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이 ‘게임이론과 경제 행태(Theory of Games and Economic Behavior)’를 펴낸 이후 게임이론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등 전 영역에 걸쳐 강력한 패러다임이 됐다.

게임이론에서 파생한 다양한 분석 가운데 존 내시(1928~2015)의 ‘내시 균형 이론’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으로 꼽힌다.

게임이론은 한 마디로 의사결정을 분석하는 도구다. 의사결정은 인간만 하는게 아니라 국가나 기업, 조직 등이 수행하기 때문에 모든 영역을 망라한다.

제로섬 게임, 치킨 게임, 죄수의 딜레마, 승자의 저주 등 낯익은 개념들도 모두 게임이론의 카테고리에 속한다.

존 내시가 등장하기 전까지 게임이론은 의사결정자들이 ‘합리적으로 선택한다’는 것을 대전제로 삼았다. 전략적 상황을 고려한 의사결정, 즉 상대방의 반응을 충분히 고려하고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존 내시는 20살의 나이에 단 27쪽 짜리 논문 하나로 20세기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뒤집어놓았다.

애덤 스미스의 주류 경제학, 즉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경제체제가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것, 이익의 합은 당연히 최대 선으로 귀결된다는 게 경제학 불변의 진리였다. 게임이론도 이 틀을 벗어나진 못하고 있었는데, 내시의 등장은 이런 전통적 논리를 붕괴시켰다.

‘내시 균형’은 게임에서 모든 참가자들이 만족하고 더 이상 전략을 변화시킬 의도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반드시 최선의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의중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보만을 이용한 최적의 선택은 경우에 따라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끝없는 경쟁 환경에 직면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게임이론은 전략적 사고에 도움을 준다.

경쟁을 통해 사업을 따야 하는 입찰은 실전의 좋은 예다.

마침 추석 명절 연휴 직후 한국전력 배전용변압기 단가입찰이 시작된다.

2006년말 단체수의계약이 폐지된 이후 전기조합과 변압기조합(과거 남부·중부·서부 포함) 등 사업자 단체는 과거 몇 차례를 제외하고 대부분 컨소시엄 체제를 유지하며 입찰의 승자가 됐다.

올해도 조합 체제가 유지될지, 아니면 컨소시엄 구도가 깨질 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조합 컨소시엄이 물량을 양분할 가능성이 다소 높은 것으로 관측되기는 하지만, 아직 결과를 장담하기는 이르다.

60여 개 기업들은 입찰 직전까지 불완전한 정보를 토대로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지,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게임이론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다.

개찰은 모든 응찰자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지점, 즉 내시균형(Nash Equilibrium)을 이룬 상태에서 이뤄진다.

업계 입장에선 적어도 이득이 손실보다 큰,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이른바 ‘양의 합 게임(positive-sum game)’이 된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