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다홍치마’…10층 이하 빌딩시장 ‘승강기 빅3’ 각축전

승강기 업계에 디자인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메이저 승강기업체들은 특히 분속 105m 이하의 중저속 승강기 시장에서 ‘속도’보다는 ‘디자인’으로 차별성을 꾀하고 있다. 고급 승강기에서나 볼 수 있는 세련된 디자인이 중저속 승강기에도 속속 적용되고 있다.

고층·초고층빌딩이 아닌 이상 10층 이하 저층 건물은 속도 경쟁이 무의미하다. ‘속도’만 놓고 보면 분속 600m 이상의 초고속시장을 제외하고는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해 글로벌기업들의 기술수준이 평준화됐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5층 건물에도 승강기를 설치하기 때문에 제한적인 초고속시장보다 공기가 짧은 단납기(QTO; Quick Turn Over)시장이 더 커지는 추세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이제는 승강기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디자인의 차별성이 더 중요해진 시대가 됐다.

디자인 경쟁 측면에서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 코리아(대표 박양춘)는 가장 눈에 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반영한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티센크루프는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전통예술인 ‘나전칠 기법’을 도입한 승강기를 출시했다. 나전칠은 자개를 이용한 장식과 옻칠을 통칭하는 기법이다. 나전칠을 승강기에 입히기 위해 이 회사는 1년 6개월간 칠예가 전용복 장인과 협업했다. 서구기술의 승강기와 우리나라 전통 예술인 나전칠을 융합해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천장과 벽면, 버튼 등 승강기 내부의 모든 디자인을 전문가가 패키지로 형태로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은 맘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이 같은 패키지 디자인은 티센크루프가 국내 처음 도입했다. 이 회사는 2013년 6가지 패키지 디자인과 TFT LCD 조작반, 미세먼지 저감장치 등 고급 옵션을 표준으로 적용한 ‘시너지(synergy)’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티센크루프 관계자는 “유럽의 ‘밋밋한 승강기’에 변화를 주기 위해 독특한 디자인을 고안하려고 노력했다”며 “국내에선 우리가 가장 먼저 중저속 승강기에 고품격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했고, 우수한 디자인 인력을 대거 확보하고 있는 것도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동수단으로서의 편의성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경험 중심’ 승강기 디자인을 표방하는 오티스 엘리베이터 코리아(대표 조익서) 역시 지난 4월 중저속 모델인 ‘젠투라이프 노바(Gen2 Life Nova)’를 출시했다.

젠투라이프 노바 ‘굿 디자인 어워드’ 3년 연속 수상에 빛나는 젠투라이프 디자인의 확장 버전이다. 4종의 스탠다드 모델과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항균 기능을 추가한 프리미엄 모델 1종으로 구성됐다.

밝게 빛나는 ‘새로운 별의 등장’이라는 컨셉을 담은 ‘노바 (Nova)’ 디자인은 이름처럼 고휘도·고광택의 메탈 소재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공간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와 함께 3D 프리즘, 붓터치, 스트라이프, 사피아노 등 감각적인 패턴을 조화롭게 배치해 세련된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고안됐다.

또 눈의 피로감을 줄여주도록 테두리에서 빛이 발산되는 엣지 조명과 시인성이 뛰어난 모노 LCD 디스플레이 등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인체공학적 설계를 적용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초 출시한 중저속 승강기 ‘비발디(Vivaldi)’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비발디는 사계절의 빛과 자연을 주제로 한 색상 8종을 원하는 대로 조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고휘도∙고광택 소재와 조명을 활용한 디자인과 도착 예보 기능, 친환경 바닥 소재, 항바이러스 핸드레일 등 다양한 선택사항을 적용해 제품 선택 폭을 넓혔다.

지난해에는 ‘유니버설 멀티 바(Universal Multi Bar)’로 세계 승강기 기업 최초로 미국 산업디자이너협회(IDSA)가 주최한 디자인 어워드 IDEA에서 본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전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IDEA, iF 디자인 어워드, 레드닷(Red Dot) 어워드 중 2곳을 석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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