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서 얼마 전 지방행사에서 “불과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말씀하시고 이어서 8.15 경축사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와 극일 정신”을 강조할 때 필자는 뛸 듯이 기뻤다.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차원에서 인용한 ‘12척의 배’는 세계시장에서 분명 일본을 이길수 있는 우리의 특급병기들을 의미하며 여기에는 조선, 반도체, 자동차, 철강, IT, K POP 열정 그리고 원자력기술도 포함되리라!

마침 10년 전인 2009년 9월4일 대한민국은 UAE 원전 수주전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따돌리며 우선협상국에 포함됐으며 12월27일에는 드디어 프랑스, 미국, 일본을 누르고 최종계약자로 선정돼 세계를 놀라게 하는 기적을 이룬다. 우리나라 대표 원자로인 APR 1400의 안전성, 경제성 그리고 운영능력과 시공경험을 세계 최고로 인정받은 역사적 순간이었다.

원자력발전소는 부품수가 300만 개가 넘는 대형플랜트기 때문에 가끔 원자력함대(nuclear fleet)라고 불리운다. 당시 가동 원자력함대가 20척에 불과한 한국이 54척의 일본과 58척의 프랑스 그리고 100척의 미국까지 가세한 국가대항전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이순신장군의 정신으로 필사적 총력전을 벌여 도저히 이길수 없는 전쟁을 이기게 만들었다.

이어서 수년 후 발생한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는 커다란 충격과 함께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갖게 하고 영화 판도라를 통해 공포에 가까운 저항감이 증폭되면서 국내 원자력산업은 해체로 향하는 고난의 기로에 서게 됐다.

그러나 ‘단련된 후에는 순금같이 되어 나오리라’는 성경 말씀처럼 원자력산업계는 후쿠시마의 고된 담금질을 받아서 순금을 만들어왔다. 후쿠시마와 같은 중대사고가 절대로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보강했으며 공상영화 판도라에서 등장하는 허구적 사고까지도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고관리계획서를 개발하여 완벽한 안전성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APR 1400 함대에 최첨단 미사일방어체제(THAAD)라고 할 수 있는 안전해석코드(SPACE)와 미국원전의 70% 이상에 수출되고 있는 초고속 사고위험 계산엔진(FTREX)이 장착돼 사고분석 및 예방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또한 와류식 붕산주입장치, 사고저항성 핵연료관(HANA), 세계최초의 중저준위 유리화 상용기술, 사우디에 수출추진중인 APR 1400과 SMART 원자로, 한수원의 건설운영기술과 원자력환경공단의 복합처분 기술 등은 대한민국이 자랑해야 할 순금과 같은 보배 기술들이다.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은 국내 규제기관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까다로운 유럽과 미국의 공인 검증기관에서 입증되고 있다. 유럽/아프리카 시장을 겨냥한 APR 1400 유럽사업자 인증은 2011년에 신청해 2017년에 공식 인증서를 발급받았다. APR 1400의 국제 공인 및 미국시장을 위해 2014년에 미국 규제기관(NRC)에 설계인증을 신청해 지난해 9월에 설계승인을 받았으며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청프로세스를 거쳐 드디어 오늘내일 간에 공식 설계인증서가 발급될 전망이다. 일본과 프랑스는 우리보다 몇 년 이나 빨리 미국 승인을 신청했으나 아직까지 설계인증을 받지 못해 국제공신력이 우리보다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원전 수출 프로젝트의 특성상 계약국가와 ‘건설 10년’, ‘운영 60년’ 그리고 ‘해체 30년’ 등 약 100년의 기술협력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또한 전문가 육성, 연구개발, 에너지 사업 등 동반자적 국가협력이 다양하게 이뤄 질수 있다. 원전 수출을 통해 기술 지배국이 될 수 있으며 타 분야까지 패키지 수출이 돼 막대한 부와 고용의 창출 그리고 국가위상 제고가 가능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미국과 유럽에서 인증을 받은 원자로는 우리나라의 APR 1400과 미국의 AP 1000 밖에 없다. 지금 참 좋은 기회이다. 우리 정부가 원전 수출 깃발을 들고 세계로 나가자. 12척중 세계최강인 APR 1400 함대를 이끌고 일본을 넘어서 미국으로 체코로 사우디로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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