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즉 국정수행 긍정평가 수치가 왜 이리 높은지, 혹은 낮은지’에 관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대통령 지지도 왜 이리 높냐’는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왜 이리 낮냐’는 것이다. 그래서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5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그 정도가 심해졌다.

심지어 언론에서조차 기사나 칼럼을 통해서, 여론조사 기관들의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가 무언가 이상하고, 조작의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경우도 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그것은 일종의 ‘동굴의 우상’이다. 동굴의 우상이란, 플라톤의 '국가론' 소크라테스의 비유로부터 베이컨이 인용했던 용어인데, 개인적 특성 때문에 바깥 세계에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지 않는 편견을 말한다.

저의 지인 중 70대 남성 어르신의 경우, 대표적인 문재인 대통령 비토 층이다. 리얼미터가 최근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는 긍정 46.2%, 부정 50.4%였는데, 70대 남성이 속한 계층, 즉 60대 이상 남성 유권자들의 경우에는 긍정이 36.5%에 불과하고, 부정이 58.9%에 이른다.

즉, 문재인 대통령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1/3에 불과하고, 부정 평가하는 분들이 10명 중 6명이나 되며, 더욱이 직업이나 출신지역처럼 사교모임, 동향모임에서 주로 비슷한 성향의 유권자들이 모이기 때문에, 자기 주변에는 온통 비슷한 성향의 유권자들만 있다 보니, 여론조사결과가 믿어지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지인 중 30대 여성의 경우에는 긍정평가가 59.7%고 부정평가가 39.7%다. 즉, 10명중 6명이 긍정평가를 하고, 4명이 부정평가 하니, 70대 남성들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지역적으로 분류하면 영, 호남에서는 더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각자 처한 동굴에서 그렇게 바깥 현상을 바라보다 보니 편견이 생기는 것이다.

만일 여론조사가 조작되었다면 리얼미터뿐만 아니라, 한국갤럽 등 정례로 발표하는 회사들의 결과가 어떻게 동일한 추이로 비슷하게 나올 수 있겠는가. 다 같이 담합해서 그럴 수 있을 것으로 추론한다면, 조사기관 종사자들의 보안 수준을 엄청난 수준으로 과대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 취임2주년 때 일제히 발표된 여론조사 기관별 지지율은 다음과 같다. MBC-코리아리서치 : 51.8%, 한겨레-한국리서치 : 51.7%, MBN-메트릭스 : 50.4%, 리서치뷰 : 49.4%, YTN-리얼미터 : 49.1%, KBS-한국리서치 : 48.9%, tbs-리얼미터 : 47.3%, 알앤써치 : 46.9%, 한국갤럽 : 45%. YTN-리얼미터를 중심으로 높은 곳이 4군데, 낮은 곳이 4군데인데, 이전과 이후 발표된 시계열 추이는 조사기관별로 대략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일반 회사처럼 조사기관 종사자들도 다양한 인적 구성으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과 비토층이 혼재되어 있다. 연령대도 다양하고, 출신 지역도 다양하며, 지난 대선 때 투표했던 후보들도 다 다를 텐데, 만일 모든 조사기관들의 대표가 담합하여 여론조작을 지시한다고 했을 때, 그것을 지시한대로 따르고, 그것이 외부에 비밀로 부쳐질 수 있을까?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 현재 잘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고, 향후에 잘 수행하여 주길 바라는 기대심리도 동시에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집권 후반으로 갈수록 기대심리가 줄어들게 됨으로 예외 없이 ‘필연적 하락의 법칙’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5년 단임제하에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향후 문재인 대통령도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지지율이 점차 떨어질 텐데, 그때가 되면 저의 지인 70대 남성과 30대 여성은 입장이 바뀌어, 여론조사를 한쪽에서는 다시 신뢰하게 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신뢰하지 않게 될 확률이 높다. 그것이 필연적 하락의 법칙에서 나타나는 불변의 역사이기도 하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그러한 전례를 깰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확률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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