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MBC논설위원)
김상철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MBC논설위원)

내일 통일이 된다고 치자. 그럼 우리나라와 국경선을 접하는 나라는 둘, 바로 중국과 러시아다. 물론 바다 건너에는 일본이라는 나라도 있다. 주한미군의 존재를 잠깐 잊고 생각해보면 이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핵을 가진 강국이다. 핵무기를 빼고 재래식 전략만 따져도 어마어마한 나라들이다. 핵전력을 제외하고 총체적 군비 태세를 감안한 지표만 봐도 그렇다. 2019년 세계 군사력 순위를 보면 미국이 당연하게도 1위, 러시아가 2위, 그리고 중국과 인도, 프랑스, 일본의 순서다. 그 다음 위치가 한국이다. 결국, 한반도 주변에는 군사력 2위와 3위 그리고 6위인 나라들이 둘러싸고 있다. 1위인 미국은 태평양을 건너야 한다. 이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구체적인 숫자를 놓고 비교해보면 더 뚜렷해진다. 러시아는 얘기할 것도 없다. 보유한 핵탄두만 무려 4650기다. 미국의 절반 정도다. 해군력의 경우 중국은 구축함이 73척이지만 일본은 48척이고, 잠수함은 중국이 63척인데 일본은 16척이다. 우리나라는 구축함 12척, 잠수함 13척을 갖고 있다. 중국은 일본이 보유하지 못한 전략 핵잠수함도 3척이나 갖고 있다. 러시아가 가진 전략 핵잠수함은 무려 14척이다. 공군 전력을 비교해보면 전투기가 중국은 1100대지만 일본은 360대고, 수송기는 중국이 296대, 일본이 42대다. 물론 중국은 지켜야 할 바다와 하늘이 일본보다 넓다.

한반도 주변만으로 국한해서 보면 한국이나 일본이 그렇게 많이 밀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핵무기가 없는 일본이지만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탄제조 능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우리와 일본을 비교하면 올해의 경우, 군사예산은 우리가 47조원이고, 일본은 55조원이다. 우리가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그만큼 일본은 전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다. 대체적으로는 육군과 공군은 우리가 일본에 비해 우위에 있고, 해군 전력은 조금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한다.

사실 무역 전쟁이 하도 뉴스를 많이 쏟아내서 관심이 덜하지만, 지금 미국과 중국은 본격적인 군비경쟁도 하고 있다. 핵심은 미사일이다. 지난해 군사비 지출액을 보면 미국이 압도적인 711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의 군비 지출액은 1430억 달러다.

이달 초 미국은 중거리핵전력(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조약의 파기를 선언했다. 미국이 조약의 파기를 선언한 건 중국 때문이다. 물론 미국은 중국 때문에 조약을 파기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원래 조약의 정식 명칭은 ‘미·소 중·단거리 미사일 폐기에 관한 조약’이다. 1987년 미국 레이건 대통령과 소련의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했다. 발사 거리가 500㎞에서 5500㎞사이의 미사일은 만들지 말자는 것이었다. 조약에 따라 미국이 가만히 있는 동안 중국은 미사일을 마음껏 늘려왔다. 중국이 가진 미사일의 90% 정도가 미국이 만들지 않았던 중거리 미사일이라고 한다. 대만이나 한반도가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지만 일본이나 오키나와 주일 미군기지, 또 미국의 괌도 포함된다. 당연히 미국은 이제 새로 만드는 미사일을 배치할 곳을 찾을 것이다.

중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중국 외교부는 일찌감치 미국이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평택 미군기지는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 배치의 최적 후보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과의 군사정보 교류협정인 지소미아는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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