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헌수 교수의 등촌광장)혁신, 창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작성 : 2019년 09월 02일(월) 08:16
게시 : 2019년 09월 03일(화) 09:29
가+가-
변화의 시기가 되면 꼭 등장하는 단어가 혁신이다. 혁신은 새로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조직과 제도와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따라서 혁신의 전제는 정확한 목표의 설정이다. 목표가 그 조직이 변화를 대응하며 발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함은 물론이고 자신의 역량에 맞고 실현 가능해야 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정부도 출범하자마자 사회전반에 걸친 혁신을 통해 4차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갈 국가적 역량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부처별 혁신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에 호응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다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는 곳은 없어 보인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우 혁신을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감사로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교육부는 정부출범과 함께 ‘사학혁신위원회’를 만들어 2년 동안 활동한 후 얼마 전에 성과발표회를 가졌다. 사학이 전체대학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이공계인력의 70%이상을 배출하는 것을 고려하면, 사학의 혁신은 이공계 역량강화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내세운 목표는 ‘사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공공성과 책무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 위원회가 출범하자 대부분의 언론 보도 타이틀은 ‘사학 손보기 시작’이었고, 역시나 결과보고서에 포함된 10개의 권고 내용을 보면 사학의 발전을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것은 거의 없고 어떤 비리를 찾아내서 어떻게 벌주었고 어떻게 감시하도록 제도를 바꾸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혁신은, 잘못을 바로 잡는 것이 시작이지만, 다음 단계는 그런 잘못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찾아 해결해주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사학의 예를 이어가면, 사학재단들은 잘못을 지적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들을 안고 있다.
대부분의 사학재단들은 학교 설립에 전 재산을 투입해 다른 수입원이 없다. 근본적으로 매년 대학예산의 2~3% 수준에 해당하는 법정부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 대학재단이 몇이 되지 않으며 거의 대부분의 사학재단이 이 법을 준수할 수 없다.
또한 학생1인당 몇 평이 기준인 교지확보율을 요구하며 교지확보율이 충족되지 않으면 교지를 처분할 수도 없고, 이 기준을 못 맞추면 국가재정지원사업 등 각종 정부 지원에서 제약을 받는다.
도심에 빌딩만 가진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들이 넘쳐나고 교지에 대한 개념이 달라진 4차산업혁명시대에 적합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다른 나라와는 달리 재단의 재정이 대학과 분리돼 있어서 학교부지 내에서는 재단은 어떤 사업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학재단에 기부하는 경우 세금혜택이 제한적이어서 기부자가 증여세를 내도록 돼 있다.

대학의 수익사업은 원천적으로 봉쇄돼있고 등록금도 정부가 통제하고 있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대학의 재정을 책임져야 할 사학재단 이사의 반을 아무런 책임이 없는 공익이사로 채우게 하겠다고 한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 줘야 한다.
그리고 나서 그 조직이 생명력을 가지고 발전할 수 있는 지원이 따라야 혁신이 가능하다. 사학재단의 생명력은 설립목적의 실현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것에 있다.

각 사학들이 자신들만의 특성을 갖는 방법과 목표로 교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뒤따라야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인재의 배출을 통해 혁신이 완성된다.
인구감소로 정원이 축소되거나 폐교되는 대학의 대부분이 사학일 수밖에 없고, 그럼에도 여전히 4차산업혁명을 이끌어갈 견인차의 역할을 해줘야하는 대학의 대부분도 사학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폐교할 수밖에 없는 사학들이 그 시설과 공간을 어떻게 공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지 퇴로를 만들어주고, 정원이 축소돼도 사학을 유지하려는 경우는 어떻게 특성화시켜서 살려낼 것인지 이끌어주며, 지속적 역할을 감당해야 할 사학들은 세계유수의 사학들처럼 수백 년, 천 년을 이어가며 인재육성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을지를 찾아서 지원해줘야 한다.

다중적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의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사회의 모든 분야를 혁신하는 것밖에 없다.
특별히 인재를 육성하는 사학의 혁신은 공공적 책무를 넘어 미래의 세계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지원할 다른 차원의 혁신위원회가 다시 출범하기를 기대한다.
한헌수 숭실대학교 교수 기사 더보기
많이 본 뉴스

에너지Biz

전기경제

시공&SOC

인기 색션

전력

원자력

신재생

전기기기

기사 목록

전기신문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