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 정부가 출범한 것은 2012년 12월이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2021년 9월까지다. 올해 11월이면 역대 일본 최장수 총리가 된다. 장수 총리의 비결은 알려진 것처럼 물론 경기 회복이다. 아베 정부의 경제정책을 아베노믹스라고 부른다. 내용은 사실 별로 대단한 게 아니다. 결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려서 돈을 풀고 정부는 재정 지출을 늘리자는 것이다. 법인세율을 인하했고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제정했으며 규제개혁특구는 확대했다.

치적으로 내세우는 대표적인 두 가지 지표는 주가 상승과 실업률 하락이다. 주가는 아베 정권 이전인 2012년 11월보다 두 배가 올랐다. 실업률은 지난 해 25년 만에 최저인 2.4%를 기록했다. 분명히 대단한 성과지만 화려해 보이는 모습과 실제 내용은 약간 다르다.

아베노믹스 이후 연간 일본의 평균 성장률은 1.2% 정도였다. 흔히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하는 1991년부터 2012년까지 일본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0.9%였다. 겨우 0.3%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실업이 줄고 고용이 늘어났다는데 임금은 오르지 않고 있다. 아베노믹스 이후 실질임금 상승률은 두 해 빼고는 계속 마이너스였다. 지금 실질임금 수준은 6년 전보다도 오히려 낮다.

심지어 달러로 계산한 1인당 명목 GDP는 오히려 줄었다. 2018년 4만1백 달러로 아베노믹스 시행 전인 2012년 4만8천6백 달러에 비해 무려 8천5백 달러가 감소했다. 거의 1만 달러다.

덕분에 우리와의 격차도 많이 줄었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 일인당 GDP 수준은 일본이 9백 달러, 한국이 1백 달러로 일본이 한국보다 9배 많았다. 차이는 2000년에는 3.2배로 축소되었고 지금은 1.4배까지 좁혀졌다. 국가 GDP 차이도 많이 줄었다. 2000년 8배의 차이가 났던 GDP 규모가 지금은 일본이 5조706억 달러, 한국 1조6556억 달러로 3배 정도의 차이다. 사실 일본의 경기가 회복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엔화 약세와 대규모 통화 완화 덕분이다. 엔화 값이 떨어지면서 수출이 늘고 기업들의 수익성도 좋아졌다. 주식 시장이 좋아진 이유다. 당연히 관광객도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은 무려 세 배가 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베노믹스는 실제보다 선전 효과가 더 컸다.

이 사이 우리나라의 일본에 대한 경제 의존도도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낮아졌다. 우리나라의 대일본 수출 비중은 30년 전에는 20%였지만 지금은 5%까지 떨어졌다.

물론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금 수준 이상의 추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수출 실적을 보면 한국 6284억 달러, 일본 7431억 달러로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경상흑자는 일본이 2122억 달러로 한국의 764억 달러와 비교하면 세 배가 많다. 우리가 비교적 마진이 적은 중간재 위주의 상품을 수출하는 반면, 완제품 위주로 상품을 파는 일본은 수익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이게 따지고 보면 결국 기술력의 차이다.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기술수준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고를 100이라 할 때 미국은 100점, 일본은 88점, 한국은 77점이었다.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 아직 추격자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세계 수출시장 1위 품목은 일본이 171개인데 반해 우리는 77개다. 지난해 일본 수입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은 48개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은 지금으로서는 한국과 일본의 1인당 GDP 수준 격차가 2024년쯤부터 다시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은 징용문제에 대한 불만 못지않게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고 봐야겠다.

김상철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MBC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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