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업계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차원이 아닙니다."

전기공사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여러 발주처에서 전기공사업법을 무시한 통합발주 강행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밖에서 비췄을 때 전기공사 분리발주 위반이 단순히 업계의 공사물량을 빼앗기기 싫은 이기심으로 비출까 두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전기공사업계의 여러 집회장소를 다녀왔다. 당장 주말에 대학로나 광화문 부근만 가봐도 그렇지만 집회라는 것을 열다보면 인근 통행인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고, 관계없는 이들이 듣기엔 또 하나의 소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집회라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렇지만 전기공사업계가 수십년을 지켜온 분리발주 원칙이 무너지는 일이 잦다보니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전기공사업계 관계자들은 통합발주를 통해 대형 건설사 등이 공사를 일괄 수주할 경우 전기공사 협력업체가 여기에 하청업체 수준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어차피 분리발주로 직접 수주를 하나, 통합발주를 통해 사업을 따낸 원청의 하청으로 참가하나 전기공사 전문업체가 공사를 실시하는 건 매한가지다.

다만 공사비에 차이가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100원에 수주한 공사를 최저가로 따내 몇십원 수준에서 실시하는 것과 100원에 수주한 공사를 100원에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공사 품질이 다르다는 얘기다. 이 공사 품질을 확보하고 보다 안전한 시공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분리발주 수호라는 가치에 집착하는 셈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최근 충북대학교병원의 전기공사 분리발주 결정은 환영할 일이다. 특히 통합발주가 당연시 되고 있는 최근 기술제안입찰 방식에서 충북대학병원과 같은 예외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눈여겨볼만 하다.

병원 건물에 전기설비가 고장나면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생명이 급한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제대로 된 공사비를 지급하고 제대로 된 전기설비 시공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린 것이다.

당장의 행정 편의보다 눈 앞 환자들의 안전을 우선시한 충북대학병원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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