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진’ 글로벌 가스 시장, 가스공사 안 통하고 직접 수입 ‘이득’

포스코에너지 7~9호기
포스코에너지 7~9호기

최근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가스 시장 판도의 키워드는 ‘변화’다. 공영에서 민영으로, 집단에서 개별로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주도하는 가스 공급 활동은 이제 민간의 영역으로 완연히 넘어가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의 뿌리는 미국에 있다. 쉽게 말해 가스가 많아졌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셰일가스를 통해 가스의 가격이 저렴해졌다. 시장의 유연성은 커졌고 구매처가 늘어났다.

가스공사가 가스를 수입한 뒤 이를 배분하는 형태에서 벗어나는 시대가 자연스레 도래했다. SK E&S, GS파워, 포스코에너지 등의 민간 기업과 한국중부발전 등 시장형 공기업들이 직접 가스를 도입하는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SK, GS, 포스코 등 대기업 혹은 공기업이 주도하는 가스 시장은 최근 중견기업도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한양은 전남 여수시 묘도에 LNG(액화천연가스) 허브 터미널 구축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양의 구상대로라면 오는 2023년 LNG 저장 탱크 4기를 준공한다. 궁극적으로는 최대 13기의 LNG 저장 탱크가 들어설 방침이다.

아파트 외에 유명한 사업 영역이 없다시피 한 한양이 LNG 허브 터미널 구축 사업에 성공할 경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과 동시에 국가 경제 활성화라는 대의명분도 내세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중견기업의 도전도 결국 가스 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된 데 따른 것이라는 업계 측 분석이다. 가격이 저렴해지고 직접 수입할 수 있어 중견기업도 충분히 뛰어들 수 있는 시장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는 가스공사의 시선은 복잡하다. 지난 5월 가스공사 신임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한국가스공사지부 송규석 지부장은 전기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직수입 확대를 경계한 바 있다.

송규석 위원장은 “가스공사 노조는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천연가스 직수입 확대 및 민영화 정책 등을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입장을 좋고 나쁨의 영역으로 해석하면 좋은 부분은 공공재인 가스를 민간 기업이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아 국민의 재산으로 남겨야 한다는 취지다. 나쁜 부분은 에너지 기업의 경쟁력과 선택권을 약화하고 경쟁에 따른 시장 가격의 자연스러운 조정을 방해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가스를 도입하는 요금제도 또한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개별요금제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발전용 개별요금제 하반기 도입을 천명한 바 있다.

현재 천연가스 요금 산정 형태는 가스공사가 도입가가 서로 다른 10여 개 장기계약을 통해 우선 국내로 LNG를 수입한 뒤 평균가격을 산정해 모든 발전사에 같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평균요금제보다 싸게 LNG를 들여올 수 있다면 가스공사는 애물단지 존재일 뿐이다. 이 때문에 LNG 직수입이 매력적인 카드로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직수입 과정에 난항이 생겨 다시 가스공사가 공급하는 LNG로 운영할 경우 시장에 혼선을 부를 여지도 있다. 지난 2000년 초 한 기업이 LNG 직수입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가스공사와 국민의 세금으로 손해를 충당한 사례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페널티 계획도 있다. 직수입을 포기할 경우 가스공사 평균연료비의 140% 수준에서 받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맹점이 존재한다. 발전사의 직수입 결정 시기를 LNG 도입 3년 전에서 5년 전으로 확대하는 바람에 시장의 변화를 ‘예언자’의 시선으로 분석하는 예지력이 갖춰야 한다는 반발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정세에 민감한 에너지 시장에서 우리가 노스트라다무스도 아니고 5년 후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예측하라는 것이냐”며 “어차피 직수입이 평균연료비의 140% 수준보다 싸다고 판단해 그냥 직접 수입하는 것이 낫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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