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백(본지 고문)
유연백(본지 고문)

어쩌다 전기신문에서 일하게 되면서 전기공사업계의 현안이 무엇이고, 그들의 생각은 무엇인지 궁금하던 차에 전기공사협회에서 5월과 6월에 전국을 순회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그간 협회의 주요업무 추진상황을 설명하고, 회원사의 요구나 건의 사항을 청취하는 자리였다. 전기공사업계 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들을 기회라서 간담회에 참가하게 됐고, 업계의 의견을 듣고 소통하면서 느낀 소회를 밝혀본다.

간담회에서는 주로 세 가지 분야에서 이야기가 나왔다. 첫째, 전기공사업 운영과 관련한 문제나 애로사항에 대한 건의가 가장 많았다. 무엇보다 통합발주 억제, 전선과 같은 전기자재의 내구연한 도입 등 시장확대를 위한 요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무실 면적 기준 폐지 등 공사업자 등록요건 완화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거나, 내진 설계기준 강화와 근로시간 제한 등을 반영한 표준품셈의 적기개정에 대한 건의도 있었다.

공사업체 상호 간의 합병과 분리문제 등 실적관리와 입찰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고, 공사업체 수가 공사 물량보다 과도하게 늘어나는 비정상적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둘째, 전기공사협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픈 지적도 많았다. 역점을 두고 준비하고 있는 회장 직접선거제에 대해서는 상세한 설명이 있었기 때문인지 이견이나 요구보다는 질문이 많았다.

공사협회에서 발주처나 정부 및 유관단체와의 업무협의나 대응에 있어 기술 역량이 뒤지지 않도록 우수 기술인력 확충과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회원도 있었고, 정부나 국회 등 정책당국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정책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공사협회가 전체공사의 15% 수준을 차지하는 한전 등의 공사를 담당하는 회원사의 입장만 주로 대변한다는 비판과 더불어 회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세업체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해달라는 간청도 있었다.

기능경기대회도 많은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내실화하고, 공사실적보고 등 행정업무도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공사 관련 분쟁 매뉴얼 작성 등 서비스 요청도 있었다.

특히 오송교육센터 건립에 대해서는 공사비 조달, 안정적인 교육 인원 확보방안, 회원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 양성방안에 대한 질의와 요구도 많았다.

셋째, 정부정책과 관련한 건의도 적지 않았다.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이 전기공사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에 대한 질문도 있었고,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가동중단 조치에 따른 피해보상과 조속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외국 전기기술자 활용 등 노동정책의 현안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대책을 호소했다. 전기산업의 융복합 추세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가칭 ‘전기산업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협회의 적극적인 노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역순회를 하면서 업계의 생각과 애로사항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간담회 행사는 잘 진행됐으나, 참석자가 평소에도 소통이 가능한 지역의 임원 중심이어서 평회원의 의견을 들을 수 없는 점은 아쉬웠다. 참석자들이 시간 제약과 원활한 진행을 위해 회장 선거 등 부담스러운 질문이나 날카로운 비판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느껴졌고, 진지한 토론이 필요한 이슈도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업계 내에서도 업체의 규모나 공사 분야에 따라 이해가 상충하는 건의나 요구가 많아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와 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협회에서는 간담회 이후 ‘건의사항 조치결과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회원사에 배포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종료되는 게 아니라, 어렵게 마련한 간담회에서 나온 요구와 건의에 담긴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협회는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특히, 오송교육센터 건립, ESS 시공문제, ‘전기산업기본법’ 제정과 같이 정책적 함의가 큰 사안은 협회가 정부와 소통하면서 공감대를 조성해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전기공사업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계속해야 한다. 그런 공감대 속에서 공사협회가 새로운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업계도 기존의 관행을 넘어 신뢰와 품질로 고객에게 화답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업계로 변화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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