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격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는 부모나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특히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부모의 양육방식은 자녀의 정서발달과 성격 형성에 영향을 준다. 나아가 부모세대의 양육방식은 자녀 세대의 특성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유교 전통이 양육 및 훈육방식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 전통세대 부모까지만 하더라도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서 권위적인 존재였다. 그 자녀들은 엄격한 규율 속에서 비도덕적인 행동을 할라치면 응당 체벌이 가해졌다. 많은 자녀를 뒀지만 넉넉지 않은 경제 형편 때문에 자녀교육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 전통세대 부모는 마치 양치기처럼 자녀를 허용된 울타리 안에서 방목하며 키웠다.

필자의 부모님 역시 전통세대다. 특히 아버지는 가까이하기 힘든 어렵고 권위적인 존재였다. 역설적이게도 꽤 오랜 기간 동안 아버지는 존경의 대상이기도 했다. X세대의 경우 인생의 롤 모델하면 선생님만큼이나 아버지가 많았다.

그럼 어머니는 어떤가? 아버지에 비하면 자녀와 대화를 많이 하고 수용적이지만, 잘못에 대해서는 엄했다. 필자의 어머니만 하더라도 완력으로 매를 거부하던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회초리 아니 빗자루를 드셨다. 초등학교 3학년쯤 수업 준비물 사려고 받은 돈 1000원을 유흥비로 탕진한 걸 어머니께 들킨 적이 있다. 어린놈이 간이 부었다고 호되게 두들겨 맞았던 기억이 선하다. 당시 동네 점빵(가게)에서 파는 캔디가 4개에 10원이었고, 오락실에서는 갤러그나 테트리스 게임 한 판에 50원이었다. 졸업식이나 운동회 등 특별한 날에나 맛볼 수 있었던 짜장면이 900원이던 시절이었다.

서구문화에 영향을 받기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 부모부터는 양육방식의 변화가 생겼다. 전통세대 부모의 양육방식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내 자녀는 다르게 키우고자 했다. 베이비붐 세대 아버지는 직장에서 늦게까지 일하느라 자녀와 대화할 시간은 부족했다. 하지만 전통세대보다는 경제적인 형편이 나아져 자녀에게 투자할 여력이 생겼다. 헬리콥터 맘의 장본인 베이비붐 세대 어머니는 자녀를 위해 교육열을 불태웠다. 밀레니얼 세대 자녀의 든든한 멘토 역할을 하면서 삶 깊숙이 관여했다. 이는 자녀를 애어른(Adultescence) 단계에 머물게 했다. 다른 나라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심리학자 하라 에스트로프 마라노(Hara Estroff Marano)는 과도한 개입성 자녀 교육이 미국을 소극적이고 무기력한 어린이들의 나라로 만들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대학 입학 때까지는 물론이고, 직장을 구하고 직장생활을 할 때도 카운슬러가 되어주었다. 지인에 따르면, 입사한 자녀의 입문교육 내용에 훈수를 두기도 하고, 인사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녀의 인사평가 결과에 항의하는 부모도 있었다고 한다.

X세대 부모는 베이비붐 세대 부모보다 다정다감하게 자녀를 대한다. 부모의 다정다감한 사랑을 받고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녀에게 이런 경험을 물려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선배 세대 부모처럼 권위적이지 않고 자녀와 격이 없어졌다. 베이비붐 세대 부모처럼 자녀의 삶의 모든 부분을 관여하고 배회하지 않는다. 독립성과 실패의 중요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요할 때는 마치 제트기처럼 돌진해서 자녀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또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며 자녀와의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한다. X세대인 필자도 자녀에게 매를 들지 않고, 자녀와 대화할 때도 서로 존댓말이나 경어를 쓰지 않는다. 그야말로 부모는 자녀에게 친구 같다.

밀레니얼 세대 부모는 또 차원이 다르다. 2000년부터 간신히 1명을 넘는 출산율에서 알 수 있듯, 하나뿐인 자녀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하지만 ‘헬리콥터 맘’이라 불리던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로 스펙 관리하느라 자유를 누릴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당신의 자녀에게는 덜 간섭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인공위성 맘’이다. 평소에는 거리를 유지하다가 도움이 필요할 때만 가까이서 챙기는 것이다. 선배 세대 부모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남다르게 자녀를 키우고 싶어 한다.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육아나 자녀교육 정보를 빠르게 얻고 활용한다.

세대가 바뀌어도 자녀교육에 있어서 아버지의 역할은 큰 변화가 없다. 교육의 주도권이 학원으로 넘어간 지금, 가정교육은 물론 학교 교육의 문제를 논할 때 꼭 빠지지 않고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은 대한민국 아버지다. 교육을 바로 세우고 사회 전반 소통의 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역할이 크다. 가정의 생계만 책임지면 제 의무를 다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아버지들이 각성해야 한다.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특히 어머니에게 편중된 자녀교육의 책임과 짐을 나눠야 한다.

<요즘 것들> <첫 출근하는 딸에게> 저자,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허두영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