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19일 발표한 권고안이 전력산업의 구조 문제로 귀결되면서 잠들어 있던 ‘전력산업구조개편’을 다시 끄집어냈다. 특조위의 결론은 태안발전본부에서 발생한 고(故)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의한’ 민영화·외주화 정책탓으로 돌렸다. 전력산업구조개편 추진은 분명히 논란이 됐다. 당시 발전자회사 한곳을 민영화하고 중장기적으로 판매시장 개방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게 흘러가면서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어정쩡한 상태에서 중단됐으며 민간 참여가 가능한 부분은 민간기업과 공기업의 경쟁을 유도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발전소 운전정비 시장이었다. 한전KPS 독점의 정비시장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따라 민간이 참여하는 경쟁시장으로 변했고 민간 전문 정비업체들은 20여년의 기간 동안 기술을 축적하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19일 특조위의 권고안은 이 모든 것을 부정했으며 20년 전으로 돌아가 발전사의 경상정비,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의 민영화·외주화 철회, 전력산업의 수직 통합을 적극 검토하도록 했다.

노동계가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했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사망사고의 책임으로 몰았다. 수개월 가까운 특조위 활동이 내린 결론이라고 보기에는 내용이 부족했으며 본래 조사위원회의 역할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20년 넘은 논쟁을 끄집어내 전력산업의 정책적 문제와 노동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그쳤다. 특조위와 노동계가 요구했던 것처럼 공영화가 현장의 안전을 담보하고 산업재해를 막을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는 2142명에 달하며 하루에 6명꼴로 사망했다. 사망사고가 난 이 모든 현장을 공공의 영역이 담당하면 문제가 없을까.

태안화력 사태를 계기로 현장의 안전관리, 노무관리, 하도급관리 등 원 하도급 구조가 고착화된 환경개선과 산재를 은폐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찾아내 개선하는 것은 꼭 필요하지만, 20년전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되돌려 놔야 한다는 식의 해결방법이 현재로써 타당한지 의문이다.

세계 에너지시장은 특조위의 권고와는 다르게 흐르고 있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정책의 핵심도 수직 통합구조가 아닌 지역분권, 다양한 사업자가 참여하는 시장이 핵심이다.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꾸려진 특조위가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얘기했을 때, 정확히 진단을 했는지 의심했다.

또 특조위의 활동을 통해 “그동안 노동계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하는 의문도 가졌다. 하루에 6명꼴로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나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이 숫자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제안·권고가 필요한데, 그동안 정책적 논란이 됐던 전력산업구조개편을 다시 꺼내 든 것이 이런 현실적 문제를 얼마나 해결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현재 진행형이며 한 쪽면에서 바라보며 방향을 결정할 수 없다. 또 인위적인 결정보다는 기술·시장의 흐름을 반영해 결정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