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해체 앞둔 ‘국내 첫 영구정지 원전’ 고리 1호기를 가다
대한민국 원전산업 ‘산역사’…이젠 원전해체 이끈다
작성 : 2019년 08월 19일(월) 15:55
게시 : 2019년 08월 20일(화)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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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1호기 전경. (제공: 연합뉴스)

국내 최초 상업 원전, 국내 최초 영구정지 원전인 고리 1호기. 40년간 대한민국 원자력발전과 나란히 동행하며 역사를 써왔다. 그러다 지난 2017년 6월 18일 영구정지한 후 사용후핵연료 반출, 방사성폐기물 처분, 해체, 부지 복원 등 후행주기를 앞두고 있다. 본지는 지난 14일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부산시 기장군 소재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본부장 이인호) 고리 1호기를 찾았다.

고리 1호기는 우리나라 원자력발전과 역사를 함께한 첫 원전인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여러 면에서 ‘국내 최초’와 더불어 ‘국내 최고’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다.
최장연속운전 387일, 최고 이용률 99.37% 달성, 최장기무고장운전 538일 등 기록적인 업적과 화려한 시절을 뒤로 하고 지난 2017년 영구정지 후 국내 원전의 ‘맏이’답게 다시 ‘국내 최초’ 수식어를 달고 원전해체산업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정재훈)은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을 본보기로 삼아 550조 원 규모로 추산하는 세계 원전해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수원은 애초 고리 1호기를 계통제염 후 외부에 개방하려고 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엄재식)와 작업과 관련해 아직 협의 중에 있어 계통제염 작업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 전경.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 방사선량 X-ray 한 번 촬영한 양보다 적어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를 보기 위해서는 발전소에서 제공하는 방호복과 목이 긴 장갑·양말을 착용해야 했다. 안전모 안에는 머리 망도 이중으로 썼다. 머리부터 몸, 팔, 다리까지 이중으로 감쌌지만 정작 얼굴과 목 부분은 공기 중에 노출이 되는 복장이었다. 사용후핵연료를 가까이 보러 가는데 얼굴이 드러나도 괜찮냐고 묻자 발전소 견학을 인도하던 정재연 고리1발전소 해체준비팀 대리는 “이곳은 얼굴을 보호하지 않고 드나들어도 될 정도로, 방사선 피폭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 시설로 들어갈 때는 개인 피폭량을 측정하기 위해 TLD와 ADR을 착용해야 한다.
방사선으로부터 개인 피폭선량을 확인할 수 있는 TLD(열형광선량계)와 ADR(자동선량계)를 대중교통 카드를 찍듯 입력기에 갖다 대고서야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 시설에 들어갈 수 있다. TLD에서 나타나는 빛의 세기로 방사선피폭량을 측정하는 장치이고 ADR은 기준으로 설정한 방사선량을 초과할 경우 경보음이 울려 작업자가 피폭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 기기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에 들어서기 전 철문 앞에는 매일 측정한 방사선량이 기록돼 있었는데, 이날은 0.025mSv/h라고 적혀 있었다. 정 대리는 “X-ray를 한 번 촬영할 경우 0.1mSv/h의 방사선에 피폭된다”며 “이에 비하면 사용후핵연료를 담가놓는 수조에서는 방출하는 방사선량이 미약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MCR(주제어실)에서 이 수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온도를 관리한다.

발전소 내부 시설에는 구조상 따로 냉방 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이날은 푹푹 찌는 한여름 날씨였다. 온도계는 34℃를 가리키고 디지털 전광판에 습도는 96%를 나타내고 있었다. 20℃ 이하로 냉각(Cool Down) 중인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 앞으로 다가서도 좀처럼 시원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신상구 해체준비팀 차장은 “사용후핵연료를 냉각하기 위해 끌어오는 해수의 온도 차는 계절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만, 규정상 50℃ 이하로만 유지하면 된다”며 “그렇기에 경제적 측면에서도 해수를 일부러 냉각해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전경.
◆고리 1호기 저장수조 2년 전 마지막 반입, 8년 6개월간 냉각 후 반출…해체작업 본격화

고리 1호기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에는 2년 전 반입을 마지막으로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돼 있다. 앞으로 8년 6개월 사이 냉각해 반출할 예정이다. 이후 2020년대 중반부터는 원자로를 절단·제염하고 건물과 시설 철거에 들어간다.

위에서 내려다 본 수조는 체렌코프 방사선 영향으로 물 색깔이 푸르게 보였고 물속 저장랙은 굴절돼 보였다. 네모난 벌집 같은 저장랙은 대부분 꽉 차 있었다. 현재 빈 곳이 30여 개쯤 된다고 한다.

한수원의 올해 2사분기 사용후핵연료 저장현황 자료에 따르면 고리 1호기 내에는 562다발의 사용후핵연료를 수용할 수 있는데 현재 저장량은 485다발이다.

한수원 측은 “원활한 원전해체를 위해 수조에 보관·관리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냉각·반출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때 반출된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건식저장시설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저장시설이 부지 선정과 건설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반드시 확보돼야 하는 시설이다.

국내에서는 2021년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전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 고리원전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가 2016년 발표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4년 완전포화가 예상된다.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포화할 경우 사용후핵연료 처리 과정에 차질이 생겨 최악의 상황에는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고리 1호기 견학에 참석한 영국의 방폐물 처리 전문가는 소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설 계획에 대해 물었고 해체준비팀 측은 “고리본부 내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아직 실질적인 계획은 마련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한수원 고리본부 고리1발전소에서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후 5조 3교대로 인력을 구성해 24시간 연속근무를 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 안전관리를 위해 운전 중인 냉각설비와 보조설비의 운전상태를 집중 감시·제어 수행 중이다. 운전 계통의 규모도 48% 수준으로 줄었고 운전 변수와 경보 수도 40%대를 웃도는 정도로 대폭 감소했다.

정하민 해체준비팀장은 “내년 6월 중 해체준비팀을 고리1발전소에서 분리하고 3개의 실 단위로 확대할 방침”이라며 “이후 보다 본격적으로 원전해체를 위한 구체화 작업에 주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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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j@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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