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에너지빈곤층 배제돼 실효성 적어”
“산업·일반용 요금체계 손보고 맞춤 지원책 확대 해야”

여름철 전기요금이 서민경제의 화두가 됐다. 해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냉방도 기본권(냉방권)’이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다. 그 결과로 나온 게 민관합동 태스크포스가 내놓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최종권고안’이다.

하계 전기사용량 증가를 감안해 누진단계 기준점을 구간별로 상향, ‘전기요금 인하’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용량이 기준이 돼 에너지 불평만 심화할 것이란 비판부터 정부 정책 기조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방안과 경기도의 과제‘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한 김태영 경기연구원 전략정책부 연구위원<사진>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누진제 개편안이 시행되면 되레 에너지 빈곤층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습니다. 정책 목표와 효과의 불일치가 발생하는 셈이죠. 한시적 누진제 완화가 아닌 산업용·일반용 전기요금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합니다.”

김 연구위원은 한전의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과 관련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잘라 말했다. 개편안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해보면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냉방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그 중 실제 혜택은 중위소득 이상을 버는 20~40대 1인 가구에 집중돼 독거노인과 같은 에너지빈곤층이 역차별을 받게 될 것이란 얘기다.

복지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 외에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의 상충성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을 촉진하기 위해선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한데, 냉방권 확대만을 위해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한시적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번 누진제 개편안은 도리어 누진제로 인한 사회적 논란을 증대시킨다는 점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며 “산업·일반용 전기요금까지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복지 확대는 타 부문 전기판매에 따른 손실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구체적인 이행 방안으로는 누진제의 단계적 폐지를 제안했다. 그는 현재 누진체계 하에서는 여름철 과도한 전기요금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정 판매단가 수준으로 전기요금을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용·일반용 전기판매량은 전체 판매량의 75~80% 수준으로, 발생하는 외부비용의 대부분이 이 용도에 따른 것입니다. 가격합리화를 통해 전기수요를 감소시켜야만 외부비용 감소 및 에너지전환 촉진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에너지빈곤층을 위한 보다 효율적인 지원책 마련의 필요성도 당부했다. 특히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의 대대적인 손질을 촉구했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를 받는 892만 가구 중 에너지빈공층은 약 1.8%(16만 가구)에 불과합니다. 가구·소득에 따라 상이한 전기사용의 특수성을 고려해 에너지바우처 확대, 쿨루프·단열지원 사업 등 에너지빈공층만을 겨냥한 맞춤형 지원책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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