕심이 너무 과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시카고 자연사 박물관을 염두에 뒀는지 3000억원 수준을 요구했다. 예비타당성 통과가 우려됐다. 차 원장이 건설 예정지를 보니 주위 공터가 있어 1차로 짓고 수요가 증가하면 2관을 추가로 짓는 방식으로 일단 규모를 줄이자고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금 울산에는 산업박물관이 없다.

울산 울주군 옹기마을에 있는 '창살 없는 감옥'의 유명 작사가 차경철( 본명 차익준)의 노래비. 차동형 울산TP 원장은 차경철 작사가의 친아들이다.
울산 울주군 옹기마을에 있는 '창살 없는 감옥'의 유명 작사가 차경철( 본명 차익준)의 노래비. 차동형 울산TP 원장은 차경철 작사가의 친아들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