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8개월만에 뒤집힌 고리 원전 주민 손해배상 청구소송
부산 고법 한수원 손 들어줘
“방사선피폭과 암발병 인과관계 입증할 조사・연구결과 없다”
작성 : 2019년 08월 15일(목) 08:12
게시 : 2019년 08월 16일(금)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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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부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14일 부산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부가 한수원의 뻔뻔한 거짓말을 법적인 사실로 인정하고 책임을 면해줬다"고 비판했다.

원자력발전소 인근 주민 손을 들어줬던 법원 판결이 4년 8개월 만에 뒤집혔다.
부산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김주호)는 지난 14일 ‘균도 아빠’로 불리는 이진섭(53) 씨와 아들 균도(27) 씨, 아내 박 모(53) 씨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지금까지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이 됐다.
판결의 취지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갑상선암에 걸린 원전 인근 주민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연간 1mSv 수준의 고리 원전 인근 주민 방사선 피폭과 암 발병 여부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아무런 조사, 연구 결과가 없다”며 “이와 같은 피폭선량으로 갑상선암 발병이 증가할 확률은 우리 국민의 평생 암 발생률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선형무역치모델을 원전 운영사의 손해배상책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20년부터 원전 인근 주민의 암 발병 여부를 5년 단위로 추적 조사할 방침”이라며 “향후 그 결과가 주목된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 씨 가족은 지난 2012년 7월 원전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돼 갑상선암 등에 걸렸다며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직장암에 걸린 이 씨와 선천성 자폐증으로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 균도 씨의 손배소를 기각하고 박 씨에 대해서는 1500만원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진섭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만약 우리가 이겼다면 한수원에서 상고를 하지 않았겠냐”며 “패소한 것이 아니라 1대 1대로 비긴 것”이라고 재판 결과를 평가절하했다. 또 “공해소송임에도 불구하고 유발자가 아닌 원고에게 입증책임을 지우게 하는 오류를 범했다”며 “일본의 이타이이타이 사건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뒤집혀진 것이다. 상고심에서는 이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핵부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날 부산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부가 한수원의 뻔뻔한 거짓말을 법적인 사실로 인정하고 책임을 면해줬다"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방사선 관련 전문가는 “체르노빌 및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고선량 방사선 피폭은 위험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됐으나 저선량 방사선을 지속적 피폭했을 때의 위험성은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다른 지역보다 2배 이상 암 환자가 나왔다면 정상수치를 제외한 나머지는 인과관계가 있다”며 “이번 판결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한수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원전 방사선과 갑상선암 발병 간의 인과관계가 의학적,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재판부에서 객관적인 판단을 내렸다”며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우려를 해소하고 지역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지역에서는 한수원이 원인 규명에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 등 초기 대응을 잘했다면 1심에서 패소하지 않았고 사건이 이렇게 크게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진섭 균도 부자 (왼쪽이 아들 균도)
윤재현 기자 기사 더보기

mahler@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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