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무렵 소위 ‘폰테크’에 빠진 적 있었다.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고 수소문해서 적은 개월 수의 약정이 걸린 휴대폰을 계약한 뒤 정상해지 후 이를 되파는 것이다. 나름 먹고 사는 게 힘들었던 당시 쏠쏠한 용돈벌이였다.

폰테크라고 해도 그냥 막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좀 더 많은 차익을 남기기 위해 수시로 관련 정보들을 모았고 자연스레 기종별 판매 가격부터 통신사별 약정 조건 등을 꿰찼다. 노력해야 당연히 좋은 조건의 휴대폰을 계약할 수 있었다.

2014년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제정될 당시 통신 관련 출입기자는 아니었지만 고개를 갸웃했던 이유다.

노력을 통해 저렴하게 구매하는 게 잘못됐고 노력하지 않은 사람도 모두 동등하게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게 해야 한다니. 영국의 철학자이자 행정가였던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도 ‘아는 게 힘이다’라고 하지 않았나.

시행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단통법은 유명무실해졌다.

올해 5G 이동통신 가입자 모집이 시작되며 통신사들은 차라리 과태료를 내기로 결정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을 위반한 SK텔레콤에게 150만원이라는 껌값을 내게 하며 사실상 이를 부추겼다.

그리고 이같은 영향은 최근의 갤럭시 노트 10까지 이어지고 있다.

노트 10 사전예약기간 동안 몇 번이나 버전이 바뀐 ‘성지’ 리스트들이 나돌았고, 기자들 또한 이를 수소문해서 누군가는 취재를, 누군가는 사전예약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예약이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아직 문자를 받지 못한 예약자들 또한 불안에 떨고 있다.

개통하기로 한 시기가 달라졌고 사은품이 달라졌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들은 왜 피해를 입게 된 걸까.

같은 물건이라면 한푼이라도 아끼고 싶은 게 소시민들의 당연한 마음이다.

판매상들은 조금이라도 경쟁력을 높이고 싶고, 통신사 및 제조사 또한 높은 가입률과 판매량을 원한다.

이처럼 한마음이지만 ‘단통법’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저렴한 기기는 결국 음지화 되고, 음지에 있기 때문에 사기를 당하는 등 피해가 가중되는 것이다.

휴대폰을 구입하기 위해 며칠간 발품 팔고, 인터넷을 뒤지고 정보를 모아가며 저렴하게 구매하는 게 과연 잘못된 일인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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